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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라임·옵티머스 빼고도…금융권 횡령 1분기에만 120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금융기관 임직원의 횡령사고 금액이 최근 6년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1분기(1~3월)까지 보고된 금액만 120억원으로, 이미 작년 전체 횡령사고 금액의 5배를 넘어섰다. 여기엔 올해 금융권을 들썩거리게 했던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1분기 집계에서 빠진 터라, 그 규모는 더 늘어나게 된다.

올해 금융권 횡령사고 금액이 최근 6년 중 최고 수준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셔터스톡

올해 금융권 횡령사고 금액이 최근 6년 중 최고 수준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셔터스톡

1분기 횡령사고 120억…작년 전체의 5배

29일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금융기관 임직원의 횡령사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 금감원에 보고된 횡령사고 금액은 총 119억7600만원이다. 금융투자업권에서 1건(118억3400만원), 여신전문금융·저축은행·신용정보 등 기타업권에서 4건(1억4200만원)이 보고됐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권역별 금융권 횡령사고 현황 표 중 일부 발췌. 강민국 의원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권역별 금융권 횡령사고 현황 표 중 일부 발췌. 강민국 의원실

해당 자료는 금융회사가 금감원에 보고하거나 접수한 임직원 등 횡령 관련 사고를 집계한 것이다. 지난 1분기 보고된 119억7600만원은 이미 지난해 1년간 보고된 횡령 사고 금액(22억1800만원)의 5배가 넘는다. 최근 5년(2015~2019년) 중 횡령사고가 가장 크게 벌어졌던 2018년(134억5800만원)의 연간 사고금액에 육박한다.

팝펀딩 횡령으로 운용사 118억 피해 

지난 1분기 횡령사고 중 가장 큰 것은 옵티멈자산운용이 지난 2월 보고한 건이다. 옵티멈운용은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 자금의 일부를 P2P(온라인투자연계) 업체인 팝펀딩의 대출채권에 투자했는데, 그중 일부가 대출서류 위조를 통해 연계대부업체 팝펀딩소셜대부의 다른 채무 변제에 유용됐다. 그 결과 118억3400만원이 횡령 당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6일 경기도 파주 팝펀딩 물류창고에서 열린 동산금융 혁신사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6일 경기도 파주 팝펀딩 물류창고에서 열린 동산금융 혁신사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팝펀딩은 홈쇼핑 납품업자 등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동산담보대출을 실행한다고 홍보해온 국내 1세대 P2P 업체다. 2012년과 2017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후원금 조달을 위해 '문재인 펀드'를 만들어 이름을 날리는가 하면, 지난해 11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이 회사를 직접 방문해 '동산금융 혁신사례'로 치켜올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이 회사 연계 사모펀드에서 약 1059억원어치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지난 7월 회사 대표를 포함한 핵심 관계자 3명이 550억원의 투자금을 돌려막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회사는 지난달 초 최종 폐업 조치됐다.

라임·옵티머스 반영되면 수천억원대 커질 듯

보고 예정인 횡령사고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1조7000억원 규모로 환매중단된 라임펀드 관련 횡령 규모만도 수천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구속기소된 김정수 리드 회장은 라임펀드 자금 44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라임펀드 자금 6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 라임펀드 자금 약 200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받는 메트로폴리탄 김모 회장은 현재 인터폴 수배 중이다.

약 1조6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심모 신한금융투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본부 팀장. 뉴스1

약 1조6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심모 신한금융투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본부 팀장. 뉴스1

5151억원 규모 환매중단 사태에 노출된 옵티머스펀드에서 역시 거액의 횡령이 발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김모 옵티머스운용 대표는 펀드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해 개인 명의로 주식·파생상품 매매에 나섰다가 상당부분을 잃었다. 옵티머스펀드의 투자금 대부분도 씨피엔에스·아트리파라다이스·대부디케이에이엠씨·라피크 등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로 흘러들어갔다가 부동산·비상장주식·대여금 등 2차 투자처로 흩뿌려져 그 출처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민국 의원은 "최근 사모펀드들의 연이은 환매중단 사태와 금융회사 임직원 횡령사고 발생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며  "앞으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는 금융권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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