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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갈등 속리산 문장대 온천개발 또 제동…환경청 반려 처분

중앙일보

입력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 10일 속리산을 사진으로 촬영해 공개했다. 잦은 비로 생성된 수증기가 안개와 구름으로 변해 문장대 주변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연합뉴스]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 10일 속리산을 사진으로 촬영해 공개했다. 잦은 비로 생성된 수증기가 안개와 구름으로 변해 문장대 주변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상주에서 추진하는 속리산 문장대 온천 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대구환경청, 문장대 온천 환경영향평가서 반려 #충북 괴산 “예견된 결과” 온천 개발 중단 환영 #괴산 주민 “온천 개발하며 하류 생태계 파괴”

 25일 충북 괴산군에 따르면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 7월 경북 상주지역 ‘문장대 온천 관광휴양지 개발 지주조합’이 제출한 문장대 온천 환경영향평가서 재협의 본안을 전날 반려 처분했다. 대구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과정에서 문장대 인근에 사는 괴산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상주시가 초안 공람 기간에 괴산군 주민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지 않았고, 공람 기간 종료 후 5년이 지나 제출했음에도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영훈 괴산군 환경과장은 “이미 대법원에서 두 번 패소한 온천개발 건을 다시 들고 왔을 때부터 예견됐던 결과”라며 “합리적 판단에 근거해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한 대구지방환경청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상주 지주조합은 스파시설과 호텔 등을 갖춘 문장대 일원에 95만6000㎡ 규모의 온천관광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상주시 화북면 운흥·중벌리 일대에 1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개발 위치는 행정구역상 경북 상주에 속하지만, 문장대에서 내려오는 하천은 괴산으로 흐른다. 안도영 문장대온천 저지 청천면대책위원장은 “온천을 개발하면 상주에서 발원해 괴산군으로 흐르는 신월천에 오·폐수가 유입될 것이고 남한강과 만나는 달천까지도 수질이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장대온천개발저지 괴산군 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1일 괴산군청에서 온천 개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괴산군]

문장대온천개발저지 괴산군 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1일 괴산군청에서 온천 개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괴산군]

 문장대 온천 개발 사업은 1985년 속리산 기슭인 상주시 화북면 일대 530만㎡가 온천원 보호지구로 지정되고, 89년 상주 지주조합이 낸 온천 개발 사업을 상주시가 승인하면서 시작됐다. 인접한 충북은 수생생태계 파괴와 한강수계 오염을 이유로 반대했다. 괴산과 상주의 마찰은 소송으로 이어져 2003년과 2009년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모두 충북이 이겼다.

 하지만 지주조합은 2015년과 2018년 사업 재개를 외치며 일부 사업을 변경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2018년 6월 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된 뒤 충북지역에서는 “사업 백지화로 30년을 끌어온 지역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며 환영했다.

 2년 만에 상주 지주조합이 다시 문장대 온천개발에 나서자 충북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강력히 반발했다. 괴산군은 지난 7월 20일 환경영향평가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검토의견을 대구지방환경청에 제출했고, 이차영 괴산군수와 신동운 괴산군의회 의장, 대책위 위원 등이 두 차례에 걸쳐 대구지방환경청과 상주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지난 10일에는 충북 11개 시·군 단체장들이 충북 시장·군수협의회에서 온천 개발에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온천 개발 중단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상주시의 환경 파괴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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