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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문시장 추석 대목경기 ‘실종’…“코로나 전 주말보다 못해”

중앙일보

입력

추석을 나흘 앞둔 27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 김정석 기자

추석을 나흘 앞둔 27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 김정석 기자

추석(10월 1일) 전 마지막 일요일인 27일 오전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은 제수용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곳곳에서 흥정하는 소리가 퍼지고 간단한 먹거리를 든 채 차례상에 올릴 식재료 구매에 여념이 없는 손님들로 빼곡했다.

분식점 주인 “예년 대목 비해 식재료 주문 절반만” #한복상인은 “결혼식 계속 밀려…눈앞이 캄캄하다” #채소·과일 가격 급증에…시민들 “구매 품목 줄여”

 언뜻 대목을 맞은 시장이 북새통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년 명절보다 인파가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과거 명절을 앞둔 서문시장은 주차전쟁이 벌어져 일대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주차장에 진입하는 데만 수십 분이 걸리곤 했다.

과거 명절 대목 ‘주차난’…“올해는 주차전쟁 없어” 

 하지만 27일 직접 시장을 찾은 취재팀은 줄을 선 지 5분이 채 안 돼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주차공간도 일부 여유가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얼어붙어 손님들 수가 급감했다는 상인들 말이 실감이 났다.

 그나마 이날은 휴일이어서 손님수가 다른 날보다는 많았다. 평일에는 개시도 하지 못하고 문을 닫는 점포도 많다고 한다. 분식점을 운영하는 김이서씨는 “추석 대목인데도 장사가 너무 안 된다. 과일·수산물 가릴 것 없이 모든 가게에 손님이 뚝 떨어졌다”며 “명절 대목이지만 우리 가게도 식재료 주문을 작년 추석의 절반 정도만 했다”고 말했다.

 한복을 파는 추금란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올 봄부터 결혼식을 미루는 사람이 계속 생기면서 한복을 사러 오는 사람이 없다. 한복 한 벌 팔아 먹고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눈앞이 캄캄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문시장 2지구 상가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평소와 비교하면 대목은 대목이지만 예전 명절 때보다 훨씬 못한 대목”이라며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주말보다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27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 김정석 기자

27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 김정석 기자

 추석이 코로나19 전국 대유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정부가 연휴 기간 이동 자제를 강력 권고함에 따라 서문시장 상인들은 그나마 기대했던 명절 특수도 물거품이 될 상황이다. 대구 지역 경기의 바로미터인 서문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내 다른 전통시장의 분위기도 활기를 띠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긴 장마·태풍에 물가 고공행진…고통 가중

 긴 장마와 태풍으로 껑충 뛴 물가도 상인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부 이모(59·달서구 진천동)씨는 “올해 추석에도 차례상을 차리긴 하지만 모이는 친척 수가 줄어들고 채소·과일 물가도 크게 뛰어 구입 품목을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9월 21~27일 주요 농산물 주간거래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배추 평균 도매가는 8913원으로 평년 같은 기간 3560원의 배가 넘었다. 무도 이번 주 평균 도매가가 2261원으로 평년 같은 기간 1291원보다 대폭 높았다. aT는 배추와 무를 각각 ‘상승심각’과 ‘상승경계’ 단계로 설정한 상태다.

 과일 가격도 치솟았다. aT 주요 농산물 일일도매가격에 따르면 사과(홍로) 10㎏ 가격은 지난 21일 기준 5만545원으로 책정됐다. 평년 9월 하순 사과 가격 2만4352원의 107.6% 수준이다. 배(신고)도 15㎏ 가격이 21일 기준 5만1160원으로, 평년 9월 하순 배 가격 2만9306원보다 74.6% 더 높았다.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22일 오후 대구 최대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한산하다. 연합뉴스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22일 오후 대구 최대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한산하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대구시는 지난 16일 aT, 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연합회 등 관련 기관과 함께 물가안정 특별대책회의를 열어 33개 품목을 중점관리품목으로 선정해 물가안정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 대한 가격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대구시 홈페이지에 매일 공개하는 한편 8개 구·군과 함께 분야별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가격표시 이행실태, 원산지 표시, 부정축산물 유통 등에 대해 지도·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경북도 역시 추석명절 대비 물가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한다. 주요 품목에 대해 시‧군, 유관 기관과 합동으로 지도‧점검을 강화하는 등 물가 안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농‧축‧수산물의 적절한 출하 조절을 통한 제수용 물품의 가격 안정에도 힘쓸 예정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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