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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나무 태우는 바이오매스' 오염물 석탄 뺨치는데 보조금

중앙일보

입력

나무를 태워 얻는 에너지는 석탄을 태워 얻는 에너지보다 친환경적일까? 목재를 이용한 발전소도 석탄화력발전소만큼이나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내뿜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석탄화력발전소보다 많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앙포도

나무를 태워 얻는 에너지는 석탄을 태워 얻는 에너지보다 친환경적일까? 목재를 이용한 발전소도 석탄화력발전소만큼이나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내뿜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석탄화력발전소보다 많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앙포도

나무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게 석탄 발전보다 환경에 이로울까?

지난달 28일 대구·전남 광양의 주민들과 환경시민단체 기후솔루션은 “현행 신재생에너지법이 환경권과 재산권, 평등권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구와 광양은 바이오매스 발전소 건설을 놓고 지역 갈등이 진행 중인 곳이다.

 이들은 바이오매스를 신재생에너지로 규정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 시행령'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규정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및 연료 혼합의무화제도 관리·운영지침'을 문제 삼았다.

바이오매스 발전이 기존 석탄화력이나 가스발전과 다름없이 대기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를 뿜는데도, 바이오매스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해 보조금을 지원한 탓에 대기를 오염시키고 산림을 파괴한다는 주장이다.

2020년 9월 28일 기후솔루션과 시민 60여명이 '정부가 바이오매스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건 국민의 환경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기후솔루션

2020년 9월 28일 기후솔루션과 시민 60여명이 '정부가 바이오매스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건 국민의 환경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기후솔루션

수만 년 땅속에 묻혀 탄소가 고농축된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와 달리, 바이오매스는 최근 쓰고 남은 나무 등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든다. 공사 후 남은 폐목제, 폐목재를 잘게 쪼갠 우드칩, 톱밥 등 나무 가공에서 나온 재료를 모아 다져 압축한 목재 펠릿(pellet), 바이오 SRF 등이 포함된다.

잔가지와 폐목재 조각 등을 분쇄, 압축해 만든 우드펠릿은 일반 목재보다 운송이 쉽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 '압축한 나무'인 셈이다. 중앙포토

잔가지와 폐목재 조각 등을 분쇄, 압축해 만든 우드펠릿은 일반 목재보다 운송이 쉽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 '압축한 나무'인 셈이다. 중앙포토

발전소에서 주로 쓰는 목재 펠릿은 지름 2~5mm의 원기둥이나 총알 모양이다. 다른 나무 땔감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크기와 모양이 균일해 다루기 편하고, 운송이 쉽다는 장점을 가졌다.

현행 법률과 정부 규정에 따르면 바이오매스는 쓰고 남은 나무를 쓴다는 이유로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된다. 태양광‧풍력발전과 똑같이 보조금 지급 대상이다.

하지만 바이오매스 발전소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 등은 목재 펠릿을 태울 때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물질이 석탄화력발전소에 못지않게 나올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LNG 발전소보다 더 많다고 지적한다.

나무 태워도 석탄만큼 오염물질 나오는데…

'친환경'이라는 인식이 강한 바이오매스는 산림청도 나서서 만드는 상품이기도 하다. 산림청에서 남은 목재를 활용해 목재 펠릿, 목재 칩 등을 만드는 기업도 많다. 지난 5월 최병암 산림청 차장이 괴산군의 바이오매스 생산기업을 방문한 모습. 사진 산림청

'친환경'이라는 인식이 강한 바이오매스는 산림청도 나서서 만드는 상품이기도 하다. 산림청에서 남은 목재를 활용해 목재 펠릿, 목재 칩 등을 만드는 기업도 많다. 지난 5월 최병암 산림청 차장이 괴산군의 바이오매스 생산기업을 방문한 모습. 사진 산림청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한국남동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목재 펠릿만 사용하는 한국남동발전의 영동1호기는 2019년 총 62톤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 1㎿h당 0.074㎏이 나왔다. 반면 같은 기간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 5·6호기는 1㎿h당 0.03㎏, 가스발전을 하는 인천복합발전소는 1㎿h당 0.007㎏를 배출했다.

즉, 목재 펠릿을 쓰는 영동1호기의 전력생산량 대비 오염물질 배출량이 석탄발전소인 영흥 5·6호기나 인천 가스복합발전소에 비해 많았다는 얘기다. '바이오매스가 화석연료보다 오염물질이 적다'는 인식과는 정반대 결과다.

신재생에너지가 뿜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빼고' 산정

온실가스 측면에서도 바이오매스가 낫다고 보기 어렵다.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영동 1호기는 1㎿h당 0.026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같은 기간 인천복합발전소(가스발전)는 1㎿h당 0.414톤, 영흥 5·6호기(석탄발전)는 1㎿h당 0.848톤을 배출했다.

이 수치만 보면 영동 1호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게 보인다. 하지만 기후솔루션 측은 산정방식의 차이에 의한 '착시'라고 설명했다. 석탄·가스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엔 이산화탄소 등 모든 종류의 온실가스가 포함되지만 목재 펠릿을 사용하는 발전소의 배출량에선 이산화탄소를 제외하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 측은 "연료가 가진 탄소 함량과 한국남동발전이 밝힌 함수율 등을 적용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추산하니 영동 1호기는 1㎿h당 0.86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포함하면 바이오매스가 석탄발전(영흥 5·6호기)보다 더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목재팰릿(바이오매스 주원료) 수입량.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목재팰릿(바이오매스 주원료) 수입량.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부, 탄소 덩어리에 '신재생'이라며 보조금 지급"

한국에서 목재 펠릿을 활용한 발전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전체 신재생에너지원 중 바이오매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2%에서 2018년 27.4%로 5배 넘게 늘었다.

발전사들이 기존 석탄발전설비를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한 바이오매스로 돌렸기 때문이다. 현재 500㎿ 이상 석탄·원자력·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사들은 2023년까지 총 발전량의 10%를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 공급해야 한다.

그래서 발전사 입장에선 기존의 석탄화력 설비에 들어가는 연료만 바꾸면 되는 바이오매스가 매력적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돼 보조금도 지급된다. "정부가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면서 재생에너지 시장을 교란하는 악영향을 끼쳤다"(계명대 환경방재시스템학과 김해동 교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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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을 낸 기후솔루션의 김주진 대표는 "2015년 UN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바이오매스는 탄소중립이 아니다'라고 공표했는데도 여전히 바이오매스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는 건 비과학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유럽과 일본, 영국 등지에서도 바이오매스를 다른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바이오매스는 탄소중립이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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