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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 나왔는데 형과 실종자 수색…해수부 "언론 보고 알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왼쪽)를 조사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왼쪽)를 조사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이모(47)씨의 피격 첩보가 입수된 뒤에도 정부는 이씨의 형과 함께 수색 작업을 계속했다. 수색에 참여한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이 언론에 피격 사실이 전해지기 전까지 이씨의 피격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오후 12시 51분 어업지도 공무원 이씨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공식적인 수색을 시작했다. 이후 24일 해경이 이씨가 실종된 무궁화10호에 승선해 배를 조사할 때까지 해수부와 해경, 해군은 합동 수색 작전을 벌였다.

이씨 형도 수색작업 벌일 때…군은 이미 피격 알았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해수부가 이씨의 실종 사실을 처음 통보한 시점은 첫 신고 뒤 40여분이 지나서다. 해수부 산하 서해어업관리단은 실종 공무원의 형인 이모(55)씨에게 21일 오후 1시 35분 ‘동생이 연평도 근처 바다에서 실종됐다’고 알렸다.

 항해사 출신인 형 이씨는 다음날인 22일 소연평도로 이동했다. 이후 실종자가 탑승했던 무궁화10호에 승선해 수색 과정에 동행했다. 수색 작업이 한창이던 이날 오후 군과 정보당국은 실종된 이씨가 북측에서 발견됐다는 정황을 입수했다. 이날 밤 10시 30분에는 청와대에 이씨가 사살됐다는 첩보를 보고했다.

피격 사실 모른 채 수색 몰두 

25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가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 황해도 등산곶 해안이 보이는 연평도 인근 바다에서 해군 함정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가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 황해도 등산곶 해안이 보이는 연평도 인근 바다에서 해군 함정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보고 이후 23일에도 수색은 이어졌다. 해수부·해경 등 관련 기관은 선박 17척, 항공기 2대를 투입했다. 이때까지도 수색팀과 이씨의 형은 이씨의 피격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수색팀이 온종일 연평도 앞바다를 뒤지던 이날 밤, 언론을 통해 이씨의 피격 사실이 전해졌다.

 군과 함께 수색 작업을 하던 해수부에는 물론 형 이씨에게도 첩보는 공유되지 않았다. 해수부는 소속 공무원이 사망했다는 사실에 대해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월북이나 피격 여부는 여러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업무 관련성과 전문성 없는 해수부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피격 사실을 모른 채 실종자를 찾아 헤맨 것은 해경도 마찬가지였다. 신동삼 인천해양경찰서장은 24일 브리핑에서 “실종자 사살에 대한 사실을 언론을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해경은 24일 오전 11시 25분 이씨에 대한 수색을 중단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5시 유류품 등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황해도 등산곶 인근 바다를 수색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청와대의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대응 일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청와대의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대응 일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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