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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내려도 꿈쩍않던 증권사 대출금리, 산정방식 개편한다

중앙일보

입력

증권사에서 신용거래융자를 받을 때 적용되는 대출금리가 ‘깜깜이’ 산정방식을 벗어난다. 오는 11월부터 증권사들은 대출금리를 매월 재산정하고 이를 상세히 설명하는 대출 설명서를 차주에게 제공해야 한다.

증권사 대출금리 산정방식이 바뀐다. 셔터스톡

증권사 대출금리 산정방식이 바뀐다. 셔터스톡

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가 대출금리를 매월 재산정해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간 증권사의 대출금리 산정방식이 지나치게 ‘깜깜이’라는 지적에 따른 개선책이다. 현재 증권사에서 신용거래융자를 받을 때 적용되는 대출금리는 지난 2018년 마련된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에 따라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산정한 조달금리와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 등을 더해 결정되고 있다. 환매조건부채권(RP), 기업어음(CP) 등 조달자금 구성 및 비중에 따라 자체적으로 조달금리 산정방식이 달라 증권사별로 금리가 천차만별이었다.

증권사 대출금리는 5~8% 요지부동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대출금리는 떨어졌지만 증권사 대출금리는 제자리였다. 셔터스톡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대출금리는 떨어졌지만 증권사 대출금리는 제자리였다. 셔터스톡

또 시중금리는 정책금리가 ‘제로금리’로 내려감에 따라 인하되고 있지만, 증권사 대출금리는 조정되지 않았다는 게 금융당국 지적이다. 실제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최저 연 1~2%대까지 떨어진 데 비해 증권사 대출금리는 여전히 연 5~8%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최근 정책금리가 3번 인하되면서 시중금리는 인하되고 있지만 증권사 대출금리는 한 번만 조정하거나 조정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금리 공시를 지연하거나 누락하는 등 관련 정보 제공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증권사는 조달금리 대신 시장금리나 지표금리 같은 기준금리를 써야 하고, 이를 매월 재산정해야 한다. 가산금리도 구성항목별로 매월 재산정해 반영해야 한다. 또 총대출금리 외에도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각각 구분해서 표시한 대출 설명서를 차주에게 제공해야 한다. 대출금리 재산정 결과도 금융투자협회에 매월 보고될 예정이다. 단 기준금리와 실제 조달비용의 차이는 가산금리 항목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신설해 반영하고, 증권사 여건에 따라 가산금리 항목별로 재산정 주기를 달리 정할 수 있다.

신용거래융자뿐 아니라 증권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이 같은 모범규준이 적용된다. 증권담보대출은 증권 등을 소유하고 있는 투자자에게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거래를 뜻하는데, 그간 대출금리 모범규준은 신용거래융자에만 적용되고 이와 기능이 유사한 증권담보대출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11월부터 매월 대출금리 산정

최근 빚내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셔터스톡

최근 빚내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셔터스톡

금투협이 이달 내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개정하면 증권사들은 11월부터 매월 대출금리를 새로 산정하고 공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내년 1분기 중 이 같은 산정방식이 증권사 내규에 적절히 반영되고 운영되는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증권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준금리 도입 여부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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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시장에서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자 당국이 이 같은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8월 현재 증권사의 신용공여 규모는 총 34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신용거래융자가 16조2000억원, 증권담보대출이 17조8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말 대비 총 7조5000억원 급증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증권사는 은행과 자금조달 방식이 다른데, 당국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내세웠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여신과 수신 기능을 함께 갖고 있어서 자금융통이 원활한 은행과 그렇지 않은 증권사의 대출금리 산정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당국이 이 같은 차이를 간과했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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