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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 소망 담은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 무형문화재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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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고 28일 밝혔다. 2016년부터 전통 지식에 대한 무형문화재 지정이 가능해진 이후 농경 분야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인삼 문양이 새겨진 자수.[사진 문화재청(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문화재청이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고 28일 밝혔다. 2016년부터 전통 지식에 대한 무형문화재 지정이 가능해진 이후 농경 분야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인삼 문양이 새겨진 자수.[사진 문화재청(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충남 금산에는 약 1500년 전 효성이 지극했던 ‘강 처사’ 설화가 내려온다. 그가 병마에 신음하는 홀어머니의 쾌유를 위해 진악산 감음굴에서 기도를 드리던 중 산신령이 나타나 암벽 위의 빨간 열매가 달린 풀의 뿌리를 달여 먹이라 했단다. 꿈에서 깨 그 말대로 하니 노모의 병이 깨끗이 나아 이후 그 열매를 재배한 게 지금의 금산 인삼이 됐단 얘기다.

삼국시대부터 다양한 재배·가공·약용문화 #농경 분야선 처음…특정 보유자 인정 안해

이렇듯 각종 설화‧음식·의례로 우리 일상과 함께 해온 인삼이 국가무형문화재 지위를 얻게 됐다. 문화재청은 28일 인삼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기술과 인삼 관련 음식을 먹는 등의 문화를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로 이름하고 이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전통 지식 분야에 대해서도 무형문화재를 지정하기 시작한 2016년 이래 농경 분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삼밭 모습. [사진 문화재청(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인삼밭 모습. [사진 문화재청(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삼계용 및 홍삼달임용 판매 인삼. [사진 문화재청]

삼계용 및 홍삼달임용 판매 인삼. [사진 문화재청]

인삼(혹은 산삼)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도 등장하는 등 한반도에서 오래 된 작물이다. 사람의 몸과 비슷한 생김새에 뛰어난 효능과 희소성으로 불로초 또는 만병초로 불리며 효와 관련된 설화에 자주 등장해왔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인삼 재배가 크게 성행하게 된 시기는 18세기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의 문헌인 『산림경제』 『해동농서』 『임원경제지』 『몽경당일사』 등에서 인삼 재배와 가공에 대한 기록이 확인된다.

특히 재배 기술과 관련해선 인삼 씨앗의 개갑(開匣)이라는 전통 기술이 오늘날에도 전승되고 있다. 씨앗 채취 후 수분 공급 및 온도 조절을 하여 씨눈의 생장을 촉진시킴으로써 씨앗의 껍질을 벌어지게 하는 방법인데 이를 통해 파종에서 발아까지의 시간을 절약한다. 이밖에 햇볕과 비로부터 인삼을 보호하기 위한 해가림 농법, 연작이 어려운 인삼 농사의 특성을 반영한 이동식 농법, 밭의 이랑을 낼 때 윤도(輪圖, 전통나침반)를 이용하여 방향을 잡는 방법 등도 전승돼 왔다.

인삼을 든 신선도(사진 출처 영주인삼박물관). [사진 문화재청]

인삼을 든 신선도(사진 출처 영주인삼박물관).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이지은 사무관은 “송나라 사절 서긍이 지은 『고려도경』(1123)을 보면 중국에 공물로 보내기 위한 숙삼(熟參)이 등장하는 등 우리나라에선 오래전부터 다양한 가공법이 발달해왔다”면서 “요즘도 복날에 흔히 먹는 삼계탕은 일제강점기 때 ‘계삼탕’으로 등장해 1960년대 수삼의 대중화와 함께 오늘날과 같이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몸에 좋은 인삼을 활용한 인삼백주가 충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등 다양한 약용문화가 발달해 있다.

문화재청은 “인삼 재배와 문화가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되고 있는데다 농업 경제 등 다방면에서 연구 가능성이 높고 재배 농가 중심의 여러 공동체와 집단 활동이 활발하며 현재에도 세대 간의 전승을 통하여 경험적 농업 지식이 유지되고 있는 점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한반도 전역에서 농업 지식이 전승되고 있고 온 국민이 향유하는 문화라는 점에서 이미 지정된 ‘씨름(제131호)’ ‘장 담그기(제137호)‘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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