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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3석 정당, 꿈은 대권···안철수, 국민의힘 접수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가 9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권은희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과 관련해 일부 여권 인사를 "정신 나간 여권 떨거지들"로 지칭하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가 9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권은희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과 관련해 일부 여권 인사를 "정신 나간 여권 떨거지들"로 지칭하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월 정계에 복귀하자마자 4ㆍ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석이 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선을 긋고 있다. 현재까지는 오로지 대선만을 향해 달리는 상황이다.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야권 인사 중에선 꾸준히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안 대표 주변에선 “안 대표는 자기 지지율만 챙기면 되는 다른 주자들과 상황이 다르다. 3석 정당을 이끄는 안 대표가 대선을 완주하려면 우선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지지율이 압도적이라면 세력은 자연스레 만들어질 수도 있고, 안 대표가 처음 정치판에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며 “지금의 안 대표는 그때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이라는 조직과 당 지지층이란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 정도의 지지율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 앞에 놓인 과제, 즉 야권 통합에 대한 두 당의 전망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는 힘을 모으고 세력을 키우는 일”이라며 “안 대표도 큰일을 하고 싶다면, 큰 곳에서 함께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핵심관계자 역시 “결국 힘은 합쳐야 한다”며 “방향은 정해져 있는 거고, 시기나 방법이 중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두 당의 코드 역시 비슷해지고 있다. 안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 못지않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9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과 관련해 일부 여권 인사들을 “정신 나간 여권 떨거지들”로 지칭하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9월 27일 광주 말바우시장 국밥집을 찾아 식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9월 27일 광주 말바우시장 국밥집을 찾아 식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야권 통합에 대한 모호한 태도 역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는 9월 23일 국회의원 연구단체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행사에서 정계 복귀 후 처음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 강연자로 섰다. 여기서 그는 “야권이 어떻게 하면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지가 제 가장 큰 관심사이자 목표”라며 “제1야당과 국민의당이 어떻게 하면 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고민했다. 지금은 선거준비라든지 통합, 연대를 고민할 수준은 아직 안 된 거 같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아니다”란 전제를 둔 것은, 안 대표 입장에서 넘어야 할 산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의힘측이 얼마나 통합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국민의힘을 이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도 “안 대표의 정치적 역량이 어느 정도라는 걸 알고 있다. 내가 왜 남의 당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겠나”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9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여러차례 부정적인 발언을 내놨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9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여러차례 부정적인 발언을 내놨다. 오종택 기자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안 대표에게 맺힌 게 많은지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개인 판단일 뿐”이라며 “물밑에선 많은 의원이 안 대표와 만남을 요청하고 있고 실제 양당 핵심 인사끼리 만남도 잦다”고 전했다. 양당의 연대나 통합에 대해선 별로 걱정할 게 없다는 취지다.

다만 양 당이 통합된다고 해도 안 대표 앞에는 또 다른 고비가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국민의힘 인사들과 치열한 내부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안 대표가 우리 당에 들어와 서울시장 후보 경쟁에 참여하는 정도는 반길 사람이 많을 수 있다”면서도 “그가 우리 당을 대표해 대선에 나간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대선 후보가 되려면 당을 완전히 장악해야 한다. 벌써 김 위원장 등의 반대도 거센데, 시간이 지난다고 안 대표가 당을 장악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관계자 역시 “의석수가 적은 상황에서 믿을 것은 안 대표의 지지율과 대처 능력뿐”이라며 “결정적인 시기가 오면 결국 어느 선까지 지지율을 확보했느냐, 그리고 얼마나 당 사람들의 마음을 샀느냐로 모든 것이 판가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9월 27일 추석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고통을 겪은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9월 27일 추석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고통을 겪은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어쨌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안 대표 측이 어떤 형태로든 연대 전선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 이후엔 국민의힘에 새 지도부가 들어선다. 현재로선 애매한 안 대표의 행로도 내년 4월 보선을 전후해 대략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본인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그가 4월 서울시장 보선에 직접 플레이어로 참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든 상황이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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