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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라이더도 근로자로 보호…총알배송 압박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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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6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 마실’에서 기업과 배달라이더 노조 간 자율협약식을 열었다. 왼쪽 넷째부터 이병훈 위원장(중앙대 교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박해웅 부사장. [사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6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 마실’에서 기업과 배달라이더 노조 간 자율협약식을 열었다. 왼쪽 넷째부터 이병훈 위원장(중앙대 교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박해웅 부사장. [사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프리랜서 배달기사를 사실상 근로자처럼 보호하기 위한 민간 자율 협약이 나왔다. 기업에 고용된 근로자와 업무 형태나 방식이 달라 제도권 밖에 있던 플랫폼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플랫폼노동자-기업 첫 자율협약 #배민·요기요 등 배달 3사 참여 #기사 7만5000명 권리 보호 약속 #노조 결성, 작업조건·보상 등 담아 #쿠팡도 “참여요청 오면 긍정 검토”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안 포럼’(이하 포럼)은 6일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배달 서비스업을 중심으로)’을 발표했다. 음식배달 플랫폼 앱 중에선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배달통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포럼에 참여했다, 배달대행 스타트업 스파이더크래프트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플랫폼 측으로 참여했다. 노동조합에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배달기사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이 참여했다.

플랫폼 노동자 일감 받는 플랫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플랫폼 노동자 일감 받는 플랫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포럼 위원장인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로자냐 아니냐로20여년간 소모적인 논쟁만 한 특수고용직(특고)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당사자와 전문가가 모여 새로운 노동형태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논의하고 합의한 결과”라며 “자율규범을 통해 새로운 상생의 생태계를 열어나가는 큰 변화의 물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은 ‘긱 워커’(gig worker)로 불리는 정보기술(IT) 기반 ‘플랫폼 노동’에 대해 기업과 종사자가 자율적으로 노동자 보호 방안을 만든 데 의미가 있다. 현행법(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에도 근로자를 보호하는 여러 제도적 장치가 있긴 하다. 그러나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 때문에 기업과 종사자 간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두고 많은 소송이 이어졌다. 이번 자율협약은 법률상 근로자가 아니어도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금노동자로 법이 간주하는 사람은 그 보호를 받지만, 거기서 제외된 사람도 협약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약서에는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부터 공정한 계약을 체결하는 원칙, 배달기사의 작업조건과 보상, 안전과 보건 등 배달업을 둘러싼 다양한 현안에 대한 원칙을 담았다. 계약서를 쓰도록 했고 배달 기사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만큼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규정했다. 배달 콜이 배분되는 기준(숙련도·운송수단·지역·인적특성 등)도 플랫폼이 배달기사에게 알려주도록 했다. 산재보험 가입을 플랫폼이 독려하도록 했으며 기사에게 빠른 배달을 압박하는 행위도 자제하도록 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민간에서 처음으로 노사가 논의해 자발적 협약을 만들어냈다”며 “플랫폼 종사자의 안전과 권익 보호에 힘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달음식 월별 거래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배달음식 월별 거래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의미 있는 성과지만 한계도 있다. 협약에 참여한 플랫폼은 총 3개사로 여기서 활동 중인 배달 기사는 약 7만5000명이다. 참여하지 않은 쿠팡이츠와 배달대행업체 생각대로·부릉·바로고 등은 협약을 지킬 의무가 없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여러 기업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협약에 참여했는데, 이로 인해 (협약 불참 기업보다) 경쟁력이 떨어져선 안 된다”며 “상생하는 기업이 경쟁력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츠는 주문 여러 건을 배달 기사에게 제한 시간 내에 소화하도록 요구하지 않고, 산재보험 적용 등 안전을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협약 참여 요청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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