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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추미애 아들 무죄.정치인 추미애 유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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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8일 밤 정부과천청사를 나서 퇴근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추 장관 아들과 관련된 수사결과에서 관련자 모두 무혐의로 불기소 처리했다.[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8일 밤 정부과천청사를 나서 퇴근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추 장관 아들과 관련된 수사결과에서 관련자 모두 무혐의로 불기소 처리했다.[연합뉴스]

검찰 28일 추미애와 아들 보좌관 등 모두 무혐의로 불기소 #추미애 보좌관 카톡 확보..거짓말 드러나 정치적으로 유죄

1.

추미애 장관 아들(서 일병) 휴가를 둘러싼 검찰 수사결과 모두 무죄.

예상대로 서울동부지검이 28일 추 장관과 아들과 보좌관 등 모두에 대해 불기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예상대로’라는 것은 첫째로 추석 연휴 전에 마무리할 것이란 예상, 전원 무혐의란 예상이 모두 맞아떨어졌다는 말입니다.

2.

예상할 수 있었던 근거는 지난 10일 국방부의 뜬금없는 ‘언론보도 참고자료’입니다.
한마디로 ‘서 일병의 휴가는 법률이나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내용입니다.
수사중인 사안이라며 침묵하던 국방부가 이날 갑자기 무죄를 주장하는 자료를 낸 겁니다. 검찰에 미리 답을 알려준 셈입니다.

그즈음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추 장관을 비호하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며칠후 추 장관은 SNS에 유감을 표명했고, 소걸음이던 검찰수사는 일사천리로 달렸습니다.

3.

검찰 발표 내용의 골자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서 일병의 휴가처리는 모두 합법.
휴가권자인 부대장에게 구두로 승낙을 받았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입니다.
다만 처리 과정에서 서류(휴가명령서나 진단서 등 증빙서류)가 미비한 점은 ‘군 내부에서 확인할 일’이랍니다. 부대내 담당자들이 잘못한 것이지 서 일병이 잘못한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 사이 쏟아졌던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습니다. 그냥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합니다. 국방부 설명과 같습니다.

4.

둘째 추 장관은 국방부에 연락한 적이 없고, 대신 보좌관이 연락한 것은 청탁이 아니라 휴가절차에 대한 문의에 불과하기에 문제가 없다..입니다.

현역 군인인 지원반장은 국방부 민원실에서 전화를 받았지만 ‘누가 전화했는지 모른다’고 진술했습니다. 추 장관이나 남편은 국방부에 전화한 적이 없답니다. 기록도 못찾았답니다.

보좌관이 부대의 지원장교(대위)에게 전화를 여러차례 했는데 이는 ‘휴가절차에 대한 문의’이기에 부정한 청탁이 아니랍니다.

지원장교는 ‘보좌관의 전화를 받은 사실을 (검찰 1차 조사에서) 진술했으나 조서에는 빠졌다’던 주장을 번복했습니다. ‘맥락 없이 이야기한 것이고, 조서에 남기지 말자고 제가 결정했습니다’라고. 더 할 말 없습니다.

5.

그런데 하나 주목할 대목이 있습니다. 검찰이 새로 밝혀낸 사실입니다.
보좌관의 모바일에 대한 포렌직 결과 추 장관과 주고받은 내용이 일부 나왔습니다.

6월14일 보좌관이 추 장관에 두 건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서00 건은 처리했습니다.’

‘소견서는 확보되는대로 추후 제출토록 조치했습니다.’

6월21일 보좌관과 추 장관의 대화도 나왔습니다.

추: 지원장교님 010******** (핸드폰 번호) / 서00(아들)이랑 연락취해주세요.

보좌관:바로 통화했었습니다. 지원장교에게..한번 더 연장해달라고 요청해논 상황입니다..

6.

위 메시지 내용을 보면 명확히 보입니다.

추 장관은 지원장교 핸드폰 번호를 전달하며 아들에게 연락하라고 합니다.
보좌관은 지원장교에게 ‘휴가연장 요청(문의가 아니라)’했습니다. ‘서00건 처리했습니다’라는 문자는 이미 두 사람 사이에 이 문제와 관련된 사전논의가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소견서를 확보해 부대에 제출하는 것도 보좌관이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추 장관이 한 얘기는 거짓말입니다. 추 장관은 국회에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보좌관에게 시킨 사실도 없고 본인이 관여한 바 없다’고  부인해왔습니다.

7.

휴가가 합법적이고, 청탁이 없었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무혐의라 할 수 있겠죠.
그러나 마지막 메시지에서 드러나는 명백한 거짓말, 법 이전의 도덕성 문제는 어찌할까요.

도덕이나 윤리의 문제는 법으로 다스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론 법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추 장관은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무신불립’이라고 합니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입니다. 너무나 지당합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