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서울 강남의 i유학 알선 업체가 개최한 확장 이전 기념 행사장에 '교육부 장관 유은혜' 명의의 화환이 등장했다. 이날 i업체 전 대표 이 모 씨는 유 장관의 화환을 연단 옆에 세워둔 채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장에는 중앙대·한국외대 총장의 화환도 놓였다. 학원가에서는 이 업체가 유 장관과 가까운 관계라는 소문도 돌았다.
사교육 업체 행사에 웬 교육부 장관 화환?
이 업체가 유 장관의 화환을 내걸고 행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i업체가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한 입학식 행사에서도 유 장관의 이름이 등장했다. 다만 당시 화환에는 유은혜가 아닌 '국회의원 류은혜'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유 장관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업체가 온라인에 올린 행사 영상에도 유 장관의 화환은 눈에 띄었다. 교육부 장관이 사교육 업체 행사에 화환을 보낸 건 이례적인 일이다. 강남의 한 대형 학원 관계자는 "정부와 사교육 업계는 불편한 관계"라며 "업계에 수십 년 있었지만, 교육부 장관이 이쪽 업계에 화환이나 축전을 보낸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한국에서 학생을 모집해 해외 대학에 보내는 유학 알선이 주요 사업이다. 국내에서 일정 과정을 거치면 미국 상위 50위 이내 주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수강생을 모았다.
"교육부가 고발한 업체인데 화환을?"
문제는 이 업체가 불법적인 운영으로 교육부가 두 차례나 고발 및 수사 의뢰한 곳이라는 점이다. 교육부는 2013년 이 업체가 한국외대, 중앙대 등과 이른바 '1+3 프로그램'을 불법적으로 운영했다며 고발했다. 2018년에도 외국 대학 학위 과정을 국내에서 운영해 고등교육법을 위반한 혐의로 수사 의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학원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고발했던 업체에 장관이 화환까지 보냈다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고 말했다.
유 부총리 측 "화환 보낸 적 없어"…취재 이후 업체측 사진 삭제
이에 대해 유 장관 측은 해당 업체에 화환을 보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 장관 비서실 관계자는 "여러 경로로 확인한 결과 교육부에서 해당 업체에 화환을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장관 개인이나 국회의원 자격으로도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행사에 총장 명의 화환이 등장했던 대학들도 같은 반응이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우리는 화환을 보낸 적이 없다"면서 "예전에 i업체와 사업을 하다 학교가 고발된 이후 관계를 완전히 끊었다"고 말했다. 중앙대 관계자도 "학교나 총장 개인이 화환을 보낸 적 없다"며 "보낸 적 없는 화환이 왜 거기 있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i업체 관계자는 "대표가 워낙 아는 분이 많아 여러 곳에서 들어온 화환을 진열했을 뿐"이라며 "받지도 않은 화환을 세워 뒀을 리 없지 않나"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중앙일보 취재가 시작된 후 홍보 자료로 올린 유 장관 화환 사진을 삭제했다. '한국외대, 중앙대 총장'이 화환을 보냈다는 내용은 '국내 대학교'로 수정했다.
교육부 "사실관계 파악 후 업체 고소"
교육부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i업체에 대한 법적 대응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이다. 27일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이유로 행사장에 부총리 명의의 화환이 놓이게 됐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관계를 파악한 후 사기죄 등 불법 여부에 대해 검토하여 해당 사교육업체에 대한 고소·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