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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i Story ③디파이 대중화를 위한 5가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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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Defi Story③]지금까지 디파이 생태계가 걸어온 길을 실증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쌓아온 기반이 빛을 발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디파이 업계가 대중화(Mass Adoption) 단계로 나아가려면 여전히 풀어야 할 쟁점이 많다. 

#쟁점① KYC와 탈중앙성 유지 문제

첫 번째로 KYC(고객인증제도)와 탈중앙성 유지 문제가 있다. 디파이 생태계에서는 탈중앙화라는 특성상 KYC를 의무로 요구하지 않는다. 일부 디파이 프로젝트는 KYC 없이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기도 한다. 이는 FATF(자금세탁방지기구)가 권고하는 트래블 룰 및 KYC 확립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탈중앙성 확보 여부에 따라 기존 법으로는 디파이를 규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통해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증권 여부를 판별하고, 증권으로 간주될 경우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하위 테스트는 ①돈의 투자 ②공동의 사업에 투자 ③투자 수익의 기대 ④타인의 노력에서 비롯된 수익을 기준으로 하는데, 4가지 중 하나만 부합해도 증권으로 간주한다. CFTC(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히스 타버트(Heath Tarbert) 위원장 역시 하위 테스트를 근거로 해서 “이더리움은 증권이 아니라 상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위 테스트로 규정할 수 없는 탈중앙 거버넌스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디파이 프로젝트들도 로드맵의 최종 단계로 ‘완전한 탈중앙 거버넌스’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탈중앙 거버넌스를 확립해도 여전히 규제 리스트는 존재할 수 있다. 예컨대 히스 타버트 위원장은 이더리움을 상품이라고 보면서도 ‘이더리움 2.0’은 증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더리움 2.0의 핵심 사항 중 하나는 PoW(작업증명)에서 PoS(지분증명)로 증명방식이 옮겨가는 것인데, PoS 지분 예치(스테이킹)에 따른 보상이 하위 테스트의 ‘타인의 노력에서 비롯된 수익’으로 내다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네트워크가 충분히 탈중앙화되어 있다면 스테이킹을 통한 보상은 타인에 의한 수익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규제권의 뜻이 강력하다면 디파이의 유동성 공급 행위 등도 규제의 울타리 안에 들 수 있다. 9월 26일(현지시간) 터진 암호화폐 거래소 쿠코인(Kukoin) 해킹 사건에서 해커가 KYC 없는 탈중앙 거래소를 통해 자금세탁을 시도한 것이 이러한 규제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결국 디파이가 대중화 단계로 나가려면 이러한 이슈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② 확장성과 본원 담보 문제

현재 디파이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이더리움을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과열됐을 때 발생하는 고유의 문제점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로는 거래 처리 속도 저하 및 수수료 문제가 꼽힌다. 이더리움의 TPS(초당거래처리)가 다른 메인넷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매 트랜잭션마다 수수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더리움은 지난 몇 년 동안 레이어2 솔루션을 고민해왔다. 레이어2는 블록체인 바깥의 별도 레이어에서 거래를 처리하고 그 결과값만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몇몇 이더리움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11월경부터 이 레이어2 솔루션을 도입해 그동안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온 상황이다. 오래전에 나온 개념임에도 프로덕트에 원활히 적용하는 게 어려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입이 성공적으로 끝났을 경우에는 디파이 생태계가 한 층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본원 담보 문제로 인한 디파이 대중화 어려움이 있다. 디파이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자리매김한 TVL은 디파이 스마트 콘트랙트에 예치된 가치 총합을 의미한다. 해시드 김경진 심사역의 관련 분석에 따르면 중앙은행 통화량을 본원통화*통화승수로 나타내는 것처럼 TVL은 본원담보*담보승수로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중앙은행의 지급준비율은 100%보다 작기 때문에 대출이 반복될 때마다 통화승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디파이의 담보승수는 100%보다 커서 자산 합성이 반복돼도 증가 폭에 제한이 있다. 따라서 디파이가 대중화 단계로 가려면 본원담보의 크기를 늘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디파이 합성자산 프로젝트에서 테슬라(Tesla)와 같은 대형 주식을 합성자산화 한다고 생각해보자. 시가총액으로 생각했을 때 9월 28일 기준 이더리움은 404억 달러 규모이며, 테슬라는 3795억 달러다. 모든 이더리움을 담보로 삼아서 테슬라를 합성자산으로 만들어도 약 9.4%만 합성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본원담보 자체의 가치를 높이거나 외부 자산을 담보화해서 덩치를 키워야 한다. 디파이 프로젝트 WBTC가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에서 비트코인과 1대 1 가치를 가지는 WBTC를 발행하는 것이 외부 자산 담보화의 대표적 사례다. 

#쟁점③ 네트워크 상호운용성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디파이 네트워크를 통합하는 일도 향후 대중화를 위한 중요한 작업이 될 전망이다. 이더리움 안의 디파이 생태계는 애그리게이터로 대표되는 서비스가 상호운용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이더리움 바깥 네트워크에 대한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이오스(EOS)·트론(TRON) 같은 프로젝트가 별도의 디파이 생태계를 키워나가고 있어 메인넷 간 연결을 도와주는 인터체인 등의 중요도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다년간 디파이 생태계를 구축한 이더리움에 비하면 아직 많이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들은 이더리움의 고질적 문제에 대한 강점을 내세우며 성장을 시도하고 있다. 워낙 변수가 많은 디파이 생태계인만큼, 장기적인 주도권이 그대로 이더리움일 것이라는 장담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제도권 금융과의 접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네트워크 상호운용성이 구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④ 블록체인 동상이몽

디파이의 또 다른 쟁점은 씨파이(CeFi, 중앙화금융)과의 동상이몽에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씨파이는 일반적으로 중앙 주체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일컫는다. 이들의 대립 구도는 디파이 시장이 폭발하자 씨파이 업체들이 자체 씨디파이(CeDeFi) 토큰을 내놓으면서 형성됐다. 씨파이 트렌드를 주도한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를 예로 들면, 자사 거래소 토큰 BNB를 스테이킹할 경우 여러 보상용 토큰이 지급된다.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자 디파이 진영은 “탈중앙성이 결여돼 있고, 기존 스테이킹 서비스와 다를 바 없는 인센티브 구조”라고 씨파이 업체를 비판했다. 다만 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탈중앙성을 떠나 디파이의 본질은 ‘인센티브 싸움에 있다”며 씨파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동상이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19년 이후부터 AMM 모델을 도입한 디파이와 달리 씨파이는 여전히 MM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씨파이 거래소가 디파이 토큰을 상장하면 가격 메커니즘에 괴리가 발생한다. AMM에서는 예치량과 가격에 따라 디파이 토큰 가치가 결정되지만, MM에서는 전통 금융 시장의 매수·매도 메커니즘에 의해 가격이 메겨진다. 실제로 많은 디파이 토큰들이 씨파이 거래소에 상장되자, 상장 직후 폭등을 겪었다가 이내 폭락을 거듭하는 패턴을 보였다. 가치 산정 방식이 완전히 다른 두 진영이 앞으로 이런 문제를 어떻게 마주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디파이 내의 프로젝트 창립자와 후발 거버넌스 참여자 동상이몽도 주목할만하다. 창립자가 먹튀 목적이 아닌 건전한 이유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고 해도, 후속 거버넌스 참여자는 해당 프로젝트를 인센티브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디파이 프로젝트 거버넌스 투표에 ‘발행량 축소’나 ‘소각’ 같은 안건이 많은 까닭이다. 물론 디파이가 탈중앙 거버넌스를 추구한다는 특성상 인센티브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프로덕트가 아닌 인센티브가 본질이 되면 지속가능성이 어렵게 된다. 소위 ‘음식스왑’ 프로젝트의 빠른 몰락은 프로젝트가 없는 극단적인 인센티브 설계 때문이었다. 또한 디파이 생태계에서 허용되는 코드 베끼기(포크) 이슈도 긍정적인 면에선 더 나은 프로젝트 탄생을 위한 오픈소스 전략으로 볼 수 있지만, 부정적인 면에선 ‘한탕 프로젝트’의 난립으로 좋은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디파이 생태계 고유 특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쟁점이다.      

#쟁점⑤ 맹신에 대한 문제

마지막으로 제도권 시장에서도 계속해서 일어나는 맹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불러일으킨 서브 프라임 모지기 사태는 부동산을 담보로 한 파생상품이 무너질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2019년 일어난 DLS(파생결합증권) 손실 사태도 선진국 국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믿어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2020년 유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때도 플러스 유가 맹신에 의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디파이 생태계도 코드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코드 신뢰는 종종 일어나는 자금 탈취 사건으로 맹신이 적은 편이지만,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으로 보인다. 특히 이자 농사가 퍼지면서 “스테이블 코인으로 유동성을 제공하면 리스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서 말한 코드 오류로 인해 유동성 풀에 공급한 자금이 탈취될 수 있다. 또한 스테이블 코인 자체가 무너질 확률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3월 코로나19 이슈에 의한 ‘검은 목요일’ 폭락장 당시 디파이 프로젝트 맏형 격인 메이커다오의 CDP(부채담보부증권) 대거 청산은 이러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이더리움 가격이 폭락하자 담보 가치가 그대로 쪼그라들면서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CDP가 자동 청산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메이커다오의 스테이블코인 다이를 보호하기 위해 이뤄진 조치지만, CDP 청산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손실을 겪어야 했다. 향후 더 극단적인 폭락이 연출되거나 메이커다오보다 메커니즘이 구체적이지 않은 스테이블코인 운용 프로젝트에서 이슈가 발생했을 시,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을 확신할 수 없는 셈이다.

이처럼 디파이 생태계는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다. 그럼에도 디파이는 여러 암호화폐 분야 중에서도 실질 수요가 뒷받침되는 프로덕트가 돌아가는 동시에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유망한 시장 중 하나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의문을 자체 수요 창출과 혁신으로 개선했듯이, 지금 눈앞에 펼쳐진 쟁점들도 디파이 생태계가 같은 관점으로 풀어나가길 기대해본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Defi Story]

①탈중앙 금융 태동, 생태계 공격 시도 있었다

②이자농사 거품 논란, 그 후

③디파이 대중화를 위한 5가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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