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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경종 울린 ‘큰 물음표’…질문에 대한 대안 아쉬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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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9월 회의가 지난달 29일 열렸다. 김우식(KAIST 이사장) 위원장을 포함한 12명의 위원들은 한 달간 지면과 온라인에 보도된 기사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날카로운 비판과 애정 어린 조언이 오갔던 이날의 워딩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회의에는 김현기 편집국장과 김정하 정치디렉터도 참석했다.

김우식 위원장(KAIST 이사장)
5만7000원으로 산 마트 식품
사진으로 재치있게 물가 비교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대한민국에 묻다’ 창간기획 기사
원로·현인 목소리 좀더 담았으면 

금태섭 변호사
선거 노리는 정치권 편가르기
공공성 훼손 관점서 짚었어야 

지난 29일 열린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에선 9월 한 달간 지면과 디지털로 보도된 기사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맨 오른쪽 김우식(KAIST 이사장) 위원장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호인, 양인집, 우정엽 위원. 한 사람 건너 민영, 김은미, 임유진, 김동조, 금태섭, 전병율 위원.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김소연, 나동현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임현동 기자

지난 29일 열린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에선 9월 한 달간 지면과 디지털로 보도된 기사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맨 오른쪽 김우식(KAIST 이사장) 위원장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호인, 양인집, 우정엽 위원. 한 사람 건너 민영, 김은미, 임유진, 김동조, 금태섭, 전병율 위원.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김소연, 나동현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임현동 기자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창간기획 ‘큰 물음표, 대한민국에 묻다’는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였다. 특히 28일자 1면에서 “좋은 질문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컨셉이 좋았다. 다만 1회 ‘편 가르기’의 대안으로 사회 원로나 현인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김은미 서울대 교수=빅 퀘스천을 던진다는 기획 자체는 55주년에 걸맞다. 그러나 ‘편 가르기는 죄인가’라는 1회의 제목이 김호기·강원택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잘 요약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제목만 보면 ‘죄가 아니란 이야긴가’ 의문을 갖게 되는데, 읽어보면 ‘죄란 거구나’ 생각하게 돼 독자에게 혼란을 준다.

▶금태섭 변호사=지지자를 결집하기 위해 일부러 편을 가른 세력이 선거에서 크게 승리했다. 득표율만 생각하면 정치인 입장에선 편 가르기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편을 가르는 정치인의 동기와 선거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짚어주고, 궁극적으로 공공성을 해치기 때문에 문제라는 식으로 논지를 이어갔으면 더욱 좋았겠다.

▶민영 고려대 교수=좋은 질문을 통해 사회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자는 제안은 의미가 크고 앞으로도 계속 됐으면 좋겠다. 갈등은 사회 발전의 필연적 결과물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 관점에서 좀 더 총체적이고 근본적으로 진단하는 시도를 해봤으면 한다.

▶김우식 KAIST 이사장=‘기후재앙 자연의 비명’ 기획도 좋았다. 한라산 크리스마스 나무의 죽음, 붕괴되는 그린란드 빙하 등 자연재해 현상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다만 우리가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할지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짚어주지 못한 게 아쉬웠다.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후보지 순천 의사 임명 … ’ 기사
내밀한 이야기 깊게 잘 파고들어 

김소연 뉴닉 대표
‘기후재앙 자연의 비명’ 기획
먼 나라 아닌 한국 일로 잘 다뤄 

김은미 서울대 교수
‘정부는 무계획, 군은 나사 빠졌다’
노무현 때 인사들 말 적절히 인용 

▶김소연 뉴닉 대표=25일 기후행동의 날과 맞물려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 특히 기후변화 하면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이번 기획에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위기 현상을 생생한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줘 통쾌한 마음이 들었다.

▶임유진 강원대 교수=굉장히 좋은 기획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새로운 내용은 많지 않았다. 빙하가 녹고 이상고온이 지속되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고 왜 심각한지 피부에 와 닿게 설명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양인집 어니컴 대표=14일자 경제섹션 1면 ‘빚투·영끌에 신용대출 광속 증가’ 기사에 나온 ‘빚투’ ‘영끌’ 표현은 최근 나온 말이다. 트렌드를 반영하는 뜻이란 건 알겠지만 이 말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또 ‘신용대출 광속 증가’란 표현은 지나친 과장이다. 자극적 제목은 삼가고 편안하게 신문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임유진=‘영끌’이란 표현은 저도 거슬린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실패했다는 기사가 굉장히 많았다. 특히 2·3·19·20일자 등 지면에 ‘영끌’이란 표현이 계속 나오는데 ‘뭔가 하나 잡았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강경한 모습이다. 권위 있는 언론으로서 이런 표현을 과하게 쓰는 것은 위상에 맞지 않는다.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28일자 12면 ‘독감백신 상온 유통 불안, 비행기 타고 서울 와 맞았죠’ 기사는 전문가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극단적 사례를 다뤘다. 잘못된 것은 비판해야 옳지만, 굳이 이런 제목으로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동현 크리에이터(대도서관)
‘코로나 시대의 쓰레기 대란’ 시론
사소한 듯 중요한 환경 문제 간파 

민영 고려대 교수
전교조 합법화 기사에 진영논리
시대흐름 반영해 설득력 담아야

양인집 어니컴 대표
‘문 대통령 측근 편법월급’ 기사
언론이 감사원 중립성 받쳐줘

▶양인집=7일자 경제섹션 2면에 ‘삼성 스마트폰 1위 유지, 올해 애플에 2위 뺏긴 화웨이 내년엔 몰락’ 기사가 실렸다. 2·3위의 차이가 불과 0.2%고 화웨이는 내년에도 1억900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팔 것이라고 예측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제외한 각종 장비의 점유율이 유럽 등에선 1위다. 그런데 어떻게 ‘몰락’이라는 표현을 쓰나. 너무 과한 제목이다.

▶김은미=28일자 8면 ‘노무현 때 정보맨들, 정부는 무계획 군은 나사 빠졌다’ 기사는 현명함이 돋보였다. 정권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으니 노무현 정부 인사들로 한정해 인터뷰 했다. 그런데 디지털엔 ‘김정은 손바닥서 놀아났다’란 제목이 달렸다. 실제 손바닥에서 놀아났는지 팩트 확인이 안 된 상황에서 객관성이 결여된 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민영=28일자 2면 ‘명절 스트레스 해방된 며느리, 결혼하고 이런 추석 처음’ 기사는 코로나19로 바뀌어버린 명절 풍경을 잘 짚었다. 그러나 디지털에선 ‘살다살다 이런 추석은 처음…코로나 핑계대는 아내 얄밉다’는 제목이 달렸다. 댓글에선 남녀가 서로 나뉘어 싸우고 있더라. 논란을 유발하는 일부 표현들이 섞여 있어 갈등을 조장하고 심화시킬 수 있다. 중앙일보는 이런 걸 지양하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한다.

▶김소연=저도 비슷한 생각이다. 갈등과 혐오의 프레임을 재생산하는 느낌이다. 명절에 일하지 않는 아내를 남편이 비난하는 가정된 상황부터 가부장적이다. 여성차별적 프레임으로 트래픽을 얻는 것은 실망스럽다. 미디어가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이용해선 안 된다. 오히려 편협한 시각이 담지 못하는 현실을 따끔하게 짚어주는 것이 미디어의 역할이다.

▶민영=4일자 1면 전교조 합법화 기사는 너무 진영 논리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반대되는 두 입장 중 어느 쪽 근거가 타당하고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지 좀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하면 좋았을 것이다. 5일자 사설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국제노동기구의 권고와 사회적 흐름을 반영한다는 의미를 밝혔는데, 좀 더 균형감 있게 해석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SNS 회자되는 짧은 글 기사화
과연 적절한지 고민하고 개선을 

임유진 강원대 교수
영끌이란 표현 너무 자주 등장
언론이 과하게 쓰는 건 좋지 않아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
비행기로 상경해 독감백신 접종
극단적 사례 앞세워 불안감 조성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디지털 뉴스에서 거의 댓글 수준의 글을 소개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 같다. SNS에서 회자되는 짧은 글을 일일이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앙일보 정도의 전통 매체는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바꿔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동현 크리에이터=18일자 시론 ‘코로나 시대의 쓰레기 대란, 슬기롭게 대처하려면’이 매우 좋았다. 모두 어렵고 힘든 시기에 자칫 거창한 것에만 눈길을 주기 마련인데,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정말로 중요한 환경 문제를 다뤄 세심함이 돋보였다. 반면 16일자 시시각각 ‘K웹툰의 시대, 그리고 네이버’는 아쉽다. 언론의 자유만큼 창작의 자유도 중요한데, 사회적으로 깊은 논의가 필요한 주제를 편향된 논조로 다룬 느낌이다.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3일자 23면 ‘후보지 순천 의사 임명…정부는 다 계획이 있었다’ 기사는 의료계 내부에서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이야기를 과감하게 보도했다. 현 정권이 의료 시스템을 영국·캐나다처럼 공공의료로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상황에서 내밀한 이야기를 심층성 있게 잘 취재했다.

▶김우식=9일자 1면에 5만7000원으로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식품을 사진으로 잘 보여줬다. 2019·2020년을 비교했는데 심플하면서도 재치 있는 기사였다. 쉽게 사진으로 처리하면서도 작년에 비해 올해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타냈다. 이런 게 중앙일보의 실력이고 품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인집=18일자 1면 ‘최재형, 문 대통령 측근 편법 월급 적발’ 특종기사는 다른 신문들이 모두 받아썼다. 감사원이 소신 있게 일한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감사원이 정치적 판단 없이 정의롭게 일할 수 있도록 언론이 잘 받쳐줬다. 22일자 28면 ‘긴즈버그의 오페라 사랑법’ 기사는 다른 언론에선 볼 수 없던 신선한 내용이었다. 인간적 면모를 잘 보여줬다.

▶우정엽=모바일 뉴스를 볼 때 관련 이슈끼리 모아서 배치를 했으면 좋겠다. 현재는 트럼프 소식이 나오다가 갑자기 코로나19 기사가 나오는 식이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는 모바일에서 단순히 소비자가 원하는 걸 그대로 노출시키기보다 적극적으로 언론사의 특성이 드러나도록 편집한다. 단순히 시대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리드한다는 느낌을 준다.

정리=윤석만 사회에디터
도움=김소영 인턴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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