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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사이드]‘우주작전대’ 만들고 미국과 첩보 동맹 맺는 일본의 노림수

중앙일보

입력

전 세계에서 작전하는 미군에게 GPS 위성과 같은 우주자산은 필수적이다. [미 공군]

전 세계에서 작전하는 미군에게 GPS 위성과 같은 우주자산은 필수적이다. [미 공군]

지난 22일 있었던 북한군의 한국 공무원 총격 사건 당시 국방부는 북한군 통신을 감청해 관련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호정보(SIGINT) 수집이라고 불리는 통신 감청은 밤과 낮에 상관없이 휴전선과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북한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다. 여기에 더해, 우주자산인 인공위성을 이용한 감시가 더해지면 북한에 대한 보다 면밀한 감시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만 바라보고 있을 때 일본은 여러 정찰 능력을 동원해 미국이 집중하는 중국 견제에 힘을 더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지난달 말에는 당시 일본 방위상인 고노 다로가 일본 서방 5개국으로 구성된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여섯 번째 회원국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것은 단순한 미·일 협력을 넘어 국제적인 정보 협력의 틀로 들어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참

미국은 오랫동안 파이브 아이즈라는 5개국 정보 동맹을 이끌어왔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로 이루어진 정보, 즉 첩보 동맹이다. 이들 국가는 국방 정보·휴민트(인간정보)·시긴트(신호정보) 분야에서 협력을 위한 ‘UKUSA(UK-USA Security Agreement) 안보협정’으로 묶여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의 정보 공유 협정에서 시작됐는데 현재는 5개국 20개 기관이 참여한다.

정보 동맹체 파이브 아이즈 참여국 [reddit.com]

정보 동맹체 파이브 아이즈 참여국 [reddit.com]

파이브 아이즈는 완전히 폐쇄된 동맹은 아니다. 2005년에는 확대 협의체가 만들어졌고 테러 정보 공유를 위한 협의체도 만들어졌다. 한국도 참여하고 있지만, 핵심 참여국은 기존 5개국에서 더 늘어나지는 않았다. 즉, 협의체에 참여한 다른 나라들과는 정보 공유의 폭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파이브 아이즈는 파트너 국가 사이의 기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암호화된 통신 네트워크를 사용한다. 그 가운데 우주 자산, 즉 위성 통신을 활용한다. 최근에는 전용 위성과 통신 시스템에 의존했던 기존과 달리 빠른 기술 발전과 사이버 대응 능력이 우수한 민간 솔루션도 많이 사용한다.

미국, ‘우주 능력’ 일본과 협력 강화

우주는 전 세계적인 작전을 펼치는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도메인, Domain)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킬러 위성’ 같은 위협을 늘리면서 우주에서의 우월적 위치와 정보 연결이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미쓰비시중공업이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정보 수집 위성 '고가쿠(光學)' 7호기를 실은 H2A 로켓 41호기를 쏘아 올리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미쓰비시중공업이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정보 수집 위성 '고가쿠(光學)' 7호기를 실은 H2A 로켓 41호기를 쏘아 올리고 있다.[연합뉴스]

미국은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기능을 합친 대형 인공위성 대신, 기능을 분산시키고 가격이 싼 소형 위성 여러 개를 사용하는 ‘분산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우주 작전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늘리려 한다.

미국의 밴던버그 공군기지에는 다국적 조직인 ‘합동 우주 구성군 사령부’가 있다. 사령부는 영국과 캐나다 그리고 호주의 우주 센터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파이브 아이즈의 우주 작전 센터로 발전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우주 협력에 독일과 프랑스가 연락장교를 파견하고 있는데 일본도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최근 창설된 미 우주군은 우주에서 위성 궤도에서 경쟁자들의 적대적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하는 ‘올림픽 방어 작전’(Operation Olympic Defender)을 시작했고 첫 참여국은 영국이다. 올림픽 방어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체적인 발사체를 가진 국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미국은 우주기반 극초음속 무기 추적 체계인 HBTSS에 일본의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missiledefenseadvocacy.org]

미국은 우주기반 극초음속 무기 추적 체계인 HBTSS에 일본의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missiledefenseadvocacy.org]

미국이 ‘H-2A’ 등 뛰어난 우주 발사체를 보유한 일본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무엇보다 중국에 대응하는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책임 지역에서 우주 영역의 상황인식을 넓히기 위해서 일본과의 협력에 적극적이다. 이것이 일본의 파이브 아이즈의 새로운 핵심 국가가 되려는 시발점이 되고 있다.

일본, ‘우주작전대’ 신설하며 미국과 협력

지난 5월 일본은 항공자위대 산하에 우주 작전을 책임지는 ‘우주작전대’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우주작전대는 일본 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는 물론이고 미 우주군과도 협력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일본은 여기에 더해 항공자위대를 항공우주자위대로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가 총리관저에서 존 레이먼드 미국 우주군 사령관(공군 대장)과 회담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가 총리관저에서 존 레이먼드 미국 우주군 사령관(공군 대장)과 회담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중국과 북한 감시를 명분으로 다양한 감시 위성을 운용하고 있으며, 미국처럼 우주에서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능력도 보유하려 한다. 이런 경보 위성을 여러 개 운영하면 일본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 외에 미국으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에 대한 경보도 가능하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국(MDA)은 이런 일본의 능력을 참작해 우주에서 극초음속 무기를 추적할 수 있는 ‘극초음속 및 탄도 추적 우주 센서(HBTSS)’ 프로그램 합류를 논의하고 있다.

일본이 우주 능력 개발에 힘을 쏟은 만큼 이제는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우주 능력을 키우려는 한국도 우주에서 바라보는 시야를 한반도에서 더 넓힐 필요가 있고,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동맹과 제대로 된 정보 공유가 되고 있는지 그것부터 확인해야 한다.

최현호 군사칼럼니스트·밀리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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