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을 살린 유틸리티 웨어가 인기다. 일명 '워크웨어'라고도 불리는데 산업 현장에서 착용하는 작업복처럼 거친 환경에서도 찢어지지 않도록 내구성 좋은 원단을 사용하고, 작업 도구와 물건을 넣을 수 있도록 주머니를 여러 개 다는 등의 기능성을 살린 게 특징이다. 미국 광부의 작업복으로 시작해 지금은 평상복으로 즐겨 입는 청바지도 워크웨어의 일종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워크웨어 패션은 ‘아메카지’ 스타일이다. 아메리칸 캐주얼을 일본식으로 줄인 말로 1900~1910년대 미국 노동자의 작업복을 일본 빈티지 의류와 결합시킨 스타일이 특징이다. 면 티셔츠에 데님 생지로 만든 넉넉한 품의 재킷, 통 넓은 바지를 입고 비니를 쓰는 식이 대표적이다. 2010년 중반 패셔니스타로 유행했던 배우 류승범, 이천희 등이 입으며 주목받았고 요즘은 패션에 민감한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패션이 됐다.
하지만 국내 워크웨어 시장은 아웃도어 브랜드가 내놓는 제품들이 유일했다. '파타고니아'가 2017년부터 내놓고 있는 '인더스트리얼 헴프 워크웨어'는 원래 전문 작업복으로 출시됐지만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패피들 사이에서 인기다. 친환경을 중시하는 기업철학에 맞게 자연 소재면서도 마찰 저항력이 높은 삼베를 주요 소재로 활용했다. 파타고니아 측은 "데님보다 더 편하고 마찰에 강해서 오래 입고 작업해도 찢어지거나 잘 해지지 않는 게 장점"이라며 "30대 초중반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했다. 노란 부츠로 잘 알려진 '팀버랜드' 역시 워크웨어에 기반한 패션 브랜드다. 올해 2월 화이트 칼라와 블루 칼라의 경계를 의미하는 '그레이 칼라'(Grey Collar)란 이름의 워크웨어 컬렉션을 발표했다.
최근들어 국내 패션 브랜드에서도 전문 워크웨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캠핑·낚시 등 아웃도어를 즐기고 또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목공이나 인테리어 DIY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달 15일 코오롱FnC는 전문 워크웨어 브랜드 ‘볼디스트’를 출시했다. 박병주 TF장은 “국내의 목수, 인테리어 관련 종사자들이 제대로 된 작업복을 갖춰 입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면서 “기존의 아웃도어 대신 더 패셔너블한 옷을 찾는 밀레니얼 세대가 많아진 것도 영향”이라고 브랜드 론칭 배경을 설명했다. 볼디스트의 김정희 디자이너는 "실제 작업복으로써의 기능을 담기 위해 현업에 있는 목수와 인테리어 시공자들을 찾아다니며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직접 듣고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모터사이클 복에 사용하는 두꺼운 나일론 소재인 '코듀라'를 사용한 조거팬츠, 팔꿈치·어깨 등 잘 헤지는 곳에 튼튼한 원단을 댄 플리스 재킷, 다양한 공구를 구분해 담을 수 있도록 수납용 주머니를 단 데님 조끼 등이다.
사실 국내 전문 워크웨어 시장 규모는 꽤 크다. 기업의 공장 등과 직거래하는 B2B 형태로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패션 시장 규모를 40조원으로 봤을 때 동대문의 소규모 업체와 대기업이 생산하는 워크웨어는 그 2~3%인 1조원 정도를 차지한다. 워크웨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국내 패션 업계의 행보가 주목된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