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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상가 50% 지분권자가 무단 임대계약 체결했다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34)

어떤 물건의 주인이 한 명이라면 그 사람이 물건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처분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런데 하나의 물건에 주인이 여러 명인 경우 서로 마음이 맞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의견이 다른 경우 분쟁이 일어나고, 심한 경우에는 소송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법적 형태에는 공유, 합유, 총유 등이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공유에 대해 알아본다.

어떤 물건의 주인이 한 명이라면 그 사람이 물건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처분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주인이 여러 명인 경우 서로 마음이 맞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의견이 다른 경우 분쟁이 일어나고, 심한 경우에는 소송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사진 pixnio]

어떤 물건의 주인이 한 명이라면 그 사람이 물건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처분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주인이 여러 명인 경우 서로 마음이 맞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의견이 다른 경우 분쟁이 일어나고, 심한 경우에는 소송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사진 pixnio]

공유란 어떤 물건이 지분에 의해 여러 사람의 소유인 것을 의미한다. 공유자는 자신의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고, 공유물의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하고 수익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공유물을 관리하거나 처분·변경하는 것은 공유자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공유물에 관한 주요 법리를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공유물의 보존행위는 공유자 각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다. 민법에서 공유물의 보존행위를 각 공유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도록 한 취지는 그 보존행위가 긴급한 경우가 많고,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 공유인 어떤 부동산에 관해 제3자 명의로 원인무효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돼 있다면 그 부동산의 공유자 중 한 사람은 공유물에 관한 보존행위로서 제3자에게 그 등기 전부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유자 중 한 사람이 공유물 전부나 일부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어떨까. 독점 사용하고 있는 공유자가 과반수 지분권이 있다면 다른 공유자가 뭐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과반수 지분의 공유자는 공유물 관리에 관한 사항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수 지분권자인 공유자가 공유물 전부나 일부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다. 과거에는 다른 소수 지분권자가 공유물 보존행위로서 공유물을 점유하고 있는 공유자에 대해 공유물의 인도나 명도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었다. 즉, 공유물의 소수 지분권자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하지 않고 공유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 다른 소수 지분권자가 공유물을 독점하고 있는 공유자를 상대로 공유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수 지분권자가 공유물을 독점해도 다른 소수 지분권자가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일부 공유자가 공유물의 전부나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한다면 이는 다른 공유자의 지분권에 기초한 사용·수익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유자는 자신의 지분권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민법 제214조에 따른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공유물에 대한 지분권은 공유자 개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이므로 공유자 각자가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공유 토지에 소수 지분권자가 무단으로 건물을 건축했다면 다른 소수 지분권자가 그 건물의 철거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수 지분권자가 공유물을 독점해도 다른 소수 지분권자가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진 pixabay]

그렇다고 해서 소수 지분권자가 공유물을 독점해도 다른 소수 지분권자가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진 pixabay]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공유자 지분의 과반수로 결정한다. 하지만 공유물의 처분·변경에는 공유자들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어떤 것이 ‘관리’이고, 어떤 것이 ‘처분’ 또는 ‘변경’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통상 관리란 공유물을 이용 또는 개량하는 행위로, 처분이나 변경에까지 이르지 않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대법원에서도 공유자 사이에 공유물의 사용·수익권에 관해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는 것은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이라고 하면서 과반수의 지분을 가진 공유자가 그 공유물의 특정 부분을 배타적으로 사용하기로 정하는 것은 공유물의 관리방법으로서 적법하다고 했다. 다만 그 내용이 공유물의 기존의 모습에 본질적 변화를 일으켜 관리 아닌 처분이나 변경의 정도에 이르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유자가 공유물을 타인에게 임대하는 행위와 그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는 행위는 공유물의 관리행위에 해당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의 공유자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는 것 역시 공유물의 관리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건물을 2분의 1 지분씩 공유하는 임대인 중 한 명이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했지만, 갱신거절에 관해 나머지 지분권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였다면 2분의 1 지분권자에 의한 갱신거절 통지는 효력이 없다.

반면 나대지(裸垈地. 건축물 등이 없는 ‘빈 땅’을 의미)에 새로이 건물을 건축한다든지 하는 것은 관리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설령 과반수 지분권자의 동의가 있다 하더라도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없는 이상 나대지에 새로이 건물을 건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 나대지(裸垈地. 건축물 등이 없는 ‘빈 땅’을 의미)에 새로이 건물을 건축한다든지 하는 것은 관리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본다.[사진 pixabay]

반면 나대지(裸垈地. 건축물 등이 없는 ‘빈 땅’을 의미)에 새로이 건물을 건축한다든지 하는 것은 관리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본다.[사진 pixabay]

만일 공유물의 구체적인 사용·수익 방법에 관해 공유자들 사이에 지분 과반수의 합의가 없는데도 공유자 중 한 명이 이를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면 다른 공유자는 해당 공유자를 상대로 자신의 공유지분에 상응하는 부분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또 과반수 지분의 공유자가 그 공유물의 관리방법으로서 그 공유 토지의 특정된 한 부분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소수 지분권자는 과반수 지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상 공유 관계에서 유의할 사항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사람이 많을수록 분쟁도 많아지듯이 어떤 물건을 단독으로 소유하는 경우에 비해 공유하는 경우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따라서 누군가와 재산을 공유하는 경우에는 미리 공유물의 관리 등 방법에 관해 정해두는 것이 좋다. 만일 더는 공유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자신의 지분을 처분하면 되겠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을 때는 공유물 분할을 청구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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