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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직접 요리…식품·유통·호텔·급식업체까지 모조리 뛰어든 '이것'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4월 출범한 CJ제일제당의 밀키트 브랜드 쿡킷. 사진 CJ제일제당

지난해 4월 출범한 CJ제일제당의 밀키트 브랜드 쿡킷. 사진 CJ제일제당

서울 도화동에 사는 워킹맘 박모(38)씨는 요즘 밀키트를 골라 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 밀푀유나베, 불고기 전골, 마라탕, 감바스 알 아히요 등 날마다 메뉴를 바꿀 수 있는 데다 치솟는 채솟값을 고려하면 가격도 아주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올 추석 연휴에는 백종원이 출시한 제육 비빔면과 파육개장을 먹어볼 계획이다. 김씨는 “밀키트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집에서 밥을 차렸는지 모르겠다”며 “신세계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알맞은 양의 양념, 조리법 등을 세트로 구성해 판매하는 밀키트가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택이 일상화되면서 직접 요리하는 집밥에 대한 수요가 커진 덕이다.

밀키트 시장, 스타트업이 열고 대기업이 키워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직원이 이마트 피코크 브랜드의 밀키트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직원이 이마트 피코크 브랜드의 밀키트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밀키트는 2007년 스웨덴에서 처음 만들어진 용어지만, 2012년 미국 뉴욕에서 소비자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블루 에이프런이 쿠킹박스라는 콘셉트로 레시피와 식재료를 새벽 배달하면서 밀키트 시장을 키웠다. 블루 에이프런은 단숨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밀키트 시장은 2016년 닥터키친, 프레시지 등 스타트업이 열었다. 이후 1년만에 동원홈푸드, 한국야쿠르트, GS리테일 등 대기업이 차례로 뛰어들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밀키트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은 CJ제일제당, 롯데마트, 이마트, 현대백화점, SPC삼립, 신세계조선호텔, 삼성웰스토리, 프레시지, 프렙, 마이쉐프, 테이스트샵 등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스타트업까지 30여곳이 넘는다.

특히 식품회사는 물론 유통업체 심지어 배달·호텔·급식업체까지도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며 업종 간 경계를 허무는 이유는 밀키트를 만드는데 특별한 제조 공정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식자재를 손질해서 포장할 뿐, 제조공정이 필요한 건 소스 정도가 전부다. 대량의 가공식품을 만들기 위해 기계설비가 필요한 기존 식품 사업과는 다르다.

인스턴트 아닌 신선한 재료…소비자 죄책감 덜어줘   

프레시지의 밀키트 재료 구성. 스테이크용 고기와 채소, 소스까지 포함되어 있다. 배정원 기자

프레시지의 밀키트 재료 구성. 스테이크용 고기와 채소, 소스까지 포함되어 있다. 배정원 기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불과 3년 전만해도 15억원에 불과했던 밀키트 시장 규모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1000억원대로 성장했고, 2024년 7000억 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밀키트의 현재 성장 속도를 보면 시장 전망치를 가뿐히 웃돌 정도로 급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경우 올 들어 밀키트 매출이 매달 20%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에서도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판매된 밀키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밀키트는 신선한 식재료로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점에서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가정간편식(HMR)과 구분된다. 박씨는 “평일에는 주로 포장 음식이나 가공식품을 데워 아이에게 먹이다 보니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밀키트 덕분에 15분 정도면 요리를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밀키트는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는 20·30세대 뿐 아니라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50·60세대 중장년층까지도 타깃층으로 삼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약 4조원대로 성장한 HMR 시장의 수요를 밀키트가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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