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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 공무원 큰형 "北도 '불법 침입' 언급…월북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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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어업지도선에 남긴 공무원증. 뉴스1

북한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어업지도선에 남긴 공무원증. 뉴스1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 이모(47)씨의 큰형 A(55)씨는 2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사과 통지문에서 ‘불법 침입’이라는 표현을 쓴 만큼 동생이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 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했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북한 측 통지문 내용을 언급하며 동생의 월북 가능성을 부인했다.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북한 통지문 전문에는 이씨가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이 없다.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신분확인을 요구했으나 얼버무리고 답변을 하지 않아서 사격했다’, ‘불법 침입자를 사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적혀 있다.

A씨는 “동생이 실종됐다고 한 시간대 조류의 방향은 북한이 아닌 강화도 쪽이다. 지그재그로 표류했을 텐데 월북을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나도 해군에서 복무했고 항해사 출신인데 군이 잘못된 내용을 가지고 자국민을 매도하고 있다. 군은 이번 일로 호되게 질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으로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 지도 공무원 A씨가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등의 유감표명이 담긴 북측의 통지문을 발표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뉴스1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으로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 지도 공무원 A씨가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등의 유감표명이 담긴 북측의 통지문을 발표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뉴스1

다만 그는 “어제까지만 해도 북한이 아무런 답변이나 응답이 없었다고 했는데 오늘은 이런 답변이라도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좀 더 유연하게 발전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야 대표와도 만나. 정부 대응 지켜 볼 것" 

그는 여·야 대표와도 면담할 계획이라고 했다. 26일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다.
A씨는 "북한의 입장도 그렇고 배 안에 동생의 물건이 남아있는 점이나 평소 동생의 행동 등으로 볼 때 동생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부도 (월북이 아니라고) 입장을 바꾸지 않겠느냐. 앞으로 정부 대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 이씨 탑승 어업지도선 상대 2차 조사

해경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 이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에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씨의 금융·보험 계좌와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도 확인하고 있다. 유류품이나 증거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500t급 함정 3척과 300t급 1척을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 투입해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어업지도선에 남아 있는 이씨의 슬리퍼. [사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어업지도선에 남아 있는 이씨의 슬리퍼. [사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배 안에서 이씨의 휴대전화나 유서 등은 발견하지 못했다. 해경이 선내 공용 PC를 확인한 결과 이씨는 본인 계정으로 로그인한 이력만 남았다. 문서 작성이나 인터넷 검색은 하지 않았다.
배 안에 설치한 폐쇄회로 TV(CCTV) 2대는 지난 18일부터 고장 난 상태였다. 해경은 CCTV가 고의로 훼손됐을 가능성도 확인하고 있다. 군과 정보 당국은 이씨가 월북을 시도하다 북측 해상에서 표류했고, 지난 22일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씨 동료들은 "월북 징후 등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최모란·채혜선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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