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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달 일찍 태어났다고 떨어졌다, 서울교통公 차별 채용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0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은 학생들과 구직자가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0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은 학생들과 구직자가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가 신규직원 채용 과정에서 ‘나이’를 기준으로 최종합격자를 선정했다가 서울시의 감사에 적발됐다. 지난해 신입사원 선발시험에서 동점자가 14명이나 나오자 최종 합격자를 '연소자' 순으로 선발해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점검, 25건 지적

 24일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7월 785명의 신규직원을 뽑는 공고를 냈다. 필기시험과 면접시험 결과를 합친 점수로 합격자를 가려야 했지만, 동점자가 무려 14명에 달한 게 문제였다.

'연소자' 중 나이 같으면 '출생일'로 희비

 서울교통공사 측은 인사규정 내규에 따라 '연소자' 순으로 합격자를 가리기로 했다. 하지만 14명 가운데 출생연도까지 같은 연소자가 4명이 나오자 이번엔 '출생 월일'을 따져 합격자를 가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같은 출생연도의 1월생, 2월생, 12월생이 있다면 나이가 어린 12월생으로 선발한 것”이라고 했다.

 예비합격자 선발에도 같은 잣대가 적용됐다. 예비합격자 108명 가운데 동점자가 5명이 나오자 ‘나이 어린’ 지원자를 선순위에 올랐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에 “인사규정시행 내규 제16조에 따르면 동점자가 있을 경우 취업 보호 대상자, 필기시험 고득점자, 연소자 순으로 결정한다”고 되어 있어 내규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방공공기관 채용실태 특별점검 결과,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연구원 등 총 13개 기관에서 25건의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 [중앙포토·연합뉴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방공공기관 채용실태 특별점검 결과,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연구원 등 총 13개 기관에서 25건의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 [중앙포토·연합뉴스]

서울시, 연소자 우선은 '차별' 

 하지만 서울시 판단은 달랐다. '어린 나이의 지원자'를 우선 선발하는 기준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서울특별시 고용상의 차별행위 금지 조례 제2조에 따르면 ‘차별행위’를 금지하게 돼 있는데, 서울교통공사의 이런 채용 방식이 이를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조례는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및 국가, 용모, 혼인, 임신·출산, 가족 상황, 병력, 학력과 특정 사람 또는 특정 사람이 속한 집단을 우대하거나 배제, 구별,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돼 있다.

 올해도 650여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 감사에 대해 “내규의 연소자 부분은 지난 5월 12일에 개정해 자격증 가산점 등으로 변경해 신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위치한 서울교통공사 본사. [중앙포토]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위치한 서울교통공사 본사. [중앙포토]

공공기관 채용 점검…13개 기관, 25건 적발

 서울시 감사에 적발된 것은 연소자 규정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의료원을 제외한 33곳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채용실태 특별점검을 한 결과 총 25건, 13개 기관에서 문제점이 적발됐다. 감사 범위는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이뤄진 신규 채용과 정규직 전환 업무였다.

대표적 사례가 '가산점'이다. 서울교통공사는 2018년 12월 기간제 업무직 조리원 1명을 뽑는 채용 공고를 냈다. 합격한 응시자의 최종점수는 67.5점. 2위였던 A씨의 점수는 66.5점으로 불과 1점 차였다. 하지만 감사 결과는 달랐다. 이력서상 경력과 한식 조리와 중식 조리 등 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한 경우엔 가점을 주기로 돼 있는데, A씨에 대해선 가점이 빠진 것이었다.

공공기관 청년 채용 비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공공기관 청년 채용 비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만약 기능사 자격증을 인정받아 정상적으로 점수를 부여받았다면 결과적으로 총점 76.5점으로 1순위가 되어 합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류심사 당시 증빙서류 사본을 미제출한 경우 자격증 취득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가산점을 미부여하고 심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최종 점검 과정에서 가산점 미부여에 대한 확인이 미흡했다”고 소명했다.

 서류심사와 면접 등 채용을 같은 심사위원이 맡거나, 지원자와 함께 근무했던 팀장을 심사위원으로 둔 경우도 적발됐다. 서울연구원은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3건의 채용시험에서 심사위원이 중복해 채용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문화회관은 파견직으로 일했던 B씨를 채용하면서, 면접에서 B씨와 같은 팀에서 일한 팀장을 심사위원에 배정해 주의를 받았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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