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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쪼개고 시설 바꾸고…'편법 논란' 대형학원 "제재 기준이 문제"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이후 서울 양천구 목동 종로학원에 휴원안내가 붙어 있다. 뉴스1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이후 서울 양천구 목동 종로학원에 휴원안내가 붙어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300명 이상 대형학원이 한 달 넘게 운영 중단된 가운데 법인을 분리해 덩치를 줄인 뒤 학원 운영을 재개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법인 쪼개기'다. 강의실 규모를 줄여 아예 중소형학원으로 재등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편법이라는 비난이 일지만, 이를 계기로 학원 운영 제재 조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 분리해 소형학원 2개로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뉴스1

4일 학원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 대치동, 목동 등에서는 300명 이상 대형학원이 과목별·수준별로 법인을 분리 등록하는 법인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 국·영·수를 가르치는 종합학원이 국어·수학학원과 영어 학원으로 법인을 분리하거나 내신반·선행반을 각각의 소형학원으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이들 학원은 법적으로는 별개지만 운영 주체가 같고 동일한 강사가 수업한다. 층만 다를 뿐 같은 건물에 위치한 경우도 있어 사실상 하나의 학원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국어·논술학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예전에는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인을 쪼개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엔 대형학원 운영 중단을 피하는 방편으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편법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학원 입장에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덧붙였다.

중소형학원으로 시설변경도

강남 종로학원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강사가 실시간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강남 종로학원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강사가 실시간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기존 대형학원이 중소형학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각 시도교육지원청에 시설변경 신청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부는 학원설립운영등록증에 기재한 일시수용능력인원을 기준으로 학원 규모를 나눈다. 강의실 1㎡당 수용인원을 1명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규모가 300㎡ 이상이면 300명 이상 대형학원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수강생 규모가 300명 미만인 일부 학원은 고위험시설 지정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강의실 규모를 축소 조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덕희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장은 "대형학원 운영 중단 조치 이후 시설변경 민원이 늘어났다"며 "실제 인원수에 맞게 규모를 줄이겠다고 신청하면 실사 후 변경 사항이 맞는지 확인하고 처리한다"고 말했다.

"운영 제한 기준 바꾸자" 주장 나와  

서울 시내의 한 음악학원이 한시적 운영중단으로 불이 꺼져 있다.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음악학원이 한시적 운영중단으로 불이 꺼져 있다. 뉴스1

이러다 보니 학원가에선 학원 운영 제한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실제 등록 인원을 기준으로 학원의 고위험군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예능 계열 학원을 운영한다는 이 청원인은 "등록 수강생은 200명이지만 일시수용능력인원이 700명에 육박하는 규모라서 한 강의실에 20명도 안 되는 학생이 거리를 유지하고 수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쾌적한 환경을 포기하고 강의실을 줄이고 없애야 수업을 재개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방역 원칙 준수를 전제로 대형학원의 조건부 운영을 허용해달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전시는 지난 10일부터 300명 이상 대형학원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집합제한으로 완화했다. 이 지역 대형학원은 수강생들이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책상 거리를 1m 이상 유지한 채로 수업할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부산·광주·강원·충남 등도 대형학원에 대한 집합금지를 해제했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은 "모호한 기준으로 학원 운영을 제한하다 보니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수험생만이라도 제한적으로 대형학원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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