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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우린 北주민 187명 구했는데, 北은 총쏘고 기름 부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시스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시스

지난 22일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북한 측 해상에서 ‘민간인 사살 후 시신훼손’이 발생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지난 10년간 한국 해상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 187명을 구조해 북으로 송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귀순하겠다는 뜻을 밝힌 북 주민 82명에 대해선 의사 확인 절차를 거쳐 귀순을 허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우리는 북 주민에 대해 인도적인 송환ㆍ귀순 절차를 거쳤는데, 북한은 우리 국민에게 총을 쐈다”며 “국민이 북에 피살됐는데 정부는 종전선언을 운운하며 북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24일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해상 월선 북한 인원 송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년간(2010년~2019년) 선박을 타거나, 해상에서 표류한 상태로 NLL 이남으로 내려온 북 주민 187명을 북한으로 송환했다. 판문점을 거쳐 돌아간 인원은 49명이었고, 해상에서 송환된 인원은 138명이었다.

세부적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은 7명, 2011년 37명, 2012년 13명이 송환됐고,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3년 12명, 2014년 45명, 2015년 12명, 2016년 8명이 송환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에는 총 53명을 송환 했는데, 2017년 37명, 2018년 9명, 2019년 7명이 북한으로 돌아갔다.

특히 한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매뉴얼에 따라 인도적인 송환 절차를 밟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가 태 의원실에 제출한 ‘송환 메뉴얼’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상황이 발생한 뒤 ①발견기관에서 상황을 전파하고 ②해군ㆍ해경이 구조활동을 벌인 뒤 ③관계부처 합동 정보조사를 거쳐 ④조사 결과를 유관기관에 통보, 북한 주민을 송환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해양법 제98조는 모든 국가가 자국 선박 등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는 한 “바다에서 조난 위험에 빠진 어떤 인명에도 도움을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오종택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오종택 기자

태영호 의원은 “한국 정부는 일관되게 해상을 통해 넘어온 북한 주민을 송환하거나 귀순을 받아들였는데, 북한에선 우리 국민에게 참혹한 만행을 저질렀다”며 “특히 문 대통령이 23일(미국 현지시간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은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고 비판했다.

야당에선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자국민이 사살된 사실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21일부터 수색을 벌였는데, 정부가 철저하게 비공개로 했다”며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연설을 위해 (피살 사실을) 은폐한 정황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연설은 15일 녹화돼 18일 유엔으로 보내졌다”고 했다.

군 당국은 이날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직원 이씨(47)가 22일 오후 9시 40분쯤 NLL 이북 지점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고, 시신은 해상에서 불태워졌다고 밝혔다.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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