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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요지 반년새 11% 하락···코로나에 걷히는 日부동산 거품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쿄 올림픽 특수를 노려 한층 높아진 도심 땅값의 경우 반년 사이 10% 넘게 떨어진 지역이 나타나는 등 하락세가 완연하다는 의미다.

올림픽 특수 노렸던 도심 지가는 하락 #재택근무로 사무실 임대 시장도 침체 #온라인 배송 늘며 교외 물류지 지가는 상승

코로나19 여파로 도쿄 긴자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도쿄 긴자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연합뉴스]

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 아사쿠사역 인근 상업지의 기준지가는 현재 1㎡당 160만엔(약 1760만원)으로 코로나19 영향이 없던 지난 1월에 비해 11.1% 하락했다.

당시 이곳 지가는 6개월 전보다 15.4% 오른 상태였다. 도쿄 올림픽에 맞춰 몇 년간 새로 들어선 호텔들이 외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폐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급상승한 지가 역시 내려갔다는 게 아사히신문의 분석이다. 미쓰이 스미토모 연구소 소속 바바 타카시(馬場高志) 투자 연구원은 이 매체에 “짧은 기간 열리는 올림픽을 위해 많은 시설을 만들어 공급과다 현상이 벌어졌다”며 “수요까지 줄어 향후 전망이 어둡다”고 올림픽 버블 붕괴를 우려했다.

신문은 도쿄만큼 나고야에서도 부동산 침체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나고야 증권거래소 빌딩 1~2층에 3년 전 입점한 대형 드러그스토어 쓰루하(ツルハドラッグ)는 이 같은 현상을 잘 보여준다. 나고야 번화가에서도 ‘명당’으로 불리는 이 자리는 지난 5월 쓰루하가 폐점한 뒤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아직도 비어있다. 평소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던 곳이 코로나19로 한산해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지 아사쿠사 센소지의 가미나리몬(雷門)의 모습. 평소 국내외 관광객으로 혼잡한 곳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썰렁한 모습이다. 중앙포토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지 아사쿠사 센소지의 가미나리몬(雷門)의 모습. 평소 국내외 관광객으로 혼잡한 곳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썰렁한 모습이다. 중앙포토

대도시의 침체는 주변지역으로 파급됐다. 나고야와 같은 경제권으로 분류되는 기후현은 관광객 감소 영향 등이 겹쳐 일본 전역을 통틀어 주택지, 상업지 모두 땅값 하락률 1위를 차지했다.

아사히신문은 또 재택근무 확산으로 사무실 임대 시장 역시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사무실 임대 중개업체 미키쇼지(三鬼商事)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평균 공실률은 도쿄에서 6개월 연속, 나고야에서 4개월 연속, 오사카에서 6개월 연속, 후쿠오카에서 5개월 연속 상승세였다.

이 중 특히 IT 기업이 모여있는 도쿄 시부야의 8월 공실률은 4.31%로 도쿄 평균 공실률인 3.07%를 웃돌았고, 1㎡당 임대료도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재택근무를 적극 도입한 IT 기업이 사무실을 축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전국의 음식점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구루나비(ぐるなび)라는 업체는 오는 12월까지 사무실 공간을 40% 줄일 방침이다.

반면 외출 자제로 인해 온라인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교외의 물류지 땅값은 상승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항과 시가지로 접근성이 좋은 오키나와현의 도미구스쿠(豊見城)의 지가 상승률은 지난해 대비 29.1%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사가현 도스(鳥栖)시가 3위를, 지바현 마쓰도(松戸)시가 4위를 차지한 것도 여러 도로가 겹치는 물류 중심지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아사히신문은 “물류시설 대기업인 야마토 하우스공업이 2021년까지의 관련 투자액을 3500억엔(약 3조8500억원)에서 6500억엔(약 7조1500억원)으로 수정 인상했다”며 “어떤 지역에선 코로나19가 지가 상승 요인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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