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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성범죄 늘어나는데…징계에 8개월 걸리는 서울대

중앙일보

입력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서울대가 성범죄에 연루된 교원을 징계하는데 평균 8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범죄 교원에 대한 학교 측의 늑장 대응이 피해를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교원 성비위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16년에서 올해까지 발생한 교원 성범죄 사건 중 징계가 이뤄진 3건의 처리 기간은 평균 248.6일이다. 징계 요구 뒤 확정 때까지 8개월 넘게 걸렸다는 얘기다.

제자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서어서문학과 A교수의 경우 2018년 7월 피해 학생이 신고를 접수했지만, 징계 확정은 지난해 8월에야 이뤄져 총 414일이 걸렸다. 징계가 확정된 나머지 두 사건은 징계까지 각각 129일, 203일이 소요됐다.

자체 규정을 위반한 사례도 확인됐다. 지난해 발생한 음대 교수의 학생 성추행 사건은 지난 4월 징계 요구가 있었지만, 아직 징계위 심의에 머물러 있다. 교원 성범죄에 대한 징계 요구가 있을 경우 30일 이내, 부득이한 경우 최장 60일 안에 징계 의결을 해야 한다는 서울대 자체 규정을 어겼다.

'A교수 파면하라' 구호외치는 학생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지도제자를 성추행한 의혹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서어서문학과 A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투쟁 중인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18일 오전 서울 관악캠퍼스에서 경과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A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15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이수빈 인문대 학생회장이 17일 건강악화로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입원했으며, 18일 오전 학생과 학교 측이 면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4.18   jieu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교수 파면하라' 구호외치는 학생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지도제자를 성추행한 의혹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서어서문학과 A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투쟁 중인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18일 오전 서울 관악캠퍼스에서 경과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A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15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이수빈 인문대 학생회장이 17일 건강악화로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입원했으며, 18일 오전 학생과 학교 측이 면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4.18 jieu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평균 8개월로 집계된 서울대의 성범죄 연루 교원에 대한 징계 처리 기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현재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서울대 내 성범죄 사건 2건은 각각 2018년, 2019년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아직 심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학생들은 "늑장 대응"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월 서울대 학생들은 성범죄 연루 교수에 대한 징계 수위를 투표할 수 있는 ‘모의 교원징계위원회’ 사이트를 열었다. 파면·해임 등 징계 수위를 선택할 수 있는 이 사이트는 실제 법적 효력은 없으나, 학생들의 여론을 모아 학교가 징계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위해 만들어졌다.

대학에서 학생을 상대로 한 교원의 성범죄는 빠르게 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5개 국립대와 소속 인권센터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0건에 그쳤던 학생을 상대로 한 교수의 성범죄가 지난해 2.2배 뛴 22건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학생 간에 일어난 성범죄 사건은 1.3배 증가했다.

김철민 의원은 "대학 내에서 매년 교원 성비위가 발생하고 있지만, 학교의 늑장 대응으로 피해 학생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며 "피해자 보호와 처벌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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