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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15년… 책에 담았어요"

중앙일보

입력

충남 천안시 직산읍 판정1리에서 장애인 보호시설인 `등대의 집`을 15년째 운영하는 이연순(李軟順·54)씨.

李씨가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후원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수기집 『엄마』(양피지刊·2백61쪽)를 최근 펴냈다. 열살난 뇌성마비 어린이부터 예순살이 다 된 정신지체 할머니까지 등대의 집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20명은 그를 엄마라고 부른다.

"엄마, 얼마나 정다운 말입니까? 그러나 부를 수 있는 엄마가 없다면, 아니 엄마가 버렸다면 얼마나 슬플까요? 저는 버려진 사람들의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李씨가 난생 처음 책을 펴낸 것은 좀더 나은 보호시설의 건축비 가운데 일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내가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에게 해 준 것은 밥먹이고 재워 준것 밖에 없어요. 가르치고 치료해 줄 시설을 갖추고 싶어요."
근육병으로 누워서 생활하는 오준(9)과 동혁(7)형제, 자신의 변을 만지는 현아(6·여), 아빠의 폭력에 가슴을 떨었던 소라(13·여).

이들은 추워도 춥다고, 더워도 덥다고 말을 못하기 때문에 더 좋고 안전한 시설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李씨는 등대의 집에 있는 포도밭 4백50평에 지하1층·지상2층 규모의 건물을 지어 교육·치료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그는 딸(33)이 1급 시각장애인과 결혼한 뒤 사회복지와 인연을 맺었다. 남편과 사별하고 서울에서 혼자 액세서리 판매점을 꾸리다 1988년 재산을 정리한 뒤 딸과 함께 천안에 내려와 등대의 집을 열었다.

그는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은 사랑의 등불을 들고 찾아오는 천사들"이라고 말했다.

판정 1리의 50여 세대의 주민들은 이 곳 식구들을 성심껏 돕고 있다. 잠자다 슬며시 사라지는 영석이를 밤새워 찾아주었고, 협심증으로 쓰러진 李씨를 병원으로 옮겨 주었다. 지난해 시민체육대회 입장식에선 이곳 식구들이 직산읍 선수단의 맨 앞에 서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李씨에겐 또 하나의 꿈이 있다. 버림받은 치매 노인들을 수용하는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는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10여년간 수감자 교화에 힘써 왔고 매달 한번씩 소록도를 찾아 한센병 환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041-582-4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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