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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추미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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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윤석만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윤석만 논설위원 겸 사회에디터

윤석만 논설위원 겸 사회에디터

추미애의 변명은 일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다. 마치 뉴턴역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양자의 세계와 같다.

‘양자(量子)’의 ‘量’은 ‘헤아리거나 짐작한다’는 뜻으로, 고전물리학처럼 연속값을 갖지 않는다. 닐스 보어에 따르면 원자핵을 도는 전자는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이동할 때 그냥 도약한다(퀀텀 점프). 양자역학에선 빛도 하나의 알갱이(광자·光子)며, 입자도 파동의 성격을 띤다. 관측 순간 전자는 광자에 부딪혀 상태가 달라지고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 그 때문에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것은 오직 확률로만 가능하다(불확정성의 원리).

추미애는 자신과 남편 모두 민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국방부엔 전화 기록이 버젓이 남아 있다. 심지어 전화 건 사람은 여성인데, 기록엔 남편 이름으로 기재돼 있다(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자신이면서 남편이기도 한 ‘양자(兩者)’란 이야기인가.

또 2017년 1월 추미애의 정치자금 지출내역에는 논산훈련소 인근 정육식당에서 ‘의원간담회’를 한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비슷한 시각 파주 군부대에선 전투복을 입고 사진 찍었다. 퀀텀 점프했거나, ‘양자얽힘’을 이용해 손오공 같은 분신술을 써야만 가능한 일이다.

노트북을 열며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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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고양이 사고실험으로 양자역학을 반박했다. 상자 속에 고양이 한 마리와 방사성 물질이 있다. 1시간에 50%의 확률로 핵분열 하는데, 그땐 독이 든 유리병이 깨져 고양이가 죽는다. 1시간 후 고양이는 어떤 상태일까. 양자역학에 따르면 고양이는 반은 살고 반은 죽은 존재다.

하지만 슈뢰딩거는 ‘살았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한다. 연구자의 ‘관측’과 무관하게(상자를 열어보기 전에) 생사는 이미 결정돼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도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로 편을 들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것이지, 애매한 확률로 자연법칙을 오도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추미애 부부가 직접 민원을 했든, 보좌관을 시켰든 ‘엄마 찬스’를 쓴 건 반박할 수 없는 팩트다. 뻔한 사실마저 가짜뉴스로 치부하고 애매한 답변으로 물타기 하는 행태는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행태와 무엇이 다를까. ‘추미애=양자’가 아니라면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국민을 농락하지 말라.

자연을 설명하는 뉴턴의 운동법칙 중 두 번째는 ‘힘(F)=질량(M)X가속도(A)’다. 인간 세상에선 성과(Fulfill)는 재능(Merit)과 노력(Attempt)에 비례한다고 바꿔도 틀리지 않다. 양자의 세계면 모를까, 추미애·조국의 ‘부모찬스’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윤석만 논설위원 겸 사회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