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 결국 보수 대법관 지명…"긴즈버그 무덤서 뒤집어질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에이미 코니 배럿(48) 미국 제7연방고법 판사. AP통신=연합뉴스

에이미 코니 배럿(48) 미국 제7연방고법 판사. AP통신=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별세한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연방대법관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7연방고법 판사를 지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배럿 판사를 신임 연방대법관으로 배럿 판사를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럿은 헌법 조항이 적혀있는 대로 판결할 것”이라며 “그는 견줄 데 없는 업적과 뛰어난 지성, 훌륭한 자격과 헌법에 대한 불굴의 충성심을 갖춘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NYT는 배럿이 ‘보수의 상징’ 고 안토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 밑에서 서기로 일하며 그를 멘토로 삼아왔다고 전했다. 배럿은 이날 “나는 스캘리아 전 대법관과 같은 철학을 가지고 있다. 판사는 법을 있는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며 “판사들은 정책 입안자가 아니고,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정책적 견해도 (판결에서) 확고히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럿이 “미국 연방대법관 중 최초로 학교에 다니는 연령의 아이를 둔 엄마”라고 강조했다. 배럿 판사는 아이티에서 입양한 2명을 포함해 슬하에 총 7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배럿 판사. 로이터통신=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배럿 판사. 로이터통신=연합뉴스

다만 NYT는 이 같은 소개가 배럿 판사의 철학과 종교적 가치관에 대한 비판을 상쇄시키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배럿은 구성원들의 사생활을 통제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진 세계적인 기독교 종교단체 ‘찬양의 사람들’ 소속으로, 과거 “법은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그 목적은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날 배럿 판사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인준이 된다면, 나는 내가 속한 집단을 위해서나 나 자신을 위해 대법관 역할을 맡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동료 시민들을 섬기기 위해 그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

미국 민주당은 배럿의 철학과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발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성명을 내 “(후임으로)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한 일을 모조리 뒤집으려 하는 것을 보면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무덤과 천국에서 몸을 뒤집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선을 38일 남기고 대법관을 지명한 것을 ‘권력 장악 (시도)’이자 ‘법정의 권위에 대한 공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의장과 첫 슈머 민주당 상원 대표가 긴즈버그 전 대법관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의장과 첫 슈머 민주당 상원 대표가 긴즈버그 전 대법관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배럿의 대법관 인준안이 미 상원을 통과하면 미국 대법원은 전체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으로 남게 된다. 이 중 트럼프 정부에서 선임된 대법관만 3명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노트르담 대학에서 15년간 법을 가르치던 배럿을 미 7순회항소법원에 처음 지명했다. 배럿은 2018년 은퇴한 앤서니 케네디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최종 후보 명단에도 올랐지만, 트럼프는 당시 “배럿은 긴즈버그를 대비해 남겨두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