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실내 취식 안돼요" "우동 안팔아요"…코로나 휴게소 풍경

중앙일보

입력

서초구 서울만남의광장 휴게소는 '실내 취식 금지' 지침에 따라 내부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했다. 권혜림 기자

서초구 서울만남의광장 휴게소는 '실내 취식 금지' 지침에 따라 내부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했다. 권혜림 기자

29일 오후 1시, 추석 연휴를 앞둔 서초구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는 예년에 비해 다소 한산했다. 휴게소 직원 박재근(59)씨는 "연휴 전날 평균 방문객의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휴게소 내 취식 금지…포장만 가능

이날부터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실내 취식이 금지됐다. 다음 달 4일까지 6일간 포장 판매만 가능한 탓에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 내 테이블과 의자는 한쪽으로 치워져 있었다. 박씨는 "정부 권고 지침은 포장한 음식을 각자 차량에서 먹도록 하고 있지만, 야외 테이블을 몇 개 뒀다"며 "4인용 테이블에 2명만 앉을 수 있도록 안내문을 부착했다"고 설명했다. 음식 주문과 계산도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키오스크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음식을 주문했다.

휴게소는 안전사고를 우려해 국물이 포함된 음식은 제외하고 포장이 용이한 도시락, 덮밥 등으로 메뉴를 간소화했다. 휴게소에서 3년째 근무 중인 이모(56)씨는 "아무래도 휴게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식은 우동, 라면인데 판매하지 않는다고 하니 그냥 돌아가는 분들이 많다"며 "게다가 연로하신 분들은 도시락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 판매가 저조하다"고 했다.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2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실내 매장의 좌석운영이 금지되고 포장만 가능하다. 권혜림 기자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2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실내 매장의 좌석운영이 금지되고 포장만 가능하다. 권혜림 기자

방문객 김모(48)씨는 "포장밖에 안 되는 줄 알았다면 휴게소에 들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앉아서 취식을 못 하게 막는 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금방 먹고 가려고 짜장면을 시켰다"고 했다. 전북 부안으로 향한다는 한 여성은 "코로나19가 걱정이긴 하지만, 아버지가 혼자 계셔서 (고향으로) 길을 나섰다"며 "배고파서 휴게소에 들렀는데, 실내 취식이 안된다고 해서 대충 배를 채우려고 핫바랑 커피를 샀다"고 말했다.

중학생 아들과 귀성길에 오른 40대 여성은 휴게소에 입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빈손으로 돌아 나왔다. 그는 "밥을 먹으러 왔는데,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그냥 나왔다. 다른 휴게소도 이러면 어디서 뭘 먹어야 하냐"고 말했다.

휴게소 직원 김모씨는 "아무래도 이번 연휴 기간에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핫바 등 즉석식품 판매가 늘 것 같다"며 "실내 취식이 안되는 걸 아시는 몇몇 분들은 간단히 집에서 준비해와서 차량에서 드시기도 한다"고 했다.

'간편 전화 체크인' 시스템 도입

전국 휴게소는 입구가 붐비거나 대기하는 줄이 늘어서는 걸 막기 위해 '간편 전화 체크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휴게소 방문고객이 안내문에 적혀있는 가상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출입 정보가 바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QR코드 인식이나 출입명부 수기 작성이 필요하지 않아 편리하지만 홍보가 부족한 탓에 이 방식을 이용하는 손님은 드물었다.

유종오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 영업과장은 "직원들이 돌아가며 출입기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휴게소는 명절이 대목인데 이번 조치로 매출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코로나19로 전년 대비 매출이 30% 줄었는데, 절반 정도로 매출이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추석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평소대로 징수한다. 정부는 명절 때마다 통행료를 면제해 왔으나 올해는 유료로 전환하고 이 기간의 통행료 수입은 휴게소 방역 인력 및 물품 확충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사용할 방침이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