[더오래]바람 안 피우는 늑대, 상대 죽어야 새 짝 찾아

중앙일보

입력 2020.10.07 13:00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21)

늑대는 육상에서 생활하는 포유동물 중 분포영역이 가장 넓은 동물이다. 북반구에서 열대우림과 매우 건조한 사막지역을 제외한 모든 곳에 서식한다. 38개 아종으로 분류되나 13개 아종은 멸종하고 25개 아종이 현존한다. 서유럽에서 스칸디나비아, 코카서스, 러시아, 중국, 몽골까지 분포하는 유라시아늑대(Eurasian wolf, Canis lupus lupus)가 대표적인 아종이다.

한국에 살았던 종은 한국늑대 또는 몽골늑대(Canis lupus chanco)라 하는데 서식지가 중국의 중북부, 몽골, 우수리지역을 포함한다. 유라시아늑대의 서식지와 겹치는 지역이 많아 한반도에는 위의 2종이 함께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에서는 ‘이리’ 또는 ‘말승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려동물 중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개(Canis lupus familiaris)도 아종 중 하나이나 늑대를 이야기할 때는 제외된다.

늑대는 평균체중이 수컷 40kg, 암컷 37kg이며 추운 지역에 서식하는 개체가 더운 지역의 것보다 덩치가 크다. 꼬리와 다리가 길고 발바닥이 넓은 편이다. 주로 밤에 활동하지만 겨울철에는 낮의 활동이 증가된다. 활동량이 많아 하루 이동거리는 먹이나 환경에 따라 다르나 평균 25km에 이른다. 보통 시속 8km의 속도로 이동하나 빨리 달리면 시속 55~70km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지구력이 강해 사냥할 때는 20분 이상 지속해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다.

늑대 무리는 일반적으로 암수 어미와 그들의 새끼로 구성된 5~8마리의 가족 단위로 이루어진다. [사진 pixabay]

늑대 무리는 일반적으로 암수 어미와 그들의 새끼로 구성된 5~8마리의 가족 단위로 이루어진다. [사진 pixabay]

늑대는 매우 사회적인 동물이다. 무리는 일반적으로 암수 어미와 그들의 새끼로 구성된 5~8마리의 가족 단위로 이루어진다. 무리의 크기는 사냥감의 크기와 관련이 있다. 때로는 3~4가족이 함께 무리를 이뤄 40마리가 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대가족은 대형의 사냥감을 추적하고 제압하는 데 유리하다. 늑대는 토끼와 쥐 같은 소형동물도 먹이로 삼지만 자신보다 큰 사슴, 와피티, 무스, 들소, 순록 등을 사냥할 때가 많다. 소형의 사슴을 사냥할 때는 5마리 이하, 외피티와 순록 등 중대형일 경우는 6~14마리, 무스나 들소 등 대형의 경우는 15마리 이상이 참여한다.

무리의 우두머리는 수컷이고 모든 행동을 지휘하고 통제한다. 이동할 때는 방향을 안내하고 사냥할 때는 목표물과 추적 순간과 시간을 조절한다. 무리 내에서 하위 개체들에 특별한 지위를 행사하지만, 외부의 침입에 대해 앞장서 싸워 무리를 보호하고 지킨다. 무리 내에서는 우두머리 수컷과 암컷만 쌍을 이루어 번식하고 일생을 함께한다. 일부일처를 고집하고 상대가 죽을 경우에만 새로운 짝을 찾는다. 새끼를 낳으면 수컷이 사냥한 먹이를 어미와 새끼에게 가져다준다.

흔히 좋지 않은 뜻으로 남자를 늑대로 비유하는데 늑대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 같다. 새끼는 성장하면서 우두머리가 죽어 자신이 우두머리가 되지 않으면 부모의 무리를 떠난다. 대부분의 어린 늑대는 생후 1년 정도가 되는 3~4월이나 18개월쯤인 10~11월에 부모의 세력권에서 떨어져 나온다. 무리에서 나온 후에는 새로운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혼자 있는 늑대와 합류하거나 번식 상대를 찾는다. 새로운 무리의 세력권은 작지만 부모의 영역과는 독립적이다.

성성숙은 보통 생후 2년이면 이루어지나 짝짓기는 무리의 상황에 따라 제약이 있다. 1~2월경에 짝짓기가 이루어지면 62~63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3~4월경에 평균 6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를 기를 때는 굴을 이용하고 생후 8~10주가 되면 장소를 옮긴다. 이후 새끼를 보호할 목적으로 1~2개월마다 장소를 이동한다. 야생의 암컷은 10살에 새끼를 낳은 기록이 있고 동물원에서 평균수명은 12~15년이다.

늑대는 원거리에서는 특유의 울음소리인 하울링으로 동료와 소통을 하는데 10km 떨어져 있어도 가능하다.[사진 pixabay]

늑대는 원거리에서는 특유의 울음소리인 하울링으로 동료와 소통을 하는데 10km 떨어져 있어도 가능하다.[사진 pixabay]

의사소통방법은 시각·청각·후각·접촉 등 다양하다. 근접한 위치에서는 상대의 몸짓을 보고 냄새로 읽고 접촉하며 우열을 가리고 상황을 파악한다. 원거리에서는 특유의 울음소리인 하울링(howling)으로 동료와 소통을 하는데 10km 떨어져 있어도 가능하다. 세력권에는 나무를 긁거나 자신의 소변이나 분비샘 냄새를 남겨두어 경고를 보낸다. 특히 발달한 후각은 사냥에도 큰 몫을 한다. 2.5km 떨어진 먹잇감을 포착할 수 있어 추적의 발판을 마련해준다.

늑대의 모피는 보온성이 뛰어나 러시아·몽골·알래스카 등 추운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포획의 대상이었다. 가축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도 살상의 표적이 되었다. 모피는 근래까지 상업적으로 이용되어 알래스카에서 개당 200~275달러에 거래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늑대의 개체수는 완만하게 줄어들어 현재 30만 마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늑대에 관한 민담은 서양에서는 많이 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한반도에서 늑대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식자가 되는 호랑이와 표범의 수가 줄어든 1800년대부터 만주와 몽골에서 이주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한반도에 정착한 늑대는 한동안 순조롭게 혈통을 이어가다 일제강점기부터 수난을 겪는다. 해수구제를 앞세운 포획 작전에 호랑이·표범과 함께 1400여 마리의 늑대도 희생됐다. 급격히 줄어든 늑대는 한국전쟁과 1960년대 대대적인 쥐잡기운동에 사용된 쥐약의 2차 독성으로 인한 피해로 절멸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80년 이후 야생에서는 더 이상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1996년에는 서울동물원에서 보호하던 늑대도 노환으로 숨져 토종의 명맥이 끊어졌다.

2006년 몽골 출장길에 촬영. 상점에서 늑대 모피를 개당 120달러에 판매했다. [사진 신남식]

2006년 몽골 출장길에 촬영. 상점에서 늑대 모피를 개당 120달러에 판매했다. [사진 신남식]

늑대를 복원하려는 노력은 서울동물원이 2005년 북한에서, 대전동물원이 2008년 러시아에서 원종을 들여오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야생상태로 돌려보내는 데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가축이나 사람을 공격해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 먹이사슬에 변화를 일으키고 들개가 된 유기견과 교잡으로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 환경부 멸종위기동물 1급으로 지정된 늑대가 자연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이유다.

국내는 대전동물원이 22마리로 가장 많이 보호하고 있어 행동 습성을 잘 관찰할 수 있다. 그 외 서울동물원 대구달성공원 전주동물원 청주동물원 부산삼정더파크에서 볼 수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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