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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인가, 의사인가…코로나 환자 위해 기타 든 '낭만닥터'

중앙일보

입력

미국 시카고의 한 병원에서 환자 손을 잡아주고 있는 의료진의 손. AP=연합뉴스

미국 시카고의 한 병원에서 환자 손을 잡아주고 있는 의료진의 손. AP=연합뉴스

지난 8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실내 체육관에 커다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흥겨운 기타 선율과 함께였죠. 관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가수는 중년 여성입니다. 이곳은 코로나 환자들을 위한 격리 치료 센터인데요. 그가 난관에 기대 부르는 선율은 쥐죽은 듯 조용하던 체육관을 가득 채웠습니다.

[영상] 노래로 치유하는 각국 의사들

1분 넘는 '단독 콘서트'의 주인공은 올해 58세인 의사 아드리아나 페르난데즈입니다. 곧 그의 노래는 화제가 됐습니다. 뛰어난 '목소리'로 바이러스에 지친 환자들을 치유했기 때문이죠. 유명 가수까지 그의 노래에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전 세계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누적 환자 수가 3000만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사망자 수도 100만명을 넘어 섰습니다. 의료 현장에서 24시간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은 지쳐만 갑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술에 더해 노래로 바이러스에 지친 환자들을 치유하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의사들이 부르는 치유의 노래, 직접 영상으로 확인해보시죠.

코로나 환자를 위해 기타 들고 노래 불러 화제가 된 아르헨티나 의사 아드리아나 페르난데즈. [CNN 캡처]

코로나 환자를 위해 기타 들고 노래 불러 화제가 된 아르헨티나 의사 아드리아나 페르난데즈. [CNN 캡처]

"어느 날 생각했어요. 그곳의 침묵을 깨트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나는 기타가 있으니 가져오겠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기타를 챙겨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페르난데즈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입니다.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는 여전히 환자만 바라봅니다. 진심이 담긴 노래를 들은 환자들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낭만 닥터'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코네티컷주의 의사 네이선 우드는 코로나 중환자들을 위해 소셜 미디어를 활용했습니다. 그는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 'Lean on me'를 열창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립 병원 병실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챙기는 의사의 모습. 의사들의 노력에도 코로나 환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립 병원 병실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챙기는 의사의 모습. 의사들의 노력에도 코로나 환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정형외과 의사 엘비스 프랑수아(34)는 '가수 뺨치는 의사'로 유명합니다. 소셜 미디어 팔로워 수만 27만명에 육박하고,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미국 국가를 부를 정도죠.

그런 그가 지난 4월 코로나 기금 모금을 위해 음반을 녹음했습니다. 'Imagine' 노래를 부르면서 75억 인류의 연대를 강조한 영상은 화제가 됐고, 최일선에서 일하는 동료 의료진을 향한 응원도 노랫말로 풀어냅니다.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으로 유명한 미국 의사 엘비스 프랑수아. [인스타그램 캡처]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으로 유명한 미국 의사 엘비스 프랑수아. [인스타그램 캡처]

중동에서도 마음을 어루만지는 의술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의 의사 모하메드 카림은 고령 여성 코로나 환자를 위해 '어머니의 사랑'이 주제인 노래를 불렀습니다. 잔뜩 긴장하고 있을 환자를 배려한 건데요.

이 동영상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이목이 쏠렸습니다. 그는 "노래는 코로나 환자들을 안심시키는 나만의 방법이다. 백신이 없기 때문에 노래 가사와 곡, 멜로디로 그들의 영혼을 고양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호 장구를 갖춘 채 중환자실로 들어서는 아르헨티나 의사의 모습. AP=연합뉴스

보호 장구를 갖춘 채 중환자실로 들어서는 아르헨티나 의사의 모습. AP=연합뉴스

전 세계를 집어삼킨 코로나 유행, 아직 출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자를 생각하는 의료진들의 노력이 이어진다면 조만간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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