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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유학생 비자 제한" 日의 돌변, 美따라 중국 때리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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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국 때리기’를 따라 하는 일본의 행보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중국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만큼 중·일 관계도 악화일로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6일 “첨단기술의 ‘중국 유입’이 두려워 일본이 미국을 배우려 하나?”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일본도 중국 유학생 비자 엄격 단속 #일본 첨단기술 중국 유출 막자는 취지 #중국 진출한 기업 돌아오라고 강력 주문 #중국 겨냥해 미국과 ‘해양 연맹’ 추진도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도 재연중

미국의 ‘중국 때리기’를 따라 하는 일본의 행보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중국 때리기’를 따라 하는 일본의 행보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AP=연합뉴스]

내용은 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심사를 엄격하게 할 것이라는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 보도와 관련한 것이다. 요미우리의 지난 5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1년부터 중국 유학생 비자 발급과 관련해 꽤 까다로운 심사를 하게 된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이 외무성, 법무성, 경제산업성, 방위성 등 각 부문과 이른바 ‘의심스러운 인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이들에 대해선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그 대상국으로 ‘중국 등 국가’라고 해 중국이 타깃이란 점을 밝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5일 일본 정부가 미국의 대중 유학생 조치를 참고해 내년부터 중국 유학생의 일본 입국 심사를 엄격하게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5일 일본 정부가 미국의 대중 유학생 조치를 참고해 내년부터 중국 유학생의 일본 입국 심사를 엄격하게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일본 정부의 조치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첨단 기술이 중국 유학생 등에 의해 누설되는 걸 막자는 취지로, 일본 외무성은 비자 심사 강화를 위해 2억 2000만엔(약 24억 2000만원)의 예산을 별도로 배정하기로 했다.

경제산업성도 18억 7000만엔(약 205억 5000만원)의 거액을 일본 기업이나 대학에 지원해 이들이 갖고 있는 첨단 군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걸 막는 데 쓰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은 외무성 등 각 부처와 함께 내년부터 중국 등 국가의 ‘의심스러운 인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이들에 대해선 비자 발급을 거부할 방침이다. 사진은 일본 외무성 모습. [중국 환구망 캡처]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은 외무성 등 각 부처와 함께 내년부터 중국 등 국가의 ‘의심스러운 인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이들에 대해선 비자 발급을 거부할 방침이다. 사진은 일본 외무성 모습. [중국 환구망 캡처]

요미우리는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선 정보 부처가 유학생의 개인 정보를 조사한 뒤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 일본도 국가 안보와 관련된 첨단기술이 유학생을 통해 ‘중국 등 국가’로 누설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달 9일 이미 1000여 명의 중국 공민에 대해 기술 절취 등의 이유로 비자를 취소했으며, 또 ‘안보 위험’이 있는 중국 학생과 연구 인력의 미국 유입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7월 말까지 중국을 떠나겠다고 신청한 일본 기업은 1700여 개에 이른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중국 일본상회가 ‘중국 경제와 일본기업 2020 백서’를 발표하는 모습. [중국 왕이망 캡처]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7월 말까지 중국을 떠나겠다고 신청한 일본 기업은 1700여 개에 이른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중국 일본상회가 ‘중국 경제와 일본기업 2020 백서’를 발표하는 모습. [중국 왕이망 캡처]

요미우리는 또 미국과 호주에선 중국 유학생의 과학기술 절취사건으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 유학생 입국을 막으면서 중국이 ‘목표를 바꿔’ 일본으로 유학생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실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악화하면서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일본과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일본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과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중국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여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정부가 미국과 함께 중국을 겨냥한 ‘해양 연맹’을 추진하고 있다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분석이 나왔다고 일본 교토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정부가 미국과 함께 중국을 겨냥한 ‘해양 연맹’을 추진하고 있다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분석이 나왔다고 일본 교토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 주석 방일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올림픽 또한 연기되면서 중·일 관계는 악화일로다.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일본이 미국을 따라 ‘중국 때리기’에 동참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특히 그렇다.

미국이 중국에 진출한 미 기업에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요구하자 일본 정부도 일본 제조업의 중국 철수를 돕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말까지 1700여 일본 기업이 중국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이 지난달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3일 ‘중국 댜오위다오(釣魚島) 디지털 박물관’ 사이트를 열어 댜오위다오 주권이 역사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중국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은 지난 3일 ‘중국 댜오위다오(釣魚島) 디지털 박물관’ 사이트를 열어 댜오위다오 주권이 역사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중국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안보 분야에서의 중·일 마찰도 격화되고 있다. 홍콩 명보(明報)는 6일 일본 언론과 홍콩 군사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일본이 미국의 중국 포위 움직임에 맞춰 중국을 겨냥한 ‘해양 연맹’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 교토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열린 중국 인민해방군의 한 싱크탱크 회의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정부가 현재 미국 등과 함께 중국을 겨냥한 ‘해양 연맹’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한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중국이 개설한 ‘중국 댜오위다오 디지털 박물관’ 사이트 폐쇄를 지난 5일 요구하며 센카쿠(尖閣) 열도의 주권은 일본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중국이 개설한 ‘중국 댜오위다오 디지털 박물관’ 사이트 폐쇄를 지난 5일 요구하며 센카쿠(尖閣) 열도의 주권은 일본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이에 따라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해 이 같은 미·일 포위를 뚫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중·일은 또 최근엔 양국 사이에 놓인 오랜 영유권 분쟁인 센카쿠(尖閣, 중국명 조어도) 열도 문제로 부딪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 지난 3일 ‘중국 댜오위다오 디지털 박물관’ 사이트를 열어 댜오위다오의 주권이 역사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중국에 속한다고 주장하자, 일본 정부가 5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외교 채널을 통해 디지털 박물관 폐쇄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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