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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1억 빌렸는데…이자 1500만원 아끼는 건 '한끗'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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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대출을 받을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뭘까요. 첫째로 한도, 둘째로 금리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상환방식도 앞선 두 가지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게 중요하면 얼마나 중요하겠냐구요? 만기일시상환과 원금균등상환, 그리고 원리금균등상환. 그 갈림길 끝엔 무엇이 있는지 금주머니가 알아봅니다.

대출이자, 상환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셔터스톡

대출이자, 상환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셔터스톡

#"내가 언제 원리금균등을!" 열 받은 고객들

=A씨는 지난해 7월 26일 ○○은행 ××지점에서 2억원어치 아파트 집단대출을 원금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신청해 승인받았다. 그런데 8월 28일, 원리금 1차 상환을 하려다 자기 대출이 원금균등분할상환이 아닌 원리금균등분할상환으로 돼있다는 걸 알게 됐다. A씨는 즉시 ××지점을 찾아가 항의했고, 대출신청서를 확인한 결과 담당 직원의 실수로 상환 방식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음날 A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신청했다.

[금주머니]

=B씨는 지난 6월 13일 대출모집인에게 원금균등분할상환방식의 아파트 잔금대출 상담을 받은 뒤 스마트폰을 통해 5억원어치 대출약정을 비대면으로 체결했다. 그런데 7월 8일 B씨가 확인해보니 대출 상환방식이 당초 상담 내용과 달리 원리금균등분할상환으로 돼 있었다. B씨는 은행 영업점에 상환방식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은행 직원은 "대출모집인이 작성한 대출신청서 양식으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틀 뒤 B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신청했다.

#원리금균등? 원금균등? 그게 뭐길래

대출금 상환방식 세가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출금 상환방식 세가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출을 갚는 방식은 크게 세가지다. '만기일시상환'은 대출받은 뒤 만기일까지는 이자만 내다가 만기 때 남은 이자와 대출 원금 전액을 한꺼번에 갚는 방식이다. 만기까지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초기 부담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만기 때 목돈이 필요하고 총 이자부담액이 가장 크다는 단점도 있다.

='원금균등분할상환'은 대출 원금을 대출기간으로 똑같이 나눠 갚고, 이자는 매회 남아있는 대출 원금 잔액에 대해서만 매기는 방식이다. 셋 중 이자 부담 금액이 가장 작다.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납부이자와 상환액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초기 상환부담이 큰 편이고, 매월 상환액이 조금씩 달라져 혼란스러울 수 있다.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은 대출 원금과 이자를 더한 금액을 만기일까지 매월 균등하게 상환하는 방식이다. 매월 갚아야 할 상환액(원금+이자)이 일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총 이자비용이 원금균등분할상환보다는 높다. 또 대출기간 초기에는 상환금액 중 이자 비율이 높다가 점차적으로 원금 비율이 높아지는 구조기 때문에, 대출기간 막판까지 원금 상환부담이 크다는 것도 단점이다.

#1억원 10년 빌리면서 1500만원 아끼기

=앞선 A씨와 B씨 사례처럼, 금융소비자들이 상환방식에 민감한 이유는 뭘까? 대출원금, 상환기간, 금리 등 조건이 동일해도 상환 방식에 따라 은행에 내야 하는 이자금 총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출금 상환방식 세가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출금 상환방식 세가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예를 들어 대출원금 1억원, 상환기간 10년(120개월), 금리 연 3% 기준으로 은행서 돈을 빌린다고 치자. 상환방식별 총 이자비용은 만기일시상환시 3000만원, 원금균등분할상환시 1513만원, 원리금균등분할상환시 1587만원이다. 만기일시상환 - 원리금균등분할상환 - 원금균등분할상환 순으로 내야 할 이자가 많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남는 원금의 크기가 각자 달라져서다. 만기일시상환은 만기일까지 원금이 그대로 남는다. 때문에 120개월 내내 원금 전액에 이자가 붙는다. 원금균등분할상환은 120개월간 일정 금액만큼의 원금이 계속 사라지는 구조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금액이 함께 줄어든다.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은 이자와 원금을 모두 더해 120개월분으로 똑같이 나눈 뒤, 여기에 맞춰 원금과 이자의 비율을 조정해가는 구조다. 처음부터 이자분을 다 계산하는 데다 끝으로 갈수록 원금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유리할 게 없다.

#뭘 골라야 할까?

=만기일시상환은 만기일까지 자금을 자유롭게 활용하고자 하거나 수익성 있는 투자를 계획한 경우, 또는 일시상환에 큰 부담이 없는 소액 신용대출에 적합하다. 원금균등분할상환은 이자비용을 아끼길 원하고, 꾸준한 수익이 있는 경우에 잘 맞는다.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은 매월 고정금액을 갚아나가길 원하면서 월급이 일정한 직장인이 이용할 만하다.

=내게 맞는 대출 상품이 궁금하다면 금감원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의 '금융상품한눈에' 코너가 유용하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상환방식에 따른 월평균 상환액도 확인할 수 있다. 은행연합회나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에서 '금융상품 비교공시'를 찾아가면 유형별(변동/고정), 상환방식별 대출상품 종류와 금리, 총 이자비용 부담을 조회할 수 있다.

#이제 와 마음에 안 들 땐 어떻게?

대출이자 계산. 셔터스톡

대출이자 계산. 셔터스톡

=이미 선택한 상환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면 어떡할까. 분할상환방식(원금균등분할상환↔원리금균등분할상환) 변경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채무상환능력평가 대상 대출이거나 주택투기지역 또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DTI(총부채상환비율)평가 조건부 적용 대출이 그런 경우다. 애당초 금융회사가 특정 상환방식만 제공하는 경우에도 변경이 어렵다.

=통상 대출기간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된다. 따라서 원리금균등분할을 원금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바꾸는 데 실패한 사람이라도 3년이 지나면 원금 중도상환을 통해 이자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은행에 따라서는 1년 이내에 대출원금의 10% 이내에는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원금상환이 가능한 경우도 일부 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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