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받침 주운 돌이 1500년 된 국보…문화재 발견땐 최대1억

중앙일보

입력 2020.10.02 11:00

업데이트 2020.10.02 11:09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134호 '청주 운천동 신라사적비'. 청주 지방의 어떤 사찰 창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사적비다. 1982년 청주시 운천동의 속칭 산직마을에서 공동우물터의 빨랫돌로 쓰이던 것을 주민의 신고로 충북대학교와 충청북도에서 조사한 결과 통일신라시대의 석비로 확인되었다. [중앙포토]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134호 '청주 운천동 신라사적비'. 청주 지방의 어떤 사찰 창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사적비다. 1982년 청주시 운천동의 속칭 산직마을에서 공동우물터의 빨랫돌로 쓰이던 것을 주민의 신고로 충북대학교와 충청북도에서 조사한 결과 통일신라시대의 석비로 확인되었다. [중앙포토]

최근 북한산 인수봉 아래 계곡에서 몸통과 머리가 분리된 석불입상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세인의 관심을 샀다. 수십년간 등산객들이 지나면서 그저 바위로만 알았던 걸 뒤집어보니 고려 초기로 추정되는 석불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2015년에 첫 신고가 접수됐는데 왜 5년 만에야 본격 발굴에 나선 건지, 발견한 사람은 포상을 받는지 등도 궁금해 했다. 문화재 발견의 신고와 추후 절차는 어떻게 될까. 문화재청 박윤정 발굴제도과장의 도움말을 빌어 Q&A로 풀어본다.

매장문화재 발견 땐 7일 내 신고해야
문화재 가치 따라 최고 1억원 보상도

고향 선산의 바위를 자세히 보니 석불 같아 보인다. 어디에 알려야 하나?
발굴되기 전의 이른바 ‘매장문화재’를 발견하면 더 이상 건드리지 말고 즉시(7일 이내) 관할 지자체(시군구 등)나 경찰서로 신고해야 한다. 관할지자체 및 경찰서의 담당부서가 문화재 발견신고에 대한 접수를 진행하고, 해당문화재는 안전한 장소에 임시로 보관한다. 발견신고(건)가 문화재청 담당부서(발굴제도과)로 전달되면 전문기관에 의한 현장 조사가 이뤄진다. 발견지역 주변에 또 다른 문화재가 노출되어 있는지, 주변지역의 개발현황이나 문화재 도굴·훼손 상황 등을 살펴본다. 또 (예비)감정평가를 실시하여 문화재 진위 여부 등을 우선적으로 판단하고 문화재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발견자에게 반환할 수 있다. 박윤정 발굴제도과장에 따르면 일반인이 발견해 신고하는 매장문화재 90% 이상이 동산 문화재라서 대부분 즉시 가치평가가 이뤄진다.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는 최근 공원 내 산재해있는 비지정문화재 정밀조사 중 북한산 인수봉 아래(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소재)에서 고려시대 초기 석불입상을 발굴, 불두(佛頭)도 함께 출토되었다고 발표했다. [사진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는 최근 공원 내 산재해있는 비지정문화재 정밀조사 중 북한산 인수봉 아래(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소재)에서 고려시대 초기 석불입상을 발굴, 불두(佛頭)도 함께 출토되었다고 발표했다. [사진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인수봉 석불은 왜 발굴조사에 5년이나 걸렸나.
간단히 말하면 ‘돈 문제’다. 이번에 발견된 석불은 덩치가 커서 이를 제대로 조사하려면 발굴 예산을 확보해야 했는데 당시만 해도 다른 비지정문화재 발굴에 비해 시급해 보이지 않았다. 도난될 가능성이 없는데다 처음엔 불상의 몸통만 발견됐고 불두가 없어서 문화재적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다가 올해 북한산국립공원 측이 북한산 지역의 비지정문화재를 전면 조사하기로 했고 이 과정에서 전문 발굴기관이 석불을 뒤집고 본격 파헤치자 불두까지 나왔다. 비로소 고려 초기 석불 입상 중에서도 희소한 형태임이 드러나는 등 학술적 가치가 파악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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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 석불은 그대로 거기 두는 건가? 떨어진 목은 붙이나?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덩치라 원위치를 찾아 정비하는 것을 최상으로 두고, 그러면서 가능하면 불두도 접합한다는 계획이다. 정비를 위해선 발굴조사가 우선 이뤄져야 하는데 학술적 가치평가에 따라 문화재 지정 절차도 따를 전망이다. 도지정 문화재라도 지정받으면 예산 투입이 좋아져서 주변 정비와 복원 계획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지난달 12일 발굴기관인 수도문물연구원 주축으로 발굴 전문인력들이 북한산 인수봉 인근 계곡에서 발견된 석불 입상을 뒤집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수도문물연구원]

지난달 12일 발굴기관인 수도문물연구원 주축으로 발굴 전문인력들이 북한산 인수봉 인근 계곡에서 발견된 석불 입상을 뒤집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수도문물연구원]

발견 신고한 사람은 포상을 받게 되나?
국가로 귀속된 문화재에 대해선 가치 여부에 따라 신고자에게 소정의 보상금이 지급되기도 하고, 이 신고로 인근 지역에 대한 발굴조사가 이루어질 경우 포상금도 지급될 수 있다. 다만 두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문화재 유존지역, 즉 이미 유물이 산포돼 있음이 확인된 지역에서 발견된 것은 보상 대상이 아니다. 이런 유존지역을 일부러 도굴해 보상금을 챙기는 행위를 막기 위함이다. 전 국토의 GIS(지리정보시스템)에 유존지역이 표시돼 있어 담당부서에서 해당 여부를 알려준다. 둘째 발견 후 7일 이내 신고해야 한다. 인수봉 석불의 경우 문화재 유존지역은 아니었지만 발견자가 이 신고 기한을 넘긴 탓에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참고로 매장문화재 발견 신고에 따른 포상금액은 최고 1억원이다.
실제로 매장문화재 발견 신고로 보상 받은 사람도 있나.
대표적으로 2009년 5월에 발견된 ‘포항 중성리 신라비’(이하 중성리비)가 있다. 당시 해당 지역에선 도로개설과 관련된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현장엔 주변 주택을 철거하면서 폐기물로 처리된 돌들이 한 모퉁이에 치워져 있었다. 화분받침대로 쓸 만한 돌을 찾던 주민 김모씨가 편평해서 쓸모 있겠다 싶은 돌을 골라 물로 씻어냈는데 돌에 새겨진 글자가 드러났다. 그는 20년전(1989년) 옆 동네인 영일 냉수리에서 오래된 비석(영일 냉수리 신라비)이 발견돼 화제가 된 걸 떠올리고 이 돌을 발견 신고했다. 돌은 지금까지 확인된 신라 금석문(金石文, 금속이나 석재에다 새긴 글씨)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석비(501년 추정)로 밝혀졌다. 중성리비는 2011년 국가 귀속되고 이듬해 보물로 지정된 데 이어 2015년 국보 제318호로 승격되었다. 발견자 김모씨에겐 수천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고 한다.
국보 제318호 포항 중성리 신라비(浦項 中城里 新羅碑). 2009년 도로 공사 현장에서 한 주민이 화분받침대로 쓰려고 수습한 돌에 글자가 새겨진 걸 발견하고 포항시청에 신고해 문화재로 확인됐다. [사진 문화재청]

국보 제318호 포항 중성리 신라비(浦項 中城里 新羅碑). 2009년 도로 공사 현장에서 한 주민이 화분받침대로 쓰려고 수습한 돌에 글자가 새겨진 걸 발견하고 포항시청에 신고해 문화재로 확인됐다. [사진 문화재청]

2009년 포항 중성리 신라비(浦項 中城里 新羅碑) 신고 당시 현장조사 모습. [사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2009년 포항 중성리 신라비(浦項 中城里 新羅碑) 신고 당시 현장조사 모습. [사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우리 집 땅을 파서 나온 문화재라 해도 국가에 귀속된다는 건가.
사유지라 해도 정당한 소유자가 없을 시엔 국가에 귀속하는 게 원칙이다. 지난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가 펴낸 『우연한 발견』에 따르면 2014~2018년 대구·경북지역에선 50건 이상의 문화재가 발견신고 됐다. 그 중엔 감정 결과 문화재가 아닌 것으로 판정된 예도 있었고 국가에 귀속되거나 학술자료로 등록된 후 현재 각 보관처에서 보관·관리되는 유물도 있다. 참고로 매장문화재를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고 은닉 또는 처분하거나 현상을 변경한 자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31조제6항에 따라 처벌된다.
내 땅을 파서 건물을 올리려는데, 반드시 매장문화재 여부 조사를 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건설공사 사업면적이 3만㎡ 이상인 경우 반드시 지표조사를 하도록 돼 있다. 이보다 작은 사업면적이라도 과거에 매장문화재가 출토된 지역이나 문화재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표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도 해당된다. 이때 조사란 땅속에 문화재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굴착행위 없이 문헌조사, 지역주민 인터뷰, 현장조사 등을 하는 것이다. 올 상반기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면적과 관계없이 국가가 지표조사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내 땅에 문화재가 분포돼 있을지 여부를 미리 알 순 없을까. 이를 위해 문화재청은 GIS에 지적 기반의 문화재 분포 표시를 하는 시스템을 추진 중이다. 박 과장은 “이 시스템이 마련되면 필지 조회 순간 문화재 조사가 필요한지 아닌지, 조사 유형 즉 입회, 표본, 시굴, 정밀발굴 가운데 어느 것이 해당될지 등을 알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예산을 신청했고 내년에 비로소 착수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단계”라고 토로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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