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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피격 미스터리 실은 '무궁화 10호'...이틀 늦게 목포 귀항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낮 12시께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무궁화 10호’가 전남 목포시 어업지도선 전용부두 앞 해상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배 선원 이모(47)씨가 실종된 지 6일, 출항 기준으로는 11일 만에 출항지로 돌아온 것이다.

“선원들 충격 심해”…해수부, 선원들과 접촉 엄격 통제 #25일 귀항 예정이었지만, 수색·해경 수사 등으로 늦어져 #선원들 전용부두에서 내려 개인 차량 등으로 귀가 예정

“동료 선원들 충격 심해”

이날 무궁화 10호 선원들과 취재진의 접촉은 일절 금지됐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동료 선원들이 장기간 항해에 지쳐있고 예상치 못한 일에 충격을 받아 정신·신체적으로 피로한 상태”라고 말했다.

27일 무궁화 10호 선원들이 전남 목포시 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입항한 뒤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7일 무궁화 10호 선원들이 전남 목포시 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입항한 뒤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무궁화 10호는 연평도와 백령도 인근 어장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아 지난 16일 목포를 출항해 25일 귀항할 예정이었다. 무궁화 10호 선원 15명은 지난 21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이씨가 북한군에 피격당한 사실이 확인된 뒤 해경 조사 등을 받느라 귀항이 늦어졌다.

무궁화 10호는 지난 26일 오전 8시께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목포로 출발했지만, 서해안은 양식장이 많아 야간 운행이 제한된 탓에 전남 영광 안마도 해상에서 밤을 보낸 뒤 날이 밝자 이동했다.

부두에 도착한 선원들은 앞서 정박하고 있던 다른 배에 밧줄을 묶어 고정하는 작업을 했다. 모두 안전모와 마스크, 구명조끼 등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무궁화 10호는 낮 12시 도착했지만, 선원들은 곧장 하선하지 않고 배에 남았다. 약 3~4시간 동안 귀항 뒤 이어지는 복귀 절차와 선박 내부 정리 작업 때문이라고 서해어업관리단 한 직원은 말했다.

27일 전남 목포시 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입항한 무궁화 10호 소속 선원이 해양수산부 깃발을 걸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7일 전남 목포시 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입항한 무궁화 10호 소속 선원이 해양수산부 깃발을 걸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배에 남은 선원들은 부두 도착 전후로 갑판 곳곳을 돌아다니며 선박 정리를 했다. 이씨가 실종된 장소로 나타난 선박 후미를 정리하는 선원들도 있었다. 먼발치에서만 선원들을 볼 수 있었고 밧줄로 결박 작업을 하는 선원들의 대화 소리가 가끔 들려왔다.

해양수산부 산하 어업지도선 선원들은 동해와 남해, 서해 등 어업관리단에서 순환 근무를 하기 때문에 목포가 아닌 타 지역에 거주하는 직원들도 있다. 무궁화 10호 선원들은 복귀 절차가 끝나면 개인 차량 등을 이용해 귀가할 예정이다.

27일 전남 목포시 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입항한 무궁화 10호 선원들이 배를 항구에 고정시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7일 전남 목포시 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입항한 무궁화 10호 선원들이 배를 항구에 고정시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무궁화 10호의 차기 출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어업지도선들은 귀항 뒤 약 2주의 휴식기를 갖고 다시 출항하지만, 무궁화 10호는 실종 선원의 북한군 피격이라는 초유의 사건 때문에 새로운 출항 일정이 잡히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부, 선원 접촉 엄격 통제

27일 전남 목포시 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입항한 무궁화 10호 후미에서 선원들이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7일 전남 목포시 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입항한 무궁화 10호 후미에서 선원들이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목포시 어업지도선 전용부두 정문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굳게 닫혔고 휴일인데도 직원들이 나와 일반인의 출입을 막아섰다. 전용부두 관리 직원은 “평소였다면 정문만 닫아두고 직원은 당직실에 상주해 바깥으로 나와서 통제하진 않지만, 오늘은 무궁화 10호 입항 일정이 있어 통제 중”이라고 했다.

해수부는 무궁화 10호가 입항하기에 앞서 오전 11시께부터 약 1시간 동안 취재진에게 어업지도선 전용부두 출입을 허가했지만, 약 20~30m 떨어진 곳까지만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무궁화 10호는 내부 폐쇄회로(CC)TV가 고장 나 동료 선원들의 진술 조사 등에 상당부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씨가 근무한 서해어업관리단에서는 군 당국의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씨 실종 배경으로 월북 가능성을 꼽는 이는 없었다고 한다.

27일 무궁화 10호가 전남 목포시 어업지도선 전용부두로 들어서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7일 무궁화 10호가 전남 목포시 어업지도선 전용부두로 들어서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해수부 관계자는 “선원들의 향후 일정은 모두 비공개 사안”이라며 “해수부 차원의 선원 조사 등은 예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목포=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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