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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은 월북이라는데, 북한은 “도주할 듯해 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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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5호 01면

공무원 북 피격 사망 

25일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특공무술 시범을 마친 장병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 자신의 힘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평화를 만들고, 지키고, 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22일 서해에서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사살한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다. [뉴시스]

25일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특공무술 시범을 마친 장병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 자신의 힘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평화를 만들고, 지키고, 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22일 서해에서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사살한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다. [뉴시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 사살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내왔다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밝혔다. 서 실장은 북한이 이날 오전 이런 내용을 담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로 통지문을 보내왔다며 전문을 공개했다.

72주년 국군의 날 기념 행사서 #문 대통령, 사살 사건 언급 안 해 #김정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 #이례적 사과 담은 통지문 보내 #남북, 조사 결과 진실 공방 일 듯

북측은 통지문에서 자신들이 조사한 사살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 22일 저녁 조업 중이던 배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 한 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북한군은 물에 떠 있던 이씨에게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고, 이씨는 한두 번 “대한민국”과 이름을 얼버무리고 그 뒤로는 답을 하지 않았다고 북측은 밝혔다.

북한군이 더 가까이 다가가 공포탄 두 발을 쏘자 이씨는 놀라서 도주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고 한다. 북측은 “해상경계 근무 규정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을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사격 후 10여m까지 접근해 수색했지만 이씨는 보이지 않았고 이씨가 붙잡고 있던 부유물과 많은 양의 혈흔만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북측은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북한군이 이씨를 사살한 뒤 불태웠다”는 합동참모본부의 전날 발표와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또한 북측 사격 시간대와 사격 전 이씨의 도주 시도, 월북 의사 여부 등에서 남북 조사 결과가 상당 부분 차이를 보이고 있어 진실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측은 이날 통지문에서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차례 사용하며 “최근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 실장은 “최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에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있다”며 전문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김 위원장이 재난 현장을 찾은 사실을 언급하며 “국무위원장님의 생명 존중에 대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 사람의 목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친서에서 남측의 코로나 재확산과 태풍 피해를 거론하며 “대통령께서 얼마나 힘드실지 누구보다 잘 알 것만 같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이씨 사살 사건은 언급하지 않은 채 “정부와 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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