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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존중 의지에 경의” “남녘 동포 건강 기원” 친서 교환 10일 만에 총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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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5호 02면

공무원 북 피격 사망

강경화 장관(왼쪽)과 이인영 장관이 25일 국회 외교통일위 회의에서 대화 하고 있다. [뉴스1]

강경화 장관(왼쪽)과 이인영 장관이 25일 국회 외교통일위 회의에서 대화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 모(47)씨 피격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이달 초 친서를 교환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25일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 문제에 국민의 관심이 커짐에 따라 문 대통령은 최근 주고받은 친서의 내용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드리도록 지시했다”며 친서 전문을 전했다.

이인영 “김정은 사과 매우 이례적” #강경화 “유엔 연설 전까지 몰라” #“새벽이라 대통령에 보고 못했다니” #조태용 “이게 나라냐” 페북서 비판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8000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우리가 어떤 도전과 난관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근본”이라며 “하루빨리 북녘 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특히 국무위원장님의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12일 답신을 통해 “진심 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며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 감사히 받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다시 한 번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과 행복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겠다”고 전했다.

이렇게 양 정상은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하거나,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길 빈다고 말했지만, 친서를 교환한 지 10일 만에 북한군이 한국 민간인을 해상에서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사과한 것과 관련해 “매우 이례적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대한민국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있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이 장관은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1972년 당시 김일성 주석과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면담 때 구두로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라 표현한 적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이 언급한 사건은 1968년 1월 21일 발생한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 사건으로, 김 주석은 4년 뒤인 72년 방북한 이 부장에게 구두로 사과한 적이 있다.

여당 의원들도 김 위원장의 사과를 “과거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회의에서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남북관계가 엄중한 상황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며 “과거 북측 태도에 비하면 상당한 정도의 변화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 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오늘 회의에서 이 장관은 7시간 동안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 ‘시간상 새벽이라 아침이 돼서야 보고했을 것’이라고 답했다”며 “이게 나라냐”고 비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았다. 지난 23일 낮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을 언급한 유엔 연설이 방영될 때까지 외교부 차원에서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강 장관은 사건을 인지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지난주 베트남을 다녀온 뒤 연가를 내고 재택 근무를 했다”며 “이로 인해 지난 23일 열린 두 차례 관계장관회의에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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