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판사 가족 덮친 고성 너울성 파도…4년전에도 똑같이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8일 오후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한 카페 앞 해변에서 A씨(여) 등 3명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리자 속초해경이 경비정과 구조정 등을 급파해 구조작업을 하는 모습. [속초해양경찰서 제공 영상 캡처]

지난 28일 오후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한 카페 앞 해변에서 A씨(여) 등 3명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리자 속초해경이 경비정과 구조정 등을 급파해 구조작업을 하는 모습. [속초해양경찰서 제공 영상 캡처]

강원 고성군 해변에서 너울성 파도에 휩쓸린 아들과 조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함께 숨진 여성은 일선 법원에서 근무하는 판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 모시고 고성 가족 여행왔다가 참변 #너울성 파도 잔잔히 다가오다 갑자기 증폭 #김명수 대법원장 장례식장 찾아 조문

 29일 속초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판사 A씨는 지난 28일 가족들과 함께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해변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고성엔 A씨와 아들 B군(6), 오빠와 조카 C양(6), A씨 남매의 부모가 함께 여행을 왔다.

 사고 당시 A씨의 아들 B군과 조카 C양은 용촌리 해변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있었다. 놀이를 하던 중 갑자기 B군 등이 파도에 휩쓸렸고 A씨가 아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함께 사고를 당한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용촌리 한 주민은 “사고 시간대 순간적으로 너울성 파도가 해변으로 길게 밀려왔고 파도도 높은 편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속초해경은 아이들이 위험해 보이자 A씨가 구조하러 들어갔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순식간에 너울성 파도 해변으로 길게 밀려와

지난 28일 오후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한 카페 앞 해변에서 A씨(여) 등 3명이 파도에 휩쓸리자 119대원이 구조작업에 나선 모습.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지난 28일 오후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한 카페 앞 해변에서 A씨(여) 등 3명이 파도에 휩쓸리자 119대원이 구조작업에 나선 모습.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A씨의 사고 소식을 접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A씨가 안치된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고 한다. 동료 판사들은 “정말 안타깝다. 아까운 동료를 잃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이번에 인명피해가 발생한 해변에서는 2016년 9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초등학생 형제가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는데 당시 10살이던 형은 숨졌고 8살이던 동생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이밖에도 지난달 8일엔 인근에 있는 봉포리 해변에서 몽골 국적의 50대 여성이 파도에 휩쓸려 숨졌다. 또 지난 7월에는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던 피서객 3명이 파도에 휩쓸렸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속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속초해경 관내(고성ㆍ양양ㆍ속초ㆍ강릉 주문진)에서 발생한 익수자는 2017년 4명, 2018년 11명, 지난해 9명 등 총 2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사고 당시인 28일 오후 2시쯤 고성 앞바다에는 1~1.3m의 파도가 일었다. 지난 24일 오후 1시 고성 앞바다에 발효된 풍랑주의보는 28일 오전 11시, 먼바다는 오후 6시에 해제됐다. 속초해경 관계자는 “너울성 파도는 일반 파도와 다르게 잔잔하게 다가오다 갑자기 증폭하기 때문에 해변에 머물 때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성=박진호 기자, 박태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