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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없는 女”에서 섭외 1순위 된 제시…판단 불가한 매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놀면 뭐하니?’에서 환불원정대 멤버 은비로 고정 출연 중인 제시. [사진 MBC]

‘놀면 뭐하니?’에서 환불원정대 멤버 은비로 고정 출연 중인 제시. [사진 MBC]

“불편한 사람들 맞출 생각 없어 그냥 되게 버릇없는 女”
지난해 9월 가수 제시(32)가 발표한 ‘후댓비(Who Dat B)’ 가사다. “쟤 누구야?” 보다 “쟤 뭐야?”라는 얘기를 더 많이 듣던 제시가 내놓은 대답으로 “TV 예능 광고 화보 앨범 공연 행사 투어 난 바쁜 몸” “Calling Calling 제시 섭외해”라는 노랫말은 곧 현실이 됐다. 고정 출연 중인 MBC ‘놀면 뭐하니?’와 tvN ‘식스센스’를 비롯해 MBC ‘전지적 참견 시점’, SBS ‘미운 우리 새끼’,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JTBC ‘아는 형님’ 등 방송사별로 나오지 않는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눈누난나’로 데뷔 15년만 첫 히트 이어 #‘놀면 뭐하니?’ ‘식스센스’ 쌍끌이 흥행 #청일점 된 유재석과 상극 케미 돋보여 #“세 보여도 여린 매력 널리 소개하고파”

업타운·럭키제이 거쳐 제시가 되기까지

환불원정대의 만옥(엄정화), 천옥(이효리), 은비(제시), 실비(화사). [사진 MBC]

환불원정대의 만옥(엄정화), 천옥(이효리), 은비(제시), 실비(화사). [사진 MBC]

지난 7월 30일 발표한 제시의 ‘눈누난나’ 뮤직비디오. 이효리와 함께 출연했다. [사진 피네이션]

지난 7월 30일 발표한 제시의 ‘눈누난나’ 뮤직비디오. 이효리와 함께 출연했다. [사진 피네이션]

통상 신곡 활동 기간이 2주 안팎인 걸 고려하면 더욱 놀랍다. 7월 말 발표한 ‘눈누난나’가 멜론 등 음원차트 2위에 오르는 등 데뷔 15년 만에 가장 크게 히트했지만, 2달 넘게 활동을 이어가면서 찾는 곳이 점점 더 많아진 것. ‘놀면 뭐하니?’에서 진행하고 있는 ‘환불원정대’가 10일 신곡 ‘돈 터치 미(Don’t touch me)’ 발표를 앞두고 있어 가쁜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솔로 가수 제시카 H.O로 데뷔해 업타운과 럭키제이,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만든 언니쓰 등 다양한 그룹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싸이가 설립한 피네이션에 안착한 그는 “음악으로 성공한 것은 처음이라 매일 싸이 오빠에게 전화해서 울었다. 꿈을 꾸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데뷔 이후 줄곧 ‘센 언니’로 활동했던 제시가 새삼 주목받게 된 것은 시대적인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2015년 Mnet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만 해도 “디스 이즈 컴피티션(This is competition)”을 외치며 호전적인 면모가 부각돼 호불호가 나뉘었다면, ‘환불원정대’에서는 엄정화·이효리·화사 등 센 언니들 사이에서 때론 순한 양 같으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이 돋보이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효리가 환불원정대를 기획했다면, 유재석이 각 멤버들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고 있다”며 “제시는 한국어가 서툴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실수하기도 하지만 유재석이 이를 은비의 캐릭터로 만들어주면서 색다르게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유재석 얘기에 제시 모습 궁금해져”

‘식스센스’에서 재제 남매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제시와 유재석. [사진 tvN]

‘식스센스’에서 재제 남매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제시와 유재석. [사진 tvN]

제시가 돌발 행동을 할 때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유재석. [사진 tvN]

제시가 돌발 행동을 할 때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유재석. [사진 tvN]

지난달 시작한 ‘식스센스’ 역시 유재석이 오작교가 되어준 케이스. 진짜처럼 꾸며진 장소나 사람 중 가짜를 골라내는 육감 현혹 버라이어티로 오나라·전소민·미주 등 센 언니들 사이에서 진땀을 빼는 유재석의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SBS ‘런닝맨’ ‘미추리 8-1000’ 등 게임과 접목한 예능으로 유재석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정철민 PD는 “야외 버라이어티의 경우 대본 없이 상황으로 굴러가기 때문에 멤버들 간의 호흡이 상당히 중요한데 유재석씨와 얘기를 나누다가 제시가 궁금해져서 미팅을 진행하게 됐다”며 “유재석씨가 열심히 살고 좋은 사람을 지인들한테 소개해주고 싶었던 것처럼 저도 ‘참 세 보이는데 뭔가 여린’ 제시의 매력을 전하고 싶었다. 다른 출연진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덕분에 두 사람은 ‘재제 남매’ 케미를 마음껏 발산한다. 보수적인 진행 스타일을 고수해온 유재석은 묻지 않아도 가슴 사이즈와 이성 교제 횟수 등을 털어놓는 제시의 솔직함에 당황함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제시는 한술 더 떠 “우리 아빠 같다”며 유재석을 살뜰히 살피고, 유재석 역시 “내 친동생보다 나를 더 챙긴다”며 화답한다. 정덕현 평론가는 “유재석은 SBS ‘패밀리가 떴다’의 이효리, ‘런닝맨’의 송지효와 전소민 등 여성 캐릭터와 호흡이 좋은 편이었다. 그때는 홍일점을 챙기며 러브라인 등을 만드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청일점이 되어 자기주장이 강한 여성 캐릭터 사이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여성 중심 예능이 부상하는 현재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강한 이에겐 강하게, 약한 이는 보듬어 

‘제시의 쇼!터뷰’에서 운동 유튜버 말왕을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 SBS]

‘제시의 쇼!터뷰’에서 운동 유튜버 말왕을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 SBS]

‘제시의 쇼!터뷰’보다 ‘제시發쇼’가 더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고 있는 모습. [사진 SBS]

‘제시의 쇼!터뷰’보다 ‘제시發쇼’가 더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고 있는 모습. [사진 SBS]

강한 사람에겐 더 강하고 약한 사람에겐 더 여린 눈높이 화법도 빛난다. 지난 6월 시작한 SBS 웹예능 ‘제시의 쇼!터뷰’가 대표적이다. 한국어가 서툰 제시를 단독 진행자로 내세운 것이 모험처럼 보였지만 운동 유튜버 말왕 편은 조회 수 625만회를 기록하는 등 채널 ‘모비딕’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니들이 뭔데 감히 날 판단해”(‘쎈언니’) “낯설어 날 더 낯설어하는 너 못 떨어 가식 없지 버르장머리”(‘스타’) 등 미국 뉴욕에서 나고 자라 어린 시절에는 동양인에 대한 차별, 한국에서 데뷔 후에는 교포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버텨온 만큼 이근 대위부터 명리학자 강헌까지 누가 게스트로 나와도 편견 없이 대하는 것이 강점이다.

‘런닝맨’ 출신으로 ‘제시의 쇼!터뷰’를 만든 김한진 PD는 “제시가 사전 조사를 하거나 대본 리딩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집중력이 상당해 상대방에게 진정한 호기심을 가지고 묻는다”며 “최초 기획안은 정치인을 초대해 돌직구를 던지는 콘셉트로 시작해 지금 가장 핫한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는 예능으로 방향을 바꾸게 됐다. 어떤 권위적인 사람이 나와도 제시에게 마음을 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 당시 ‘제시發쇼’라는 프로그램명을 내놓는 등 아이디어도 많은 편. 김 PD는 “JTBC 웹예능 ‘와썹맨’으로 재조명된 박준형처럼 한국어가 서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시청자 입장에서는 되려 솔직하고 원색적인 표현이 시원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정제되지 않은 데서 오는 귀여운 반전 매력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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