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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서울서 자주 보인다···민주당에 '5전5승' 원희룡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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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거론되는 야권의 대선 잠룡 가운데 유일하게 상처를 입지 않은 사람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원희룡(56) 제주지사에 대한 한 야당 중진 의원의 평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해 보수 정당 소속 대권 주자들이 이런저런 상처를 입었지만, 원 지사는 중앙정치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어 전쟁의 포화에서 비켜서 있었다는 의미다.

이런 원 지사가 요즘은 제주보다 서울에서 더 자주 눈에 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리적으론 제주에 있지만, 쏟아내는 메시지가 중앙 정치를 겨누고 있어서다.

'5전 5승' 무패 정치인

9월 25일 오전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국제공항에서 마스크 착용 생활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추석연휴 기간인 9월 26일부터 10월 4일까지 공·항만을 통한 입도객 전원을 대상으로 체류기간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특별행정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진행됐다. [뉴스1]

9월 25일 오전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국제공항에서 마스크 착용 생활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추석연휴 기간인 9월 26일부터 10월 4일까지 공·항만을 통한 입도객 전원을 대상으로 체류기간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특별행정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진행됐다. [뉴스1]

원 지사는 지난 5월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다가올 2022년 대선이 국가 운명의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걸고 저 자신을 던져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며 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두 달 뒤 내놓은 메시지는 한층 더 직접적이다.

“저는 선거에 나가서 민주당 후보에게 진 적이 없습니다.”(7월 1일 머니투데이 인터뷰)

그의 말대로 그는 ‘무패(無敗)’의 정치인이다. 1999년 이회창 총재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세 번의 총선과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계열 후보를 꺾었다. 이런 전적에 비해 그에 대한 당의 평가는 인색하다. 수도권 지역의 한 의원은 “정치 입문 이후 철저하게 당내 비주류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당내 대표적 개혁 소장파로 남경필ㆍ정병국 전 의원과 함께 이른바 ‘남원정’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8년 무소속으로 제주지사 재선에 성공한 그는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보수 진영 통합 과정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해 당 최고위원을 맡았다. 고향에서 지방행정 경험을 쌓겠다며 2014년 제주로 떠난 그가 중앙정치에 복귀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었다.

이후 원 지사는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을 북한군이 사살 및 시신 훼손한 사건과 관련해 그는 9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하며 “국민 앞에 현 상황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 애도하고 위로하십시오”라고 썼다.

낮은 지지율은 숙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7월 28일 오후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5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긴급현안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7월 28일 오후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5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긴급현안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최근엔 차기 대권 주자 1ㆍ2위를 다투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상대로 연달아 각을 세우기도 했다. 원 지사는 9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님 이번에도 너무 심하셨다”며 “국책연구기관의 리포트가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겠지만, 조사와 문책이라니요”라고 썼다. 이 지사가 지역 화폐 정책의 역효과를 지적한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를 “얼빠졌다”고 비난하며 “엄정한 조사와 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또 9월 11일 페이스북엔 이낙연 대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올리며 독감 예방 접종의 전 국민 확대를 요청했다.

원 지사는 추석을 하루 앞둔 30일 공개한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선 “코로나 위기와 공정과 정의의 상실로 대한민국이 표류하고 있다”며 “포기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윈스턴 처칠 전 수상을 언급하며 “90년 전 처칠은 히틀러의 유럽 점령으로 위기에 빠진 조국 영국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 ‘N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말자)을 외쳤다”며 “이 구호가 지금 대한민국에 딱 와 닿는다. 결코 굴복해선 안 된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행보에도 제자리를 맴도는 지지율은 원 지사의 가장 큰 숙제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가장 최근 실시한(9월 29일 공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원 지사는 3.0%의 지지를 얻어 야권에선 윤석열(10.5%), 홍준표(7.2%), 안철수(6.5%), 오세훈(4.0%), 황교안(3.6%)에 이은 여섯 번째였다. (※조사는 9월 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53명 대상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와 관련해 원 지사의 한 측근은 “아직은 본격적으로 중앙정치 행보를 보이진 않아서 지지율을 올릴 기회가 적었다. 중앙무대 진출은 신중하게 타이밍을 엿보는 중으로, 그 이후엔 여론의 흐름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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