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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총 쏘기 전 밧줄로 묶어 끌고갔다…줄 끊겨 2시간 수색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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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해양경찰서는 지난 24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최근 북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이모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호10호를 조사했다. 사진은 무궁화10호에 남아 있는 이씨의 슬리퍼. 인천해양경찰서=연합뉴스

인천해양경찰서는 지난 24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최근 북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이모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호10호를 조사했다. 사진은 무궁화10호에 남아 있는 이씨의 슬리퍼. 인천해양경찰서=연합뉴스

북한군이 실종 공무원 이모(47)씨를 해상에서 발견한 뒤 줄에 묶어 이동하다가 중간에 놓쳐 수색 작업까지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북한이 이씨를 6시간 동안 붙잡아둔 채 감시하다가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다른 내용이다.

25일 중앙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복수의 국회 국방위 위원들은 북한군이 이씨를 해상에서 밧줄로 포박해 이송했으며 도중에 줄이 끊기는 등의 이유로 실종돼 찾아다녔던 것을 국방부가 파악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전날 국방부의 비공개 현안보고 내용을 토대로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북한군이 공무원 이씨를 발견한 뒤 해상에서 놓쳐 2시간 넘게 수색 작업을 벌였다고 전했다.

민 의원은 "우리 군 보고에 의하면 북한군은 3시간가량 계속 실종자를 해상에서 가까이 관리하다가 놓쳤다고 한다"며 "(북한군은) 2시간 정도 그를 찾았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군이 이씨를 다시 발견한 뒤 1시간 남짓 상부의 지시를 기다렸다가 총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익명을 요청한 국회 국방위 소속 A위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밧줄로 묶어 이송했다는 건 처음엔 총살 의도가 없었다는 의미"라며 "중간에 무슨 이유에선지 이씨가 실종됐다. 줄이 끊기거나 포박이 풀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에서 약 2시간 동안 꽤 많은 인원이 수색작업을 벌였고 군에 의해 그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한다"면서 "신원을 확보한 이후엔 갑자기 이송하려던 계획을 틀어 북 해군사령관이 총살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음에 바뀌게 된 이유에 대해선 별다른 보고가 없었다"며 "사령관이 더 윗선의 지시를 받아 총살 지시를 내린 것인지는 확인 안됐다. 다만 북한 군 특성상 해군사령관이 단독으로 총살을 지시할 수 있는 구조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국방위 B위원은 "국방부에서도 실종된 이씨를 수색하기 위해 투입된 북한 측 군 규모에 대해선 별도의 보고가 없었다"면서 "최근 중국인에 대해서도 비슷한 종류의 사살 사건이 있었다는 보고를 했는데 언제 몇 명을 사살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통계치에 대한 보고는 없었고 종종 그런 사례가 있다는 정도로만 국방부에서 보고했다"고 전했다.

앞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이었던 이씨는 지난 21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이튿날 오후 북측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됐으며 6시간 만인 오후 9시 40분쯤 북한군에게 사살됐다.

실종 어업지도선 공무원, 북 총격으로 사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실종 어업지도선 공무원, 북 총격으로 사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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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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