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서울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녀 없는 당첨자는 10%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에 사는 신혼부부가 자녀 없이 특별 공급에 당첨될 확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민의힘 소속 김은혜 의원실이 한국감정원으로부터 받은 특별공급 당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5월부터 2020년 8월 사이 당첨자를 발표한 서울시 민영주택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 총 3501채 중 자녀가 한 명도 없는 신혼부부가 가져간 집은 348채로 전체의 9.9%에 불과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월 666만원 이상 벌면 ‘하늘의 별 따기’

월 소득이 세전 666만 5980원을 넘으면 가능성은 더 줄어든다. 신혼특공 물량의 75%가 저소득 신혼부부에게 배정되기 때문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소득 수준에 따라 우선공급(75%)과 일반공급(25%)으로 나뉜다. 맞벌이 2~3인 가구 기준 부부 합산 월 소득이 세전 666만5980원을 초과하는 경우 ‘상위소득자’로 분류돼 일반공급에만 지원할 수 있다. 722만1478원을 초과하면 아예 지원 자격이 없다.

서울시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서울시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전체 물량의 75%가 배정되는 우선공급 전형 당첨자 중 63%가 2자녀를 둔 부부였다. 그 뒤로 1자녀(25%), 무자녀(9%) 부부 순이었다.

일반 공급 당첨자 중 2자녀 부부의 비율은 51%였다. 외동을 둔 부부는 전체 물량의 29%를 가져갔다. 무자녀 부부는 17%였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전체 물량(3501채) 중 자녀가 없으면서 월 소득이 666만원을 넘는 부부에게 돌아간 집은 44채로 1.25%에 그쳤다.

무자녀, 고소득자 상황별 전략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자녀 수가 당락을 좌우한다. ‘3자녀는 무적, 2자녀는 추첨, 1자녀는 바늘구멍’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0대 1을 훌쩍 넘기는 서울 신혼 특공 경쟁률을 고려하면 자녀가 없는 부부가 당첨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쩌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무자녀로 서울 청약에 당첨됐다"는 후기가 올라오는 이유는 이들이 기관 추천 특별공급 등 다른 특별공급 전형에서 발생한 동일 평형 부적격 물량을 추첨받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타 특별공급에서 부적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무자녀 신혼부부에게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소리다.

아파트청약 특별공급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당첨이 하늘 별 따기가 됐다. 셔터스톡

아파트청약 특별공급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당첨이 하늘 별 따기가 됐다. 셔터스톡

전문가들은 소득이 높아 신혼부부 특공과 생애 최초 특공 모두 지원 자격이 안 된다면 전체 공급량의 절반을 추첨제로 뽑는 85㎡ 초과 평형에 지원하라고 제언한다. 소득 기준을 맞출 수 있다면 2명 이상 자녀를 둔 부부는 신혼부부 특공, 무자녀 부부는 생애 최초 특공이 더 유리하다.

특공 경쟁률 일반공급 앞지르기도 

취약 계층에게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춰준다는 취지가 무색할 만큼 특별공급 경쟁률은 치솟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청약을 접수한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의 일반공급 경쟁률은 95.9대 1이었다. 326가구 공급에 3만 1277명이 몰렸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경쟁률은 462.2대 1로 나타났다. 특별공급 경쟁률이 일반공급보다 5배 가까이 높았다. 앞서 청약을 받은 양천구 신정동 호반써밋목동은 일반분양 128.1대1, 신혼특공 117.8대1로 경쟁률이 비슷했다.

관련기사

김은혜 의원은 "청약 과열로 특별공급에서도 점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과열 양상이 심각하다"며 "정부가 3040세대 배정 비율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생색내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 대출을 풀어주거나 맞벌이 신혼부부전체 공급을 늘리는 큰 틀의 정책전환이 없다면 세대간 싸움만 부추기는 청약 전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