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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아이도 키우는 우리의 추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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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임미진
임미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임미진 폴인 팀장

임미진 폴인 팀장

일하면서 아이도 키웁니다. 지식 플랫폼 ‘폴인’에선 이 제목으로 멋진 여성들의 인터뷰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이달 초 발행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스물한 명의 인터뷰가 쌓였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창업가, 세 아이를 키우는 교수, 쌍둥이를 키우며 왕복 80㎞의 출퇴근을 하는 글로벌 기업 매니저 같은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듣기만 해도 너무 힘들겠다고요.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짠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답변 중간중간, 고단함과 초조함이 묻어납니다. 저 역시 여섯살 아이를 키우며 언론사의 신사업팀을 맡고 있습니다. 매 순간 쫓기듯 바쁘고, 늘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습니다. 하지만 하소연을 하자고 만든 이야기는 아닙니다. 위로와 조언을 찾기 위한 인터뷰입니다. 글을 읽다 제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다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는 겁니다.

노트북을 열며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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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경영지원 업무를 하는 지연수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상적인 노동자와 좋은 엄마라는 가치관은 현대 사회가 만든 압박이에요. 우리는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더욱 깊게 들여다보는 게 필요해요.” 이케아코리아의 김이슬 매니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은 당당하게 말해요. 오전 9시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줘야 하기 때문에 오전 10시까지 출근하겠다고요. (중략) 워킹맘들은 ‘애 키우느라 저렇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정말 열심히 일하잖아요. 저는 더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요.”

또 하나 거듭나오는 조언은 “모두 직접 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겁니다. 변호사인 임지운씨도 그걸 나중에야 깨달았다고 해요. “일하느라 아이와 오래 못 있어 주는 게 미안해서 이유식도 만들어서 줬고, 이모님이 계시는데도 목욕은 꼭 제가 해줬어요. 그래서 몸이 많이 상한 것 같아요. 그 당시에 이유식을 배달시켜 먹이고 잠도 편히 자면서 제 체력을 키웠다면 그 에너지로 더 많은 일을 하고, 아이와도 더 잘 놀아줄 수 있었을 거예요.” 비영리기구 심플스텝스의 대표 김도연씨는 “돈으로 시간을 사라”고 조언합니다. “아이가 어릴 땐 내가 버는 돈의 상당 부분(혹은 그 이상)이 육아 비용으로 나갑니다. 그런데도 그 시기를 잘 견뎌서 일을 놓지 않기를 응원해요.”

곧 추석입니다. 일하면서 아이도 키우는 당신에게 명절이 온전한 휴식의 시간이 되긴 어렵다는 것을 잘 압니다. 이 기간엔, 엄마의 역할에 딸과 며느리의 역할까지 더해집니다. 당신에게 꼭 건네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잘하려고 애쓰지 말아요.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부디 푹 쉬세요.

임미진 폴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