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재의 사람사진/ 정샘물
정샘물, 그 앞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91년부터 시작하여 이승연·고소영·김태희·이효리·보아 등
연예인의 메이크업으로 이름나 ‘신의 손’으로 불리기도 한다.

얼굴의 단점에 덧칠하는 대신 고유함을 살려야 한다는 게 그의 메이크업 철학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를 처음 본 건 26년 전이다.
당시 그가 들고 다니던 가방이 여태 기억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변신 로봇처럼 펼쳐지는 가방 안엔 화장품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었다.
그 한치 빈틈없던 가방에서 오늘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비롯된 게다.
지난 9월 21일, 그는 대한사회복지회의 ‘아너패밀리’ 회원이 됐다.
‘아너패밀리’는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이다.
저서 『나는 오늘도 나를 믿는다』의 인세 등 2000만원 기부로
그의 누적 기부금이 1억원을 넘겼다.
바로 이 책 출간을 계기로 지난 6월에 그를 만났다.
그날 그는 결핍으로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버지의 사업이 기운 10대 후반부터 어렵게 생활했습니다.
빚쟁이들이 툭하면 집 대문을 두드릴 정도였습니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달려갔습니다.
식당에서 일하고, 백화점에서 옷도 팔았고. 아이를 돌봐 주기도 했고,
옷감 공장에서도 일했습니다. 다섯 남매가 있는 집의 소녀 가장이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의 로망인 그가 이런 고백을 한 건 ‘자신의 쓰임’ 때문이라고 했다.
“5년 전부터 20·30대 친구들을 멘토링하고 있습니다.
내 아픔을 통해 그들과 공감할 포인트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아버지 사업 실패로 인한 결핍 하나일 뿐인데,
그 내면의 아픔이 지금껏 나를 위축되게 한 거잖아요.
극복한 다른 이를 통해서 내가 치유 받았듯
내가 극복한 아픔이 그 친구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녀 가장에서 ‘신의 손’에 이른 그의 쓰임, 누군가의 위로가 되는 것이었다.

2006년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AAU(Academy of Art University)로 유학을 떠났다. 새로운 도전이었다.거기에서 순수 회화의 기본을 배웠고, 사람의 몸을 샅샅이 해부해 뼈를 그리는 법을 배우며 메이크업에 연결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