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없는 '침묵의 위협자'···노벨상으로 본 C형간염 완치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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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노벨상을 발표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C형 간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노벨상을 발표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C형 간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웨덴의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2020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하는 데 공헌한 과학자 3명을 선정했다. 거닐라 칼슨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박사는 수상 배경을 설명하며 “C형 간염은 만성 혈관염증을 일으키고 수십 년에 걸쳐 간의 기능을 파괴한다”며 “이 질병은 조용하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누가 옮겼는지 명확하게 알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침묵의 위협자'가 치료 가능한 질환이 되기까지

칼슨 박사의 설명처럼, 바이러스의 존재가 밝혀지기 전 C형 간염은 ‘침묵의 위협자’로 불렸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3명의 과학자는 미지의 존재였던 C형 간염을 발견하고 규명함으로써 치료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2020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3명의 과학자. 왼쪽부터 하비 J.알터 미국 국립보건원(NIH) 박사, 마이클 호턴 캐나다 알버타대 교수, 찰스 M.라이스 미국 록펠러대학교 교수 [AFP=연합뉴스]

2020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3명의 과학자. 왼쪽부터 하비 J.알터 미국 국립보건원(NIH) 박사, 마이클 호턴 캐나다 알버타대 교수, 찰스 M.라이스 미국 록펠러대학교 교수 [AFP=연합뉴스]

C형 간염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가 혈액으로 침입해 간세포에 머무르면서 간세포들이 파괴되고 간경변과 간암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른 간염 바이러스와 달리  피로ㆍ오심ㆍ구토ㆍ복부 통증 등의 증상을 느끼지 않는 무증상 환자가 대부분인 것도 C형 간염의 특징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50~80%는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는데, 만성간염의 10~30%는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

C형 간염 바이러스(HCV)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마찬가지로 RNA 계열 바이러스다. 상대적으로 변이가 심해 백신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아직 C형 간염을 예방할 수 있는 약은 없다는 의미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조기 검진을 통해 감염 여부를 빠르게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C형 간염은 혈액을 매개로 하는 감염병이라 대화나 식사 등의 일상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 등에서 감염되는 A형 간염과는 다르다. C형 간염은 소독하지 않은 바늘이나 침으로 시술을 받는 경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문신ㆍ피어싱ㆍ네일 케어 등을 받는 경우 감염 우려가 있다. 가족 중에 C형 간염 환자가 있다면 면도기나 칫솔·손톱깎이 등의 용품은 함께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30만명 감염 예상되는데…진료받은 사람은 4만명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C형 간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4만명 정도다. 그러나 검사율이 낮고 대부분 증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감염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파악된 국내 감염자는 약 30만 명 정도다.

세균성 간염 감염 후 간암까지의 단계 [자료 노벨위원회]

세균성 간염 감염 후 간암까지의 단계 [자료 노벨위원회]

하지만 C형 간염은 치료제가 있는 병이다. 최종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015년 이후 완치 가능한 C형 간염 바이러스 경구 항바이러스제가 나와 있다”며 “현재 95% 이상의 C형 간염 바이러스 환자가 치료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까지 1964년 대상 C형 간염 검사 시범사업

질병관리청은 지난 9월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1964년을 대상으로 무료 C형 간염 검사를 하는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 C형 간염 항체 양성률이 55세부터 1.6%로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올해 일반건강검진 대상자 중 1964년생을 시범사업 대상으로 정했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향후 국가검진 항목에 C형간염을 포함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대한간학회는 “예방 백신은 없지만 조기 발견 시 일정 기간 약물 치료로 완치가 가능해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라며 “이번 시범사업이 향후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에 필요한 중요한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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