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면죄부 주고 끝난 추 장관 아들 사건…누가 수긍하겠나

중앙일보

입력 2020.09.2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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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의혹 관련자들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 아들은 정상적으로 휴가 연장을 허락받았고, 추 장관은 휴가 문제에 개입한 적이 없으며, 추 장관의 옛 보좌관은 휴가 연장에 대해 ‘청탁’이 아닌 ‘문의’를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추 장관 아들이 부대에 복귀하지 않은 것을 알고 전화를 걸어 귀대를 요청한 당직 사병은 휴가 연장이 이미 돼 있는 것을 몰라 잘못된 조처를 했다는 게 결론이기도 하다.

보좌관의 전화가 청탁 아니라 문의라는 검찰
훗날 재수사 요구받을 ‘의문의 과거사’ 될 듯

많은 사람이 예상한 대로 결국 ‘면죄부’ 주기로 수사가 끝났다. 앞으로 정치인들의 자제가 군에 가면 보좌관·비서관이 배치 또는 휴가와 관련해 군 간부에게 뭔가를 얘기하는 것은 ‘문의’가 될 뿐이다. “휴가 연장이 가능하냐” “다른 데로 배치해 줄 수 있느냐” 등의 말은 모두 문의가 된다. “부탁한다” “청탁한다”고 명시적으로 말해야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이 된다. 군 간부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유력자들은 앞으로 비서를 통해 군에 보낸 아들에 대해 다양한 문의를 해도 된다. 이것이 검찰이 확인해 준 기준이다.

병가 중인 군인들은 더 쉬고 싶다면 대리인을 통해 개인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통보해 휴가를 연장하면 된다. 병가 연장이나 개인 휴가 사용은 일단 부대로 복귀한 뒤 요청해야 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믿음에 불과했다. 이것이 추 장관 아들 사건을 통해 국방부와 검찰이 제시한 병영생활의 기준이다.

검찰이 화끈하게 ‘혐의 없음’ 증명서를 내주는 것은 짐작됐던 일이다. 서울동부지검의 담당 검사는 사건 배당으로부터 반년이 지난 6월에야 관련자 조사를 시작했다. 그는 휴가 연장과 관련한 추 장관 보좌관의 전화를 받았다는 군 간부의 진술은 조서에 넣지 않았다. 지난달 실시된 검찰 인사에서 그와 사건 지휘라인에 있던 검사들은 영전했다. 추 장관은 그 인사에서 친정부 성향을 보여 온 검찰 간부를 서울동부지검장 자리에 앉혔다.

수사 과정이 이처럼 얼룩졌으니 결과를 더욱 수긍하기 어렵다. 야당과 법조계 등에서는 독립적인 수사팀을 꾸리게 하라고 추 장관에게 주문해 왔다. 그래야 국민이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백하다면 추 장관 스스로 그런 지시를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요청을 묵살했다. 이제 이 사건은 두고두고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야당은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를 추진할 것이고, 여당은 이를 막는 데 힘을 쓸 것이다. 특검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문의 과거사’로 남아 훗날 재조사·재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 사건은 정권이 ‘공정’에 눈을 감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권력이 검찰을 인사로 길들이면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를 선명히 보여주고 있다.

모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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