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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후계자’ 원두재, 벤투호 2020년식 진공청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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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림픽팀 핵심 미드필더 울산 원두재는 대표팀(A팀)에 처음 뽑혔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올림픽팀 핵심 미드필더 울산 원두재는 대표팀(A팀)에 처음 뽑혔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파울루 벤투(51·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선보인 2020년의 ‘새 얼굴’은 프로축구 울산 현대 수비수 원두재(23)였다. 벤투 감독은 28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두재 등 대표팀(A팀) 엔트리 23명을 공개했다. 대표팀은 다음 달 9, 12일 이 경기장에서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팀(23세 이하, U-23)과 두 차례 평가전을 한다. 코로나19로 국제경기(A매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감각을 다지고 새 얼굴을 발탁할 기회다.

올림픽팀과 평가전 앞두고 발탁 #중앙수비수-미드필더 모두 소화

원두재는 원래 올림픽팀 핵심 멤버였다.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중원을 책임지며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좋은 체격(1m87㎝·80㎏)을 앞세운 몸싸움과 수준급 볼 키핑, 정확한 패스로 경기 흐름을 잘 조율했다. 대회 이후 ‘기성용의 후계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원두재는 올 시즌엔 K리그 무대도 평정했다.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수비수를 오가며 울산의 후방을 책임지고 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 원두재의 활약으로 울산은 K리그1(1부리그) 23경기에서 최소 실점(17골)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팀 순위도 선두다.

엔트리 확정 과정에서 원두재를 놓고 대표팀과 올림픽팀 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원두재를 대표팀에 불러 기량을 점검하고픈 벤투 감독과 핵심 멤버를 놓치기 싫은 김학범(60) 감독이 맞섰다. 김판곤(51)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전력강화위원장이 “통상적으로 선수 선발 우선권은 대표팀이 가진다. 하지만 한국은 올림픽팀 비중이 매우 높다”며 두 감독을 중재했다. 결국 대표팀이 U-23 선수를 세 명까지만 뽑는 거로 결정했다. 벤투 감독은 원두재 외에 이동준(23·부산), 이동경(23·울산)을 뽑았다.

코로나19로 해외파의 귀국이 여의치 않아 이번 대표팀은 모두 국내파로 구성했다. 원두재 외에 이청용(32), 윤빛가람(30) 김태환(31) 등 울산 소속이 9명이나 된다. K리그1 선두 울산의 ‘승리 DNA’를 이식한 셈이다. 이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지자 벤투 감독은 “대표팀을 구성할 때 선수 기량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울산에 좋은 선수가 많았다. (울산에) 감사한다”며 웃었다.

핵심 선수 세 명을 대표팀에 내준 김학범 올림픽팀 감독은 K리그 신인왕 강력 후보 송민규(21·포항),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 골키퍼 이광연(21·강원)을 새로 뽑아 전력을 보강했다. 김 감독은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이 있지만, 한국 축구는 아우도 꽤 괜찮다는 걸 증명하겠다”며 승리 의지를 다졌다. 축구협회는 두 차례 경기 결과를 합산해 이긴 팀 이름으로 코로나19 성금 1억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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