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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하루종일 마스크 착용, 건강엔 괜찮은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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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5호 31면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대학평가원장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대학평가원장

한 지인은 요즘 마스크가 꼭 갖춰 입어야 하는 속옷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안 하면 부끄럽단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새 풍속도다. 이제 마스크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마스크를 느슨하게 하면 여기저기서 싸늘한 눈총이 날아온다.

코로나로 집단 방역 강조되면서 #개인 건강 챙기기는 오히려 뒷전 #감염병 관리와 함께 개인 건강도 #돌보는 시스템 가동하면 어떨까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들숨과 날숨으로 사는 사람은 깨끗한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면서 생명을 유지한다. 한데 종일 마스크로 코까지 꽁꽁 싸매고 숨을 쉴 때, 우린 정말 깨끗한 산소만 마실 수 있을까. 자신이 내뱉은 나쁜 공기가 미처 마스크 밖으로 빠져나가기도 전에 다시 산소와 함께 섞여서 들어오는 건 아닐까. 그래도 장기적으론 건강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까. 특히 우체국이나 은행처럼 대민업무를 하면서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 고객 응대를 하느라 계속 말을 해야 하는 직원들은 정말 괜찮을까. 비말 감염이 문제라면 입만 가리고 코는 풀어줘도 되지 않을까.

이런저런 의문이 일어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쉽게 찾을 수 없다. 모두 감염병 코로나19에 몰입하느라 어떻게 하면 이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지에만 전전긍긍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앞으로의 장구한 세월을 살기 위해선 더 신경 써야 할 것들, 예를 들어 건강, 돌봄, 회복, 소통과 같은 것들은 소홀히 취급하는 것 같다.

나는 지난해부터 서울대 의대와 함께 중장기 프로젝트로 ‘건강경영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조만간 닥칠 초고령사회가 활력 있고 즐거운 사회가 되려면 ‘건강’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될 거라는 생각. 건강한 노년기를 맞으려면 젊어서부터 건강을 관리하고 건강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 그리하여 국민의 건강관리는 젊은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사회운동이었다.

선데이칼럼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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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에게 맞는 효율적인 건강관리 방법과 습관을 찾는 일. 그리고 직장들이 과학적 프로세스에 따른 건강경영환경을 만들어 이러한 직원 건강에 도우미로 나서는 문화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인간을 중시하는 직장 문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바람도 있었다. 지난해엔 몇몇 기업이 시범사업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그러다 올해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거의 모든 기업이 포기했다. 다만 그 중 국민은행만 남아서 올해부터 건강 프로세스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 기획팀도 어쩌면 포기하지 않고, 이 기획을 계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은 더디고 쉽지 않았지만 어쨌든 올해 기획팀 자체로 진행해야 할 기본조사도 마쳤고, 지금은 분석 중이다. 이에 더해 기업들의 코로나방역실태조사도 했고, 지난주에 이를 먼저 분석해 보도하기도 했다.(SUNDAY 9월 19일자 1, 10면) 국내 기업 코로나 방역 대응 점수는 100점 만점에 57.2점. 나쁜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 기업의 대응 수준으로는 대확산을 막고 후유증을 치료하기에는 역부족인 어정쩡한 상태라는 정도다.

한데 이 조사결과를 분석하면서 표면적으로 나타난 결과보다 평균 점수로 나타내기 힘든 그 행간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응답 점수가 가리키는 방향은 일관됐다. ‘조직의 안위’가 우선이고, 구성원 개개인의 건강과 복지는 형식적인 관심 표명을 넘지 않는다는 것. 이 조사는 노사 양측을 대상으로 했는데, 점수의 편차가 거의 없을 정도로 유사했다.

이번 조사는 감염병에 대응하는 데 기업들에 권장되는 정책들을 열거하면서,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지와 실행하고 있는지를 응답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부분의 예방 활동과 관련된 정책의 경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80~90%로 높았다. 한데 필요하다는 응답이 70%대를 나타낸 정책들은 당뇨·심혈관질환 등이 있는 임직원에게 맞춤형 예방프로그램을 제공한다거나 전문가 상담을 제공하고, 임직원 예방 활동 지원금 제공하는 등 개인 편의 제공에 대한 항목들이었다.

또 실제로 감염된 직원이 나올 경우의 정책으로는 발생 건수를 조사하는 등 조직 내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하지만 감염 직원 개인에 대한 건강상태 확인이나 정신적 지원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0~70%대였고, 실행은 30~40%대로 뚝 떨어졌다. 치료나 격리가 끝난 직원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응답도 뚝 떨어졌다.

개인 각자가 행복하고 안전하게 사는 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법과 질서를 지켜 사회를 안정시키고, 약한 사람들을 도와줘 그들이 살 수 있도록 해주고, 국력이 강해져야 하는 것도 이런 환경의 지지가 개인 행복의 전제조건이어서다. 주변 환경이 안전하고 평화롭지 않으면 개인 생활도 불안정해지는 걸 우린 이번 코로나로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 정국. 위급한 상황이다. 질병은 통제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이 그 일을 잘하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한편에선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편안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하는 게 건강한 나라, 건강한 직장이 아닌가 생각한다. 단순하게는 그렇게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되는지 속 시원히 대답도 해주고, 비대면 상황에서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가이드 등 개인의 행복에 대한 관심도 기울여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대학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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