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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내 몸에 손대지 마” 댄스 초보의 딜레마 스킨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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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38)

댄스를 하다 보면 남녀의 스킨십은 어쩔 수 없다. 초급자들이 가장 먼저 겪는 딜레마가 이것이다. 과연 춤을 추기 위해 남자와 여자가 손을 잡아야 하느냐에 대한 거부감이 있게 마련이다. 이것은 춤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넘어야 할 선이다.

초급반 첫 시간에 이 점을 중시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 손을 붙잡고 춤을 추는 것은 싫다”며 손을 든 사람은 바로 퇴장시킨다. “장갑을 끼고 하면 안 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 정도는 괜찮지만, 일단 그 수준으로 남과의 스킨십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손잡는 수준은 기본이고 그 이상의 스킨십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자들끼리만 추면 안 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역시 댄스스포츠를 배울 자격이 없다. 본인의 댄스 발전에도 지장이 있고 다른 사람과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댄스 초급자들이 가장 먼저 겪는 딜레마가 스킨십이다. 과연 춤을 추기 위해 남자와 여자가 손을 잡아야 하느냐에 대한 거부감이 있게 마련이다. 이것은 춤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넘어야 할 선이다. [사진 pexels]

댄스 초급자들이 가장 먼저 겪는 딜레마가 스킨십이다. 과연 춤을 추기 위해 남자와 여자가 손을 잡아야 하느냐에 대한 거부감이 있게 마련이다. 이것은 춤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넘어야 할 선이다. [사진 pexels]

댄스에서 스킨십은 일단 손을 맞잡는 것부터 남자의 오른손이 여성의 어깨, 허리, 견갑골을 잡는 것까지 다양하다. 댄스 스포츠에서는 위험한 동작이라며 없어졌지만, 여성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리프팅(Lifting) 동작은 여성의 골반을 잡아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골반이 몸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영화 ‘더티 댄싱’에 보면 젊은이가 추는 춤은 보기가 민망하다. 원래 춤이 그런 속성이 있다.

초급자를 가르치다 보면 목을 빼고 어깨를 내려야 목이 시원하게 길어 보이는데, 반대로 하는 사람이 많다. 목은 움츠리고 어깨를 올리는 것이다. 말로 여러 번 주의를 주는데도 고쳐지지 않으면 손으로 어깨를 탁 치며 “어깨 내리세요”라고 주의를 준다. 이것을 문제 삼아 “내 몸에 손대지 말아 주세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다음부터는 신경 쓰여 도무지 가르칠 수가 없었다.

말로 하는 교정지시나 리드보다는 직접 스킨십을 통해 가르치는 방법이 빠르다. 맞잡은 상태에서 남성의 왼발이 전진해야 하고 여성은 반대로 오른발이 후진해야 하는 스텝이 있다 치자. 말로 “오른발 뒤로요” 하는 것보다 발끝이나 무릎으로 신호를 주며 이 발이 나간다고 알려주면 곧바로 알아듣는다.

‘더티 댄싱’에는 남자 교사가 뒤에서 여성 파트너의 왼팔을 뒤로 돌려 얼굴을 감싸게 하는 동작이 나온다. [사진 영화 더티 댄싱 포스터]

‘더티 댄싱’에는 남자 교사가 뒤에서 여성 파트너의 왼팔을 뒤로 돌려 얼굴을 감싸게 하는 동작이 나온다. [사진 영화 더티 댄싱 포스터]

영화 ‘더티 댄싱’에서 남자 교사가 뒤에서 붙은 자세에서 여성 파트너에게 왼팔을 뒤로 돌려 남자의 얼굴을 감싸게 하는 동작이 있다. 그다음 동작은 남자가 얼굴을 감싼 그 팔에서부터 왼손으로 만지듯 하며 여성의 허리까지 내려가는 동작이다. 처음에는 여성이 간지럽다며 자꾸 몸을 움츠리지만, 결국 해낸다. 이 영화에서 ‘드로 앤 캐취(Throw & Catch)’ 동작도 자주 나온다. 맞잡고 춤을 추다가 여성을 멀리 던지듯 하는 동작에서 다시 남자 쪽으로 잡아당겨 여성이 말려들어 오면서 남자의 한쪽에 기대는 동작이다. 이 동작에서 손을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하며 한 손만으로도 부족해 다른 손까지 여성을 감싸야 한다. 그래야 보다 안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스킨십에 너무 민감하면 이런 동작은 할 수 없다.

스킨십은 손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골반, 허리, 허벅다리까지 다양하다. 초급자는 왈츠를 배울 때 골반이 닿는 것을 극히 염려해 히프를 뒤로 빼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반대로 상체가 앞으로 숙여져 아주 불편해진다. 더 곤란한 것은 회전할 때 회전반경이 커지기 때문에 박자를 놓치기 쉽고 춤 동작이 엉성하게 보인다. 댄스에서는 이것을 ‘인사이드 턴(Inside Turn), 아웃사이드 턴(Outside Turn)’이라고 한다. 안에서 회전하는 사람은 보폭을 작게 하고 밖으로 회전하는 사람은 파트너를 돌아가야 하므로 스텝이 커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밀착이 심하고 템포가 빠른 탱고 같은 춤에서는 두 사람의 골반 밀착이 가까워야 민첩하게 이뤄질 수 있다.

댄스스포츠를 배울 때 처음에는 라틴댄스를 주로 배운다. 자이브, 차차차가 배우기 쉽고 경쾌하기 때문이다. 라틴댄스는 손을 잡기는 하지만, 잠시만 잡거나 떨어져서 추는 동작이 많다. 그러다가 밀착해 추는 춤인 왈츠, 탱고 같은 모던댄스를 보면 도무지 엄두가 안 난다는 여성이 많다. 그 벽을 넘어서야 한다. 춤은 연기일 뿐이다. 춤을 추면서 불순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얘기다.

모던댄스의 리드는 남성의 오른쪽 갈비뼈 하단, 골반, 허벅다리 등 다양하다. 여성이 리드를 쉽게 알아채려면 몸이 밀착되는 편이 유리하다. 떨어져 있으면 남성의 리드를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골반이 떨어져 있으면 회전에서 불리하고 연속회전은 불가능하다. 남성의 허벅지를 중심축으로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안전 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모던댄스에 나오는 ‘오버 스웨이(Over Sway)’ 계통의 동작을 보면 남성의 무릎 위에 여성이 눕듯이 하며 아름다운 동작을 표현한다. 이때 남성의 왼손은 여성의 오른손을 잡고 있고 무릎으로는 여성의 히프를 받치고 오른손으로는 여성의 등을 받친다. 여성이 두 다리로 버티고는 있지만, 극도로 몸을 구부리는 동작이므로 남성이 이중 삼중으로 여성의 안전을 돕는 것이다. 이런 동작을 스킨십의 거부감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복잡해진다.

바디 컨택팅은 실제로 완전히 밀착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밀착하면 동작을 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밀착하듯 가까이 댄다는 정도가 맞다. [사진 pxhere]

바디 컨택팅은 실제로 완전히 밀착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밀착하면 동작을 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밀착하듯 가까이 댄다는 정도가 맞다. [사진 pxhere]

‘바디 컨택팅(Body Contacting)’은 실제로 완전히 밀착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밀착하면 무게감도 문제가 되고 동작을 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밀착하듯 가까이 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직접 피부가 닿는 스킨십 말고도 서로의 눈을 마주치는 ‘아이 컨택팅(Eye Contacting)’도 사실은 스킨십이다. 라틴댄스의 기본은 눈끼리 마주쳐야 한다. 상대방의 눈을 피하거나 아래를 내려다본다면 춤이 될 수 없다. 일반인은 눈이 마주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커플 댄스이기 때문에 서로 마주 보지 않으면 커플 댄스의 핵심을 놓치는 것이다.

댄스스포츠는 서양에서 온 문화다. 우리보다 남녀관계가 훨씬 개방되어 있고 자유롭다. 유교문화권인 한국인에게는 다소 부딪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요즘처럼 성추행 시비가 잦은 시대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난감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댄스스포츠는 건전한 춤 문화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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