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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판을 활주로로” 역발상···북극 주도권 확보 나선 러시아

중앙일보

입력

미·중이 북극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에 뛰어든 가운데 러시아도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권에서도 비행기를 자유롭게 띄울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북극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모스크바 바우만 국립 공과대학이 러시아 국방부와 협력해, 북극권 비행기 활주로 건설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예브게니 스토르주크 바우만 공대 혁신 담당 부총장은 특수 화학약품을 이용해 얼음의 표면 구조를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 물질이 얼음을 보다 단단하게 만들어 무거운 중량의 비행기가 얼음 위에서도 쉽게 이착륙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북극권 지역에서 지대공미사일 발사 훈련중인 러시아군 [러시아 국방부]

북극권 지역에서 지대공미사일 발사 훈련중인 러시아군 [러시아 국방부]

이 기술이 적용되면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권에서 비행기 활주로를 신속하게 건설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일류신(IL)-76과 같은 수송기도 자유롭게 북극권 활주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2015년 북극사령부를 개설하고 2017년 북극 전담 특수부대 4개를 창설하는 등 군사적 역량을 키워왔다.

러시아 초대형 쇄빙선 건조..북극 이주자에겐 무상으로 5년간 토지제공

러시아는 지난 7월에는 초대형 핵추진 쇄빙선 건조에 들어갔다. 국영 원자력 쇄빙선사인 '로스아톰플로트'가 추진하는 핵추진 쇄빙선 '러시아'의 건조가 시작된 것이다. 7만t 규모, 길이 209m, 폭 47.7m에 달하는 이 쇄빙선은 2027년 운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 쇄빙선의 모습 [AP=연합뉴스]

러시아 쇄빙선의 모습 [AP=연합뉴스]

CBS는 "핵 추진 쇄빙선은 러시아의 북극 주둔군을 늘리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심을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가 쇄빙선 분야에서 속도를 내는 것은 중국을 의식해서다. CBS는 "러시아가 핵추진 쇄빙선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중국이 매우 유사한 규모의 쇄빙선을 개발하면서 따라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극 거주민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올해 7월 러시아 북극·극동개발부는 자국민을 상대로 북극권 토지 이용권(5년)을 무상으로 제공해 북극권 인구 감소를 막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북극 헥타르 계획은 신청자에 한해 1헥타르(1만㎡·3025평)의 북극권 대지를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정책으로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러시아 북극권 인구는 1990년대만 해도 약 977만명이었으나 최근 780만명으로 줄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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