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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해상 만행' 사흘째 침묵…코로나 19방역만 강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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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에서 근무하다 지난 22일 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에 표류하던 공무원 이모씨(47)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에 불을 질렀던 북한이 사건 발생 사흘이 지나도록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이모씨가 승선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 [뉴스1]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이모씨가 승선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 [뉴스1]

25일 오전 10시 현재 북한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는 물론이고, 대외 선전매체 역시 관련 사건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다. 대신 수해와 태풍 피해를 입은 함경도 복구 사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과 관련한 내용만 다뤘을 뿐이다. 이는 한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외신들이 북한의 만행을 비판조로 다루는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국내외 북한 만행 비난 와중 북한은 수해 복구 독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땐 하루만에 유감 표명 #달러박스 금강산과 달리 잃을 게 없다는 판단하는 듯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가 금강산에서 북한군의 피격을 당한 다음날 곧바로 유감을 표명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것과도 차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일체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북한은 금강산관광을 담당하는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명의로 유감을 표했다.

당시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전직 당국자는 “박왕자씨 사건은 다소 우발적으로 발생한 정황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상부’의 지시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의도적인 행위로 볼수 있는만큼 북한이 공개적인 유감 표명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강산관광의 경우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달러 박스’였다는 점에서 총격 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될 경우 북한에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또 현대아산 직원이 현지에 상주하고 있어 즉각 사건 파악이 가능했고, 현장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북한이 그냥 넘어가기엔 어려웠던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북한이 코로나 19라는 ‘핑계’를 댈 수 있는 데다, 이미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모든 ‘거래’를 끊은 상황이어서 북한 입장에선 잃을 게 없다. 한국 정부가 나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을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이마저도 북한이 증거(시신)를 해상에 유기하는 바람에 북한이 조작이라고 반발할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의 동참을 끌어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응책을 찾고 있는 한국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은 스모킹 건(명백한 증거)이 발견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비난이 시작된 상황에서 발뺌하거나 아예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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