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아나요, 마요네즈가 친환경 살충제라는 것을

중앙일보

입력 2020.09.25 15:00

업데이트 2020.11.26 13:13

[더,오래] 김정아의 식(植)세계 이야기(3)

베란다 가드닝하면서 맞는 가장 큰 위기는 벌레로부터 온다. 잘 자라던 식물이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는 데는 물·햇빛·통풍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병충해는 식집사에게 충격과 위기감을 동시에 불러온다.

벌레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식집사는 안다. 기쁜 마음으로 새로 들여온 식물 화분에 다리가 많은 지네가 활보하고 있는 걸 발견하거나 시들어가는 식물에 바글바글 붙은 진딧물이나 응애를 봤을 때 바로 처단하는 용기를 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식물은 병충해로 죽어가고 벌레는 활개 칠 때 가드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급격하게 식는 식태기가 온다고 말하는 식집사도 많다. 그만큼 식생활에서 벌레는 위협적이고 끈질기다. 처음엔 식물을 샤워시키고 친환경 살충제 정도로 대응하지만, 이내 벌레가 만만치 않음을 깨달은 식집사는 강력한 효과를 가진 농약에 눈을 돌려 본다. 하지만 농약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직접 먹을 채소를 베란다에서 키우는 키친 가드너는 농약을 쓰지 않는다. 그럴 거라면 처음부터 채소를 직접 재배하려는 시도도 안 했을 것이다. 식용 채소가 아니라 관엽 식물을 키우는 식집사도 마찬가지. 화분을 언제든 만지며 놀 수 있는 어린아이나 호기심 많은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산다면 농약이라는 위험한 모험을 할 수는 없다.

테이블야자를 뜯어먹는 필자의 고양이 호두.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물론이고, 가끔 식물에 호기심을 보이는 고양이나 개도 있어 농약 사용은 위험하다. [사진 김정아]

테이블야자를 뜯어먹는 필자의 고양이 호두.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물론이고, 가끔 식물에 호기심을 보이는 고양이나 개도 있어 농약 사용은 위험하다. [사진 김정아]

그래서 사람이나 반려동물에게 해가 없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병충해를 막는 것이 식집사에겐 큰 관심사 중 하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친환경 살충제 중 하나인 마요네즈 희석액. 마요네즈 희석액은, 예방 목적일 땐 물 1L에 마요네즈 4g 정도를 넣어 섞은 물을 10일에 한 번 정도 식물에 뿌려준다. 해충의 세포벽에 침투해 호흡과 대사를 막아서 죽이는 원리다. 벌레가 나타난 후에는 물 1L에 마요네즈 10g 정도를 섞은 물을 5~7일 간격으로 식물에 3, 4회 뿌려준다.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정확한 용법과 용량은 농촌진흥청에서 운영하는 농사로 사이트에 자세히 나와 있다.

직접 만든 친환경 살충제 마요네즈 희석액.

직접 만든 친환경 살충제 마요네즈 희석액.

식집사에겐 제일 지독한 적중 하나가 뿌리파리다. 뿌리파리는 알에서 성충까지 약 한 달 간의 일생을 살아 간다. 성충이 흙에 알을 낳으면 4일쯤 지나 부화된 유충이 15일간의 유충 기간에 식물의 뿌리를 갉아 먹어 식물이 성장하지 못하게 만든다. 성충은 이보다 짧아 일주일 정도 생존하지만 흙에 알을 낳기 때문에, 유충과 성충을 동시에 잡아야 퇴치가 된다.

뿌리 파리의 일생. [자료 식물 블로거 프로개]

뿌리 파리의 일생. [자료 식물 블로거 프로개]

필자가 방울토마토와 딸기를 키울 때 가장 골치 아픈 존재도 뿌리파리 였다. 두 가지 필살기를 동시에 썼다. 하나는 과산화수소수. 또 다른 하나는 벌레를 유인하는 페로몬이 도포된 나비트랩.

과산화수소수 희석액은 식물계에서는 드루이드(주로 게임에서 자연의 힘을 빌려 식물을 살려내고 급속성장시키는 마법사)로 알려진 블로거 프로개님의 방법을 활용해봤다. 1.5L 페트병에 물과 과산화수소수 200mL 정도를 섞어서 흙 전체를 소독하듯 뿌려준다. 식물에 큰 피해 없이 체액이 많은 뿌리파리 유충을 죽일 수 있다.

성충 포획용으로는 나비 트랩을 썼다. 처음엔 나비트랩에 뿌리파리가 다닥다닥 붙은 모습이 소름 끼쳤지만 이젠 익숙하다.

과산화수소수와 나비모양 날벌레 트랩.

과산화수소수와 나비모양 날벌레 트랩.

덕분에 뿌리파리는 없앨 수 있었는데, 무더위 후 긴 장마에 습도가 높아지면서 이번에는 총채벌레와 응애가 난동을 피웠다.

파스타 등에 많이 쓰는 허브인 바질을 키웠는데 잘 자라던 바질이 안 자라 들여다보니 잎에 상처가 나 있고 기형인 새잎이 보였다. 잎면을 유심히 보니 아주 작은 가느다란 벌레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총채벌레였다.

서로 다른 곳에서 자란 바질 화분. 왼쪽은 건강한 바질이고 오른쪽은 총채벌레에게 습격당한 바질 화분.

서로 다른 곳에서 자란 바질 화분. 왼쪽은 건강한 바질이고 오른쪽은 총채벌레에게 습격당한 바질 화분.

총채벌레는 웬만한 친환경 약제에는 내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과산화수소수 희석액으로는 안 될 거 같아 유충이 있을까 분갈이를 했는데도 잎에서 성충이 발견돼 결국 총채벌레 흔적이 있던 바질 화분 절반을 버려야 했다.

식물에 따라 특정 벌레에 취약한 경우도 있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유칼립투스나 알로카시아 종류는 특히 응애라는 벌레에 취약하다. 응애는 1~2mm 정도의 작은 거미 종류로 가느다란 거미줄 같은 걸 만들고 잎의 즙액을 빨아 먹어 식물을 고사시킨다.

필자도 식용채소가 아닌 관엽식물에 있는 응애를 잡기 위해, 과산화수소수와 살충제 성분인 퍼메트린이 미량 들어가 살충효과는 있되 온혈 동물에게 안전한 비오킬 제재 살충제도 써봤지만 없애기 힘들었다.

응애로 결국 식물별로 떠난, 유칼립투스와 나비수국.

응애로 결국 식물별로 떠난, 유칼립투스와 나비수국.

본격 농업에서처럼 생태계의 천적을 이용해 병충해를 막는 방법을 쓰는 식집사도 늘고 있다. 포식성 응애의 한 종류인 마일즈응애는 뿌리파리처럼 땅속에 사는 벌레 유충를, 칠레이리응애나 사막이리응애는 잎에 서식하는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다. 어리줄풀 잠자리는 진딧물, 총채벌레, 깍지벌레를 포식한다. 이들은 현재 생물 형태로 수입되고 있다.

긴 장마에 벌레로 고통받던 식집사가 이제 좀 한숨 돌리고 있다. 하지만 여름에 베란다에서 키웠던 열대관엽식물을 날이 추워져 작은 온실에 둬야 하는 식집사는 이젠 곰팡이와 싸워야 한다. 80% 이상의 높은 습도를 유지해 줘야 하는 미니온실은 환기를 잘 못 해주면 언제든 버섯이나 곰팡이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식생활을 하는 한 벌레나 곰팡이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전 금융투자협회 상무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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